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미학

기다림의 미학

[ 목양칼럼 ]

임병광 목사
2024년 03월 07일(목) 09:18
목회를 하면서 무엇보다도 기다림의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지금도 기다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부단히 훈련시키고 인내하게 한 것은 기다림이었다.

부교역자 시절 10년간 한 교회에서 사역하면서 오래 됨과 새로움의 균형과 조화를 경험한 적이 있다. 6년 동안 담임목사님과 함께 지내오면서 목회의 기본기를 배우고, 모난 부분들을 깨뜨리며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보내었다. 그 분은 아버지같은 근엄함과 엄격함, 그리고 정확함, 그러면서도 내적인 사랑으로 격려하시고 돌보아주셨다. 목사가 된 지 얼마 안 된 필자에게는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이것 또한 목회의 연장선상이라 생각하고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였다.

그리고 나서 또 한 분의 담임목사님을 모시게 되었다. 이전 목사님 하고는 사뭇 다른 성격의 목사님이셨다. 의욕적이시고 예민하고 성격이 급하면서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분이셨다. 처음에는 이 분께 어떻게 맞추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아도 답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막막했다. 허둥대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나 스스로도 한숨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성향을 파악하게 되고 목사님의 의도를 알게 되니 한결 수월해졌다.

한 때 필자는 사역이 너무 힘이 들어 밤이면 아내와 함께 동네 한 바퀴를 돌면서 갖은 푸념과 원망을 쏟아낸 적이 있을 정도로 견디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처럼 시간이 지난 어느 날 그 때의 일들을 추억하게 되었을 때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잃은 것이 있다면 얻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안 좋은 것들은 배우지 말고 좋은 것만 나의 것으로 취하자는 마음으로 내 삶과 사역에 있어서 강력한 무기를 장착하게 되었다. 이것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씀을 전하는 사역이다. 말씀을 잘 전하고 못 전하고를 떠나서 목회자인 필자에게 말씀을 전하는 것은 평생 사명일 것인데, 이 부분에 있어서 어느 정도 훈련이 되어졌다. 그래서 필자는 두 분의 목사님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인생과 목회에 있어서 터닝포인트가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주위에서 지도편달을 해준 수 많은 지인들에게도 감사하다. 그 분들 또한 한결같이 기다리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이라 권면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자양분이 있었기에 현재 목회하고 있는 이곳에서 필자는 또 다른 기다림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역 정서상 오지에 위치한 곳이지만 하나님이 이곳에 왜 보내셨는가를 충분히 이해하고 깨닫고 감사하면서 지내고 있다. 농사를 짓는 분들은 대단한 고집과 집념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이 있다. 조금이라도 자존심에 상처가 나면 견디기 힘들어 하는 분들이다. 또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하여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정보를 교환하는 것, 관계성을 가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성격이 급한 목회자는 견뎌내지 못한다. 하지만 은근과 끈기를 가지고 기다리다 보면 조금씩 마음 문을 열기 시작한다. 또 마음 문을 열었나 싶은가 하면 어느 새 마음 문이 굳게 닫혀있다. 하지만 필자는 하나님의 특별한 훈련을 받고 이곳에 왔기에 이 정도 일은 그려느니 한다. 기다리고 인내하고 견디다 보면 어느 순간 교인들과 밀접한 상황 속에 놓이게 된다. 한 때 필자도 성격이 급하기로 한이 없었는데, 하나님께서 이렇게 만들어 놓으셨다. 하나님은 위대하시고 능력이 많으신 재활공장장 같은 분임에 틀림이 없다. 지난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한 상처와 아픔으로 많은 교회와 성도들의 삶이 무너져 내림으로 일상으로의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이 때에 이곳에서 하루 하루의 삶은 무미건조한 삶이 아닌, 피폐한 삶이 아닌, 오히려 조금씩 바뀌어지고 달라지는 성도들의 모습들을 바라보며 이것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시는 일임을 깨닫는다.

임병광 목사 / 해안중앙교회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