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개도국 지위 포기선언과 농촌마을 그리고 농촌교회

WTO개도국 지위 포기선언과 농촌마을 그리고 농촌교회

[ 독자투고 ]

백명기 목사
2019년 11월 15일(금) 19:21
WTO개도국 지위 포기선언과 농촌마을 그리고 농촌교회

'농민권리선언'은 유엔에서 국제기구와 각 국가가 영세소농을 보호하라고 강력히 요구한 선언이다. 영세소농의 생존권 보장 없이는 인류의 식량안전과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8년 12월 18일 제73차 유엔총회 '농민권리선언'이 찬성 121표, 반대 8표, 기권 54표로 통과되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농민권리선언문 표결에 '기권' 입장을 밝혔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우리 정부가 2019년 11월 25일에 WTO(국제무역기구) 개도국 지위 포기를 선언했다.

WTO는 국제무역의 90% 이상을 감시하고 규제하는 국제기구이다. 1995년 WTO가 출범할 당시 우리나라는 개도국 특혜를 인정받았다. 1996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하면서도 농업과 기후변화 분야에서 개도국 특혜 유지를 인정받았던 우리나라가 개도국지위 포기를 선언한 것이다. 물론 미국의 거센 압력에 굴복한 것이지 우리 정부가 자발적으로 개도국지위를 포기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고 하는 소식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향후 상당한 피해가 예상되는 농업분야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최대한 우리 농민을 보호하겠다고 말하면서도 미확정인 '공익형 직불제'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

분명코 우리 농촌은 선진국 수준이라 말할 수 없다. 농업분야의 선진국이라면 1인당 평균 경작면적이 수십 ha에 이르지만(캐나다 81ha, 프랑스 14ha, 미국 31.5ha) 우리나라는 0.8ha에 불과한 영세소농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개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농업분야에서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했다면 분명코 농업정책과 농업구조를 선진국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 정부가 농민권리선언 표결에 기권할 무렵 우리 농민단체들은 농업가치를 헌법에 반영하자는 1000만명 서명운동을 1개월 만에 달성하였다. 현재 농민단체들은 공익형 직불금제, 최저가격안전보장제, 청년농업인 지원금, 농업 관련 예산 확대, 농업 상생기금 조성, 상생기금 관련 총리실 산하 위원회 설치 등의 6개 안을 요구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농산물 수요기반 확대, 후계농 양성, 공익형 직불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공익형 직불제란 모든 재배 작물을 대상으로 일정액을 지급하는 제도로 WTO 규제에 포함되지 않아 개도국 지위를 포기해도 운영이 가능한 제도이다. 기존에 시행되던 쌀 중심의 직불체계를 공익형으로 개편하여 모든 작목으로 확대하고, 면적에 비례하여 지급함으로 대농에게 유리하던 제도를 중소농에게 유리하도록 개편하며, 공익의무와 연계하여 시행하겠다고 한다.

필자의 의견에는 가장 중요한 것은 농업과 농촌을 살리고 지속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그에 합당한 정책 그리고 정책을 실현할 농업분야에 대한 재정을 확보하는 것이다. WTO개도국 지위 포기를 선언한 정부가 준비 중이라는 공익형 직불제와 현재 지방자치단체 별로 조례를 제정하여 시행중인 '농민수당'과 어떻게 연계하고 병행할 것인지 농어촌교회의 목회자와 교인들도 관심을 가지고 잘 살펴보아야 한다. 농업과 농촌마을에 닥친 어려움은 농촌교회의 어려움으로 직결되어 현실화되고 있다. 농어촌 마을목회란 농어촌교회 교인들을 농어촌 마을의 주민으로 보는 눈과, 마을의 주민들을 익명의 그리스도인으로 보는 이중적 정체성 존중하는 것이다. '농촌마을이 살아야 농촌교회가 산다'라는 말처럼 농촌마을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닥쳐온 개도국지위 포기로 인한 위기는 농어촌교회의 위기로 인식하며 기도한다.



백명기 목사/총회 농어촌선교부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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