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 이즈 홀스(Latte is horse)'

'라떼 이즈 홀스(Latte is horse)'

[ Y칼럼 ] 박희영 청년 ③

박희영 청년
2022년 06월 15일(수) 09:37
여기 한 청년이 있다. 이 청년은 금, 토, 주일 세 번 교회에 나간다. 금요일은 금요찬양예배 싱어로 봉사하고, 토요일은 교회에서 부교역자를 도와 주일을 원활하게 만드는 일을 한다. 주일에는 오전부터 오후 예배까지 교사로, 청년으로 이모저모 자신의 쓸모가 있는 곳에서 일을 한다. 이렇게 봉사하는 청년은 요즈음 세상에 무척이나 보기 어렵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성적을 관리해야만, 취업전선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고, 좁디 좁은 취업 문을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 온갖 스펙과 시험에 대부분의 시간을 쓰는 것이 청년의 현실이다. 그런데, 교회에서 무려 3일의 시간을 쓰고 있다니! 또래와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열심인 청년에게 칭찬과 애정, 응원이 넘쳐야 함에도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몇 년 전 유행한 말 중 "라떼 이즈 홀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흔히 선배(라고 쓰고 꼰대라고 부른다)들이 "나 때는 말이야"를 시전하는 상황을 유쾌하게 비틀어 "라떼 이즈 홀스"라고 표현한 것이다('나 때'와 비슷한 발음인 '라떼'와 '는'은 영어로 is, '말이야'는 horse, 합쳐서 라떼이즈홀스).

교회의 어른들도 '나 때는 말이야'를 시전한다. "나 때는 청년들이 교회 일 다 했다. 나 때는 교회에 와서 살았다" 등 온갖 라떼 드립이 난무한다. 이들은 '자신은 그때 열심히 했기 때문에 지금은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꼰대'라는 불명예를 얻는 것이다. '내가 그때 열심히 봉사했으니, 너도 봉사하라'는 말은 그때와 지금의 상황과 맥락을 무시한 꼰대 발언일 수밖에 없다. 이를 듣는 청년이 '아, 그때도 했으니, 지금도 당연하니까 내가 하는 봉사는 아무것도 아니야'라면서 '그저 묵묵히 봉사를 계속해야겠구나'라고 생각할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고, 역효과를 가져올지도 모르겠다.

말은 무척이나 쉽다. 과거 그들의 '나 때'의 이야기가 쓸모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과거의 일은 과거로, 지금은 '라떼 이즈 홀스'를 시전할 때가 아니라 함께 '지금'을 만들어가야 하는 것 아닐까. 교회는 모두가 함께 일하고, 만들어가는 곳이지, 몇몇의 수고와 봉사로 만들어지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희영 청년 / 한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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