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집사 그 사이 어딘가

청년과 집사 그 사이 어딘가

[ Y칼럼 ] 박희영 청년 ①

박희영 청년
2022년 06월 01일(수) 09:26
대학부 혹은 청년1부라고 불리는 부서에서 신입생으로 인사한 지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어느새 30대 후반의 나이가 되었다. 나보다 몇 살 많지 않은 미혼의 청년이 올해 초 집사의 직분을 받았다. 그 모습을 보자니, 몇 년 후 결혼하지 않고서도 청년이 아니라 집사가 되고, 여선교회에 속하게 되는 내 모습이 그려졌다. 괜히 한숨이 나왔다. 청년과 집사, 그 사이를 경계 짓는 것은 무엇일까? 결혼의 여부인 걸까? 나이의 많고 적음인 걸까?

대다수 교회는 청년부를 대학부 혹은 청년1부라는 이름으로 대학생 혹은 20대 중반 정도까지의 나이로 구분 짓는다. 청년2부는 대체로 결혼하지 않은 대학생 이상의 청년이 속하게 된다. 그리고 문제의 30대 후반, 40대 초·중반의 미혼자들은 청년의 타이틀을 더이상 유지하지 못하고, 집사가 된다.

과거에는 30대 초중반, 늦어도 후반에 많은 청년들은 결혼을 하고, 집사가 되고, 각 선교회로 배치되면서 교회에 정착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더이상 결혼이 필수로 작용하는 사회가 아니고, 청년들은 취업과 경제적 이유 등 다양한 이유로 혼자 사는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당연히 교회에도 결혼하지 않고, 나이를 먹은 청년들이 있고, 이들은 청년과 집사 그 사이 어딘가에 불안정한 모습으로 서 있다.

같은 나이대라고 할지라도,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관심사는 달라진다. 이제 막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거나 혹은 낳을 준비를 하는 사람과 결혼하지 않고,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심사는 아마 극과 극으로 다를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이 선교회라는 이름으로, 집사라는 이름으로 한 공동체에서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면? 그리고 미혼의(혹은 비혼의) 사람들이 소수라면, 그 공동체에서 어색하게 웃으며 앉아있는 것이 전부일 것이고 그러한 상황이 반복된다면 점차, 그들은 교회에서 적응하기 무척이나 어려울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어쩌면 청년에서 집사로 가는 그 자체가 부담이 되고, 교회에서 도망치고 싶거나 상처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아니면 적어도 당사자에게 집사와 청년 그 사이에서 당신은 어떤 것을 선택하고 싶은지 의사를 묻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제는 교회의 청년을 나누는 구조가 변화될 시점이다.

박희영 청년 / 한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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