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설교 중 정치적 발언 신중해야"

"목회자, 설교 중 정치적 발언 신중해야"

김동현 기자 kdhyeon@pckworld.com
2024년 02월 25일(일) 19:05
"예배는 특정 정당을 옹호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특정 정파의 이념을 주장하는 것은 전당대회에서는 가능하지만, 교회와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미국 복음주의권의 저명한 설교가 존 파이퍼 목사가 최근 디자이어링갓(Desiring God)의 팟캐스트 '존 목사에게 물어보세요'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예배 시간에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설교를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강조한 것이다.

파이퍼 목사는 "도덕적 원칙보다 정당에 대한 충성을 우선하는 것, 마치 특정 정당이 모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과도한 희망을 품는 것, 도덕적 입장을 성경적 가치관이 아닌 정파적 이해에 두는 것 등은 모두 '나쁜 정치적 깃발 흔들기(Bad political flag-waving)'"라고 지적했다. 파이퍼 목사는 예배처럼 정치와 관련 없는 환경에서 정파적 이해를 전면에 내세워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파이퍼 목사의 메시지는 오는 4월 총선을 앞둔 한국교회에도 그 의미가 작지 않다. 지난 1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예배시간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설교를 하는 등 교회 내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한 공직선거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헌재는 "성직자는 종교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 사회지도자로 대우를 받으며 신도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신도에게 자신의 지도력, 영향력 등을 기초로 공직선거에서 특정인이나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를 끌어내려 하는 경우, 대상이 되는 구성원은 그 영향력에 이끌려 왜곡된 정치적 의사를 형성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정 정파를 지지하는 목회자의 설교가 교인의 정치적 자유를 훼손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또한 목회적 측면을 고려해 정치적 설교를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임성빈 교수(장신대)는 "목회자도 시민이기에 당연히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가질 수 있지만, 그것을 예배 강단에서 선포할 경우 장기적으로 회중들이 설교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하는 전달자로서 회중들이 온전히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예배시간에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 교수는 "이데올로기와 신앙을 잘 구분해야 한다"며 "이데올로기는 자신을 절대화하지만, 신앙은 오직 하나님만을 절대적인 것으로 인정하기에 끊임없이 고민하고 겸손한 태도를 가지도록 만든다"고 강조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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