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시 전북 기독교인 104명 학살

한국전쟁시 전북 기독교인 104명 학살

진실화해위 진실규명

김동현 기자 kdhyeon@pckworld.com
2024년 04월 22일(월) 05:13
전북 군산 신관교회 교인들이 희생된 '신관리 토굴'의 현재 모습. (자료제공=진실화해위)
한국전쟁 시기 교인 15명의 희생사실이 기록되어 있는 김제 만경교회 교회록. (자료제공=진실화해위)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전북지역 기독교인 104명이 학살된 것으로 드러났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 위원장:김광동)는 지난 16일 서울시 중구 소재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열린 제76차 위원회에서 전북지역 기독교인 희생 사건을 진실규명 결정하고, 국가와 관련 부처 등에 후속 조치를 권고했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1950년 7월부터 11월까지 4개월에 걸쳐 군산 김제 정읍 등의 지역에서 총 104명의 기독교인이 살해됐다. 특히 전체의 반이 넘는 60명의 희생자가 유엔군의 인천상륙작전 이후 인민군이 퇴각하던 1950년 9월 28일 무렵에 살해된 것으로 파악됐다.

희생자 연령은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게 분포하지만 40대가 27명(26%)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성별은 남성이 80명(76.9%)으로 가장 많았다. 교회 직급으로는 교인 54명, 집사 23명, 장로 15명, 목사와 전도사 각 6명 순으로 집계됐다. 희생자 중에는 대한민국 1호 변호사 홍재기, 제헌국회의원 백형남·윤석구 등 지역 내 주요인사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희생된 원인에 대해 진실화해위는 "해방 후 우익 단체에서 활동하거나 대거 월남했다는 이유로 적대세력이 기독교를 좌익에 비협조적인 세력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지역인민위원회가 선전과 군중집회 장소로 예배당을 사용하면서 기독교인들과 갈등이 빚어졌고, 기독교인들이 미국 선교사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 '친미 세력'으로 여겨진 점도 학살의 배경으로 지목됐다.

정읍 두암교회 희생자들의 경우 우익인사와 같은 교회 교인이라는 이유로 빨치산에게 집단학살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살해한 빨치산은 교회와 교인의 집에 불을 지르고 불길에서 빠져나오는 사람들을 죽창 등으로 찔러 아이부터 노인까지 20여 명을 살해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에 대해 △북한 정권의 사과 촉구 △피해회복과 추모사업 지원 △평화·인권 교육 강화 등 후속조치를 권고했다.

한편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한국전쟁 시기 적대세력에 의해 희생된 종교인들은 이번에 규명된 전북지역 기독교인 104명을 포함해 약 1700명에 달한다. 개신교 천주교 천도교 불교 등 다양한 종교인들이 전국 광범위한 지역에서 희생된 것으로 파악됐다. 진실화해위는 이와 관련한 진실규명을 위해 지난 2022년 5월 24일부터 직권조사를 진행했으며 △종교연합·종교별 교단과 교회의 역사 기록 △'6.25사변 피살자명부' 등의 공적 자료 등을 근거로 위와 같은 희생사실을 확인했다. 진실화해위는 이번에 밝혀진 전북 지역 기독교인 희생자 104명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발생한 적대세력에 의한 종교인 희생사건을 종교별·지역별로 나누어 순차적으로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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