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욕망과 경제정의 사이에 선 기독교인

부동산 욕망과 경제정의 사이에 선 기독교인

[ 특집 ] 2월-부동산, 욕망과 윤리 사이의 기독교인<1> 부동산과 기독교인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0년 02월 07일(금) 08:36
대한민국 부동산 가격이 또 다시 들썩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최근 사상 처음으로 9억 원을 돌파했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 1216만 원으로 지난 2018년 1월 7억 원을 돌파한 이래 최근 1년간 빠른 속도로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다. 중위가격이란 주택 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위치한 가격을 의미한다.



#현재와 미래를 저당 잡은 부동산 욕망



최근 젊은 세대들은 자신의 노동으로는 재정 안정은 커녕, 집 한 칸 마련할 수 없다는 좌절감에 이른바 '갭 투자(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주택의 매매 가격과 전세금 간의 차액이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 방식)'에 몰두하고 있는 현상이다. 집값이 올라가는 속도를 직장인들의 연봉으로는 도저히 쫓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좌절감과 욕망이 투기를 불러일으킨 셈이다.

젊은 세대들은 마포, 용산 그리고 성동 등으로 몰려들어 최근 이곳의 집값 상승률은 강남을 넘어서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대출 한도를 최대한 이용해가며 위험한 대출을 감행하고 있는데 부동산전문가들은 이들이 너무 무모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가격이 급락할 경우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이제 성인들만의 이슈는 아니다. 몇년 전 한 언론사가 초중고 학생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었더니 '건물주'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는 이야기가 세간에 회자가 될 정도로 부동산으로 인한 불로소득은 우리 미래세대의 정신마저 갉아먹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초등학생들과 청소년들 사이에서 '월거지(월세 사는 거지)', '빌거(빌라 사는 거지)', '엘사(LH 임대아파트 사는 거지)'라는 은어가 스스럼 없이 사용되는 상황에서 이제 부동산의 소유 여부는 마치 봉건시대의 계급이 된 듯 하다.



#비기독교인과 구별되지 않는 기독교인



교회와 기독교인들이라고 부동산을 대하는 자세에서 비기독교인들과 구별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 교회들은 예배당이나 수련관, 교육관, 기도원, 교인묘지 명목으로 땅과 건물을 사지만 이 과정에서 투기적 성격의 매입을 하면서 교회를 성장시키기도 했다. 또한 성도들은 사회의 부동산 투기 열풍에 동참하면서 이를 통해 수입을 얻은 것을 하나님이 주신 복으로 간주한다. 이들의 십일조와 감사헌금은 교회를 위한 헌신으로 해석되어 교회 내에서 칭송을 받는 것이 일반 교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설교 강단에서는 온전한 십일조에 대한 강조와 이를 잘 실천하는 이들에 대한 칭찬은 있어도 성경에서의 하나님은 희년 제도를 통해 모든 사람이 토지에 대한 평등한 권리를 누리기를 원하셨으며, 불로소득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이 아니라는 예언자적 선포는 거의 없다. 하나님 나라가 임해야 할 교회에서 한쪽에서는 불로소득을 얻은 성도의 감사와 가난을 벗어나지 못해 탄식하며 우는 성도들의 모습이 동시에 존재한다.



#희년과 헨리 조지의 사상을 기억해야



성경에는 가난한 자들을 위한 '희년 제도'가 기록되어 있다. '희년'이란 매 50년마다 빚이 탕감되고 팔렸던 자신의 땅과 집과 몸을 회복하게 되는 해를 의미한다. 성경의 레위기에서 '토지를 영구히 팔지 말 것은 토지는 다 내 것임이니라(레 25:23)'라는 구절이 명시되어 있다.

이 '희년'의 의미를 가장 잘 파악한 인물은 1839년 미국 필라델피아 출생의 경제학자이자 사회철학자 헨리 조지(Henry George)다. 그는 그의 저서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1879)'을 통해 "토지에서 발생하는 가치는 지주 혼자가 만든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함께 만든 것이라는 점에서 사회가 토지가치를 창출했으면 전체 사회가 그 이익을 거두어야 한다"며 토지가치세제도(혹은 지대조세제도)를 주장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 사이에 세계를 휩쓸었던 헨리 조지의 사상은 당시 기득권층과 결탁한 경제학자들에 의해 폄하되어 이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최근 들어 부동산으로 인한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전세계적으로 헨리 조지의 사상을 다시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최근 다시 불어오는 부동산 열풍 속에서 교회와 개인은 불로소득의 욕망, 혹은 뒤쳐지지 않고 싶은 욕망을 하나님이 원하시는 경제정의의 실천과 이웃사랑으로 이겨내야 할 도전 앞에 서 있다. 이 욕망과 정의·사랑이라는 좌표 위에 서 있는 곳이 바로 지금 하나님 앞에서 당신의 위치라는 것을 기독교인들은 기억해야 할 때다.


표현모 기자
부동산 문제, 교회가 공적 역할 해야    부동산, 욕망과 윤리 사이에 선 기독교인 (2)부동산 문제, 기독교인의 올바른 시각은?    |  2020.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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