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과 MZ사이 그리고 꼰대

소명과 MZ사이 그리고 꼰대

[ 기자수첩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4년 04월 22일(월) 11:24
이달 초에 신학대 교수들과 현직 목회자들이 모여 현재 당면한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방향성을 논의하는 '모임'에 참관한 적이 있다.

여러 가지 담론이 마무리 될 즈음 현직 목회자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가능하다면 신학생들에게 사역자로서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소명과 사명감 차원에서 가르쳐 주면 좋겠다"는 요청이 눈길을 끌었다.

사연은 이렇다. 예배를 마치고 교사들이 교육전도사에게 식사를 제안했는데 선약이 있다고 거절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동료 전도사들과 식사하는 모습을 '들키고 만 것'이다. '선약'이 거짓은 아닐 것이다. 다만 담임목사 입장에서 '교우들과의 교제'가 교회의 중요한 사역인만큼 아쉽다는 속내였다.

사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에 익숙해진 젊은 세대들이 대인관계와 조직문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은 여러번 반복됐다. 복잡하고 힘든 관계에 쉽게 피로감을 느끼는 젊은 사역자들에게 '나이든' 교사들과의 식사는 부담이고 스트레스다.

최근에는 또 여러 교회에서 교육전도사를 대상으로 '전화심방 매뉴얼'을 만들고 교육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모양이다. 소셜미디어(SNS)로 짧은 메시지에 익숙한 젊은 사역자들이 전화로 소통하는 것을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대면과 전화에 공포를 느끼는 일명 '콜 포비아(Call-phobia)'현상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고 신학생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저런 모든 현상을 목도하면서 "나도 어쩔 수 없는 꼰대가 되어 가고 있다"는 목회자의 한숨을 그져 웃어넘겼지만 어쩐지 씁쓸함은 감출 수가 없다.

이 와중에 교육전도사를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렵다는 아우성이 터져나온다. '꼰대'도 MZ도 참으로 함께 하기 힘든 세상이다. '까라면 까는' 우리의 '라떼'는 변하고 '이걸, 내가, 왜, 해야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해답을 요구하는 세상을 교회도 막을 길은 없다.

그저 "그들을 이해하고 우리가 변해야 한다"며 훈훈하게 마무리됐지만 "그럼에도 교회는…"이라 하면 '꼰대'일까?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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