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생명을 생각한다

부활절, 생명을 생각한다

[ 기획 ] 피폐한 영이 육을 죽인다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6년 03월 22일(화) 16:48

OECD 국가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최근 줄을 잇고 있는 존속살인 사건으로 또 다시 충격에 빠져들었다. 2016년 부활절을 앞두고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패륜사건을 보면서 본보는 '생명'을 주제로 부활절 특별기획을 했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자살과 살인 사건의 원인과 교회의 관심에 대해 곽혜원 교수의 원고를 통해 확인하고, 하나의 생명이라도 소중이 여기고 살리려는 기독교계의 눈물어린 몸부림을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급성장으로 인한 영적 황폐, 자살ㆍ폭력 등으로 이어져

곽혜원 박사
21세기교회와신학포럼 대표

최근 생명과 죽음(生死)을 둘러싼 한국사회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생존의 벼랑 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나날이 늘어나고, 살인과 각종 흉악범죄가 서로 맞물려서 연일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나를 죽이지 않으면 남을 죽이는 반(反)생명적인 사회 분위기가 무섭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OECD 자살률 1위를 무려 15년 넘게 유지하는 비상상황이다. 언론에서는 통계청 발표에 따라 OECD 자살률 1위가 2003년부터라고 보도하지만,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IMF 외환위기가 일어났던 그 이듬해인 1998년부터 시작되었다. 우리나라 자살통계는 통계청과 경찰청 두 군데서 이원적으로 발표되는데, 이미 1998년 이후 경찰청 통계가 OECD 자살률 1위를 기록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나라 자살자 수는 실제보다 20~30% 정도 누락(축소)되어 발표될 뿐 아니라, 자살 시도자는 자살로 목숨을 잃은 사람의 20, 30배(자살 사고자는 100배 이상)에 달하는 상황이다.

요즘 우리를 더욱 참담하게 하는 것은, 사이코패스나 범할법한 극악무도한 범죄들이 우리 주변의 너무나 평범한 이웃들에 의해 자행되는 현실이다. 잔혹한 흉악범죄가 급증하는 추세 속에서 존속살해를 위시한 패륜범죄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인생의 오랜 세월 함께 해로했던 부부지간에 일어나는 배우자 시신 훼손, 자녀 학대로 인한 사망, 영유아 살해 사건 등도 우리를 경악케 한다. 가정에서 학교로, 마을로, 군대로, 직장으로, 사회로 퍼지는 반생명적인 '폭력의 전염' 현상도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우리 사회 어느 곳 하나 폭력이 난무하지 않는 영역이 없을 정도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단면은 우리 국민의 생명력이 극도로 약화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삶에 대한 의욕과 활력을 잃어버리고 암울한 기운이 지배하는 사회, 따뜻한 인정의 그물망이 사라져버리고 강자의 약육강식이 생존모델로 정당화되는 사회, 가족지간에도 서로가 서로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 사회, 사람이 무섭고 사람이 싫어지는 사회, 한 마디로 말해 우리 사회가 '민심이 흉흉해지는 사회'로 변해가면서 우리 국민의 삶에 대한 사랑과 의지가 소멸되고 있음을 표출한다고 볼 수 있다.

그토록 가난 속에서도 서로가 끈끈하게 유대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던 우리 국민이 어쩌다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치닫게 되었는지, 그토록 강인한 생명력으로 격동의 세월을 헤쳐왔던 우리 국민이 어쩌다가 이렇게 앞날에 대한 희망을 잃고 깊은 절망의 수렁에 빠지게 되었는지, 생명력을 잃고 나날이 피폐해져 가는 하나님의 피조물을 바라보면서 하나님의 긍휼을 구하지 않을 수 없다. 절망과 죽음이 만연된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절망과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 하나님이 주시는 새로운 소망과 생명을 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 문제를 과연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 현재의 암울한 상황을 타개하고 문제해결을 모색하기 위해선 문제의 시발점을 짚어내는 일이 급선무인데,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 국민이 이렇게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근본 원인은 과연 무엇인가? 먼저 직시해야 할 것은, 숱한 고난과 역경, 가난과 치욕의 험난한 역사를 혹독하게 겪어온 우리 민족이 서구세계가 200, 300년 동안 이룩한 산업화ㆍ근대화ㆍ민주화를 지난 40, 50년 동안 성취한 대가로 그만큼 심신이 고단하고 영혼이 황폐해지게 된 사실이다. 

설상가상으로 우리는 한국 현대사에서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외환위기로 말미암아 결정적으로 계기화된 사회 양극화 문제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계층 간에 사회ㆍ경제ㆍ교육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심각한 국론분열ㆍ사회해체ㆍ가정해체가 진행되고 있다. 그 여파로 파생된 불공평한 사회경제적 상황에 대한 분노와 우울, 빈곤층의 확대와 중산층의 몰락, 실업자의 양산과 가정경제의 파탄, 이혼의 급증과 이기주의 확산, 사회의 비인간화와 기초 공동체의 붕괴, 불안장애 및 정신질환의 도미노 현상, 희망의 상실과 절망의 만연 등은 우리 국민을 심히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는 불투명한 장래에 대한 불안감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우리 국민의 연령을 초월한 집단적 우울정서를 직시해야 한다. 학업과 진학의 중압감에 시달리는 청소년의 정서는 나날이 메말라간다(자살이 사망원인 1순위). 신(新)빈곤층의 주류로 전락한 20ㆍ30대 청년층(자살이 사망원인 1순위)에게서 우울증은 질병 제1순위다. 현재 고독사의 가장 큰 희생양인 40ㆍ50대 중ㆍ장년층(자살이 사망원인 2순위)은 알코올로 우울한 심신을 달랜다. 고난과 빈곤으로 점철된 역사 속에서 가장 험난한 인생을 살아왔지만 가정과 사회로부터 소외당하는 노인층(세계 최고의 자살률)이 저지르는 강력범죄의 증가는 자포자기적 절망감의 발로다.

이러한 문제상황 속에서 작금의 한국교회가 혼신의 힘을 기울여 감당해야 할 시대적 과제는 기나긴 세월 역사의 질고와 급격한 사회변동을 겪어오면서 심성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우리 국민을 치유하는 데 주력하는 일이다. 21세기 한국교회의 향방은 냉소적인 우리 국민에게 어떻게 영적ㆍ정신적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나아가 한국교회는 우리 사회의 정서를 공평(公平)과 정의(正義), 공존(共存)과 상생(相生)의 에토스로 급선회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교회가 공평과 정의구현을 위해 헌신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에게 명하시는 하나님의 명령일 뿐만 아니라, 이 문제를 도외시하고선 오늘날 한국사회를 위기로 몰아넣는 문제들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교회는 사회구성원 상호 간에 생존과 협력을 독려하면서 공존ㆍ상생하는 길로 나아가는 생존모델을 몸소 구현해야 한다. 특별히 최근 한국교회에서 촉발된 문제들이 영혼 돌봄 목회의 부재로 인한 문제임을 여실히 드러내는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의 최우선적 과제는 전문적으로 영혼을 돌보는 시스템의 정착이다. 

끝으로 2016년 부활 절기를 맞이하여 그동안 죽음을 금기시해왔던 한국교회가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에 이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삶을 반추하고 죽음을 묵상하는 영적ㆍ정신적 풍토가 조성되면 개인의 인성은 물론 사회적 에토스도 변화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즉 삶의 마지막을 깊이 사유하면서 살아가는 개인과 사회는 절대 경거망동하거나 남을 부당하게 괴롭히지 않을 것이기에, 죽음에 대한 성찰은 나날이 반생명적이고 비인간적인 분위기로 치닫고 있는 우리 국민의 인성을 순화시킬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에토스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밑거름을 마련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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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자살예방센터가 전하는 생명살리기 실천 방법
'마음이음ㆍ생명보듬'

"저 혼자 많이 힘들었죠. 아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후 1년간은 죽은 것과 다름 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래서 자살자 유가족들이 얼마나 큰 고통에 빠져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사실 자살자 유가족들은 자살 고위험군입니다. 살면서 어느 정도 회복한다고 해도 인생을 살다가 어려운 코너에 몰릴 때면 사랑하는 가족을 따라가고 싶은 충동이 많이 생깁니다. 자살의 또 다른 희생자들인 유가족들을 돌보는 사역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지난 2012년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을 창립한 기독교윤리실천운동, 크리스천라이프센터, 목회사회학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자살자 유가족을 위한 위로예배'에서 기자가 만났던 박○○ 전도사는 2009년 8월 아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원인은 우울증이었다. 박 전도사는 "자살자 유가족들은 대부분 가족의 사망원인을 심장마비나 사고사로 속이고 살아서 그렇지 생각보다 그 숫자가 많다"며, "자살자 유가족들은 그 슬픔을 이야기하고 나눌 누군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교회가 이러한 이들을 위한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위로하는 사역에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OECD 가입국가 중 자살률 1위, 한해 1만 5000여 명 자살이라는 현실 속에서 사회와 교회는 지금까지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생명의 소중함을 그 어느 곳보다 절실히 깨닫고 있는 교회는 자살의 증가 및 자살이 사회에 가져오는 부정적 영향력에도 불구, 교리적 이유로 인해 자살이라는 이슈에 대해 제대로 접근하지 못했고, 자살 예방이나 자살자 유가족 등을 위한 사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오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자살을 방지 위해 라이프호프(Life Hope) 기독교자살예방센터(공동대표:노용찬 박상칠 유영권)는 한국 기독교가 중심이 된 자살예방센터를 설립해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 지난 2012년 3월 창립됐다.

라이프호프는 중고등학교와 교회, 사회복지 관련 단체를 대상으로 자살예방을 위한 '생명보듬이 기초교육 무지개'를 진행하며 자살예방 강사를 양육하고 있다. 이외에도 40, 50대 가장을 위로하기 위한 '마음이음4050', 주변환경을 정화하고 아름답게 해 생명력 넘치는 공간으로 만드는 '희망벽화 그리기' 등의 사역을 펼친다. 
세계자살예방의 날(9월10일)을 즈음해서는 한국교회가 이 땅의 상처받고 소외된 이웃을 돌보고, 생명 문화 확산을 위해 예배와 기도로 함께 참여하는 '생명보듬주일'을 지키며,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1500여 명이 함께 걷는 '생명보듬 함께걷기' 행사도 개최한다.

자살 시도자 및 그 유가족들을 위해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저녁 '마음이음예배'를 드리며 무엇보다 기독교인 가운데 자살 시도자와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지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마음이음전화(1588-0124)'도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청소년들을 자살예방을 돕는 이들로 양육하는 '라이프키퍼캠프'도 매년 개최하고 있다.

라이프호프 운영위원장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한국사회에서 한해에 자살로 죽는 사람은 1만 5000여 명로 하루 평균 43명 꼴이며, 군대로 말하면 육군 1.5개 사단이 매년 죽어나가는 것이고, 초등학교 1.5개 반이 매일 자살로 없어지는 격"이라며, "이런 상황 속에서 생명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한국교회가 생명을 살리는 데 동참해야 한다. 지금 우리 주변에 생명을 놓고 고민하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하나님께 함께 나아가자고 말하는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고 자살 방지 및 치유 사역에 한국교회와 교인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표현모 hmpyo@pck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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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공동생활가정지원센터 한온교 목사가 말하는 생명살리기
'약자 지도 만들기'

"아이들이 쉽게 어른들의 폭력에 노출되고 삶과 인격이 경시되는 것은 아마도 그들이 약자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기독교인들만이라도 이 세상의 창조주가 약자의 편에 서 계심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버림받은 아이들에게 가정같은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그룹홈 사업을 지원하는 서울특별시 아동공동생활가정지원센터장 한온교 목사(남대문교회)는 점점 더 생명의 가치를 가볍게 여기는 사회 풍조에 대해 분명 교회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먼저 기독교인들은 내 자녀만 생각하는 마음부터 내려놓아야 합니다." 한 목사는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똑같이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소중한 존재인만큼 기독교인들이 이제는 '내 자녀'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하나님의 자녀들'로 시선을 넓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금 교인들이 남의 아이를 대하는 모습은 마치 강도만난 사람의 옆을 무심히 지나가는 제사장 같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의 경우 안색이나 옷차림만 잠시 살펴봐도 무슨 문제가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지만, 우리는 내 자녀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들을 외면하며 지나갑니다." 

한 목사는 이런 기독교인 부모들의 '잘못된 외면'을 고치기에 가장 좋은 장소가 교회라고 말했다. 교회는 나와 내 아이의 생명뿐 아니라 타인과 그 자녀의 생명도 중요함을 배울 수 있는, 창조주의 시선으로 약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이 된다는 것.

또한 약자의 생명에 대한 사랑은 반드시 교회 밖으로까지 전해져야 하는데, 가장 쉬운 방법은 주민센터를 통해 교회 주변 아이들의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교회에는 교회 주변에 살고 있는 약자들의 현황을 담은 지도가 있어야 합니다. 마치 아파트에서 옆 집에 누가 살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모르는 것처럼 교회가 주변에 어떤 어려움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전혀 모른다면, 그건 하나님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교회라고 말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한 목사는 교역자들이 매일 이 지도를 바라보며 지역에 맞는 생명 살리기 사역을 찾아낼 것을 요청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약자들과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그녀는 먼저 기독교인들이 교회와 가정에서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지 않는 것, 그들에게 결정의 기회를 주지 않는것, 성장하고 누릴 수 있도록 기회나 예산을 배정하지 않는 것 등 잘못된 구조적 경시풍조를 바로잡자고 호소했다. 

"사회나 교회나 가정이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어디서나 폭력 등 불합리한 것들은 낮은 곳에 있는 약자들에게 흘러갑니다. 이것을 인지한 강자들이 더 많은 짐을 져서 약자들을 보호하고 그들도 자신처럼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이 바로 하나님의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보다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교회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을 것을 제안했다. 약자들과 부활의 기쁨을 나누려면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학대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모든 형태의 폭력에 대해 구분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우리의 분노가 약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말씀으로 다스려야 한다. 무엇이 아이들의 자존감을 낮추며, 어떤 말이 그들을 낙심하게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우선시하는 것들이 과연 아이들의 인생 전체의 우선순위와 맞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한 목사가 기자에게 물었다. "과연 하나님은 내 아이를 또 우리 주변의 아이들을 어떤 아이로 키우길 원하실까요?"
  차유진 echa@pck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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