끝까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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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양칼럼 ]

정성철 목사
2024년 02월 22일(목) 10:38
교회를 설립한 후 제일 먼저 등록한 교인은 당시 연세 많으신 권사님이었다. 교회를 함께 세울 일꾼을 보내달라고 기도한 개척교회 목사에게 하나님은 젊은 일꾼이 아닌 뇌질환과 심장질환 등 지병을 가진 80세 권사님을 등록하게 하셨다.

속으로 하나님께 말했다. "젊은 부부로 일꾼을 좀 보내주시지. 연세 드신 권사님을 가장 먼저 등록하게 하시니 힘이 안나네요." 그런데 그런 내 생각을 읽으셨는지 권사님은 일년 내내 새벽예배와 낮예배 한번 빠지지 않으셨다. 토요일마다 실시하는 길거리 전도에 뜨거운 여름과 혹한의 날씨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셨다. 뿐만 아니라 "목사님과 성경공부 하는 것이 너무 좋다" 하시며 성경공부에도 참여하셨다.

그렇게 10여 년의 시간을 함께 보낸 권사님이 어느날 갑자기 일산으로 이사를 가게 됐다. 권사님은 눈물을 흘리며 너무 아쉽다는 마지막 인사와 함께 이사를 가셨다. 한 시간 걸려 교회에 오는 것이 무리라는 생각에 가까운 교회로 가실 것을 권해드렸다. 그런데 이사 가신지 두 달이 되어가는 주일 아침에 권사님은 91세의 연세에도 한 시간 거리를 택시를 타고 예배에 참석하셨다. 놀란 모습을 한 나에게 권사님은 웃으며 "나 죽을 때까지 목사님이랑 함께 해야 겠네요" 하신다. 목사에게 이보다 더 듣고 싶은 이야기가 어디 있을까? 가까운 집 옆의 교회가 신앙생활 하기는 편할지 모르지만 작은 개척교회에 성도 한명 이사 가면 목사님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를 생각하며 한 달에 한 번이라도 택시 타고 오시겠다는 권사님의 말씀에 눈물이 나왔다. "권사님이 계셔서 제 목회가 힘이 납니다." 그 다음주부터 나는 주일 아침이면 왕복 1시간 30분 거리를 차로 달려 권사님을 모시러 갔다. 남들은 기름값 들고 먼거리에 연로하신 권사님이 힘들거라며 가까운 교회를 소개하라고 했지만 자신의 인생 마지막을 나에게 맡긴다는 권사님의 말씀이 가슴에 박혀 매주일 기쁨으로 모시러 가고 있다.

주일 아침마다 먼 거리를 차량 운행하는 필자가 안쓰러웠는지 권사님은 차에서 내릴 때마다 "우리 목사님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를 건네신다.

노년세대는 교회의 짐이 아닌 지금까지 한국교회를 세우고 지탱한 버팀목이라 할 수 있다. 지금도 교회의 기도의 동역자이기도 하다. 그런 노년세대를 우리를 결코 홀대해서는 안된다.

하나님의 백성된 자로 마음과 뜻과 정성을 다해 하나님을 섬긴다면 당연히 어르신들을 잘 공경하는 것이 마땅하다. 우리가 관심을 소홀히 하는 순간 교회 안에서의 노인세대가 사라지고 기도의 든든한 후원자를 잃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벌써 2년 째 요양병원에서 누워 생활하시는 86세 권사님을 설날을 맞아 찾아 뵙고 새해 인사와 함께 예배를 드렸다. 치매와 당뇨병, 무도병으로 인지능력이 떨어진 권사님은 다른 이들의 대화에는 잘 반응을 안하다가도 나만 가면 반가움에 눈물을 흘리며 찬양에 박수를 치신다고 한다. 건강하셨을 때 누구보다 찬양하기를 좋아하셨던 권사님이시기에 더욱 마음이 아팠다. '건강하실 때 더 열심히 섬기고 더 잘해 드릴 걸'하는 후회가 든다. 우리의 노년세대가 떠나가기 전 더욱 정성껏 섬기는 교회가 되기를 다짐해 본다.

정성철 목사 / 새언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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