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추위는 지나고 서서히 '기지개'펴

혹독한 추위는 지나고 서서히 '기지개'펴

[ 2022결산 ] 기독문화계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2년 12월 27일(화) 07:32
최민준 목사의 우크라이나 종식을 위한 그림.
코로나19 장기화로 잔뜩 움츠렸던 기독문화계가 올해는 기지개를 켜고 서서히 활기를 찾아갔다.

그동안 온라인으로 진행됐던 영화제는 오프라인 운영으로 재개됐다.

제19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가 코로나 시대 속에서 삶의 소중한 의미를 전하며, '회복'의 메시지를 담은 18편의 영화를 소개했다. 온·오프라인 병행으로 진행된 영화제에서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며, 전쟁의 잔혹함을 알리고 평화의 간절함을 전하는 다수의 영화를 소개해 관심을 모았다. 특히 그리스도인으로서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은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제4회 모두를 위한 기독교영화제(모기영)도 오프라인으로 관객과 소통했다. SF 판타지를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객관적이고 명확한 시각에서 성찰해볼 수 있는 영화 12편이 소개된 이번 영화제는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 영화를 통해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이 함께 즐기고 소통하는 '모두의' 영화제로 한단계 더 성장했다는 평가였다.

팬데믹 이후 2년만에 재개된 제7회 한국기독교영화제는 대중적인 시선을 담아내면서도 복음의 핵심이 분명한 영상 콘텐츠를 소개하며 관객과 소통했다. 단 하루만 진행된 영화제였지만 스타워즈, 미션임파서블7, 블랙팬서, 아쿠아맨2 등을 촬영한 헐리우드 항공촬영감독 스테반 오, 'XM2' CEO와 영화 'MOST'로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영화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된 가라베디안 감독 등을 초청해 일대일 멘토링을 제공하며 신진감독들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기회를 제공했다.

사회적거리두기 해제로 영화제는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과 호평으로 성황리에 마쳤지만 극장 개봉작 영화 '머슴바울'이 교계의 기대 속에서도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영화 '머슴 바울'은 1901년 조선인 최초의 목사가 된 김창식 목사의 이야기로, 한국 기독교 최초의 뮤지컬 영화다.

한장사 임프린트.
용욱이의 편지 포스터.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문화행사도 잇따랐다. 월드비전은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하기 위해 '2022 월드 이즈 원(World is One : for Ukraine)' 콘서트를 열었다. 선교를 위한 문화 예술인들의 네트워크 글로벌 팬(Global Fan)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고 전쟁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로하기 위한 평화 콘서트 '샬롬! 우크라이나'를 개최했다. 최민준 목사(서울강동노회 공로)는 우크라이나전쟁 종식을 위한 개인 미술전을 개최했다. 최민준 목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막 시작되자마자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위해 기도했다"면서 "우크라이나 아픔을 위로하고 힘을 전하고 싶어서 그림을 그렸다"고 전시회 목적을 소개했다.

기후위기의 시대, 하나님의 창조 세계 회복의 메시지도 눈길을 끌었다. 기후위기 시대에 인간의 오만과 욕망으로 훼손된 상황에서 아름다움을 찾아 기억하고 향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태니컬 아트(Botanical Art) 전시회 '창조세계의 신비: 하나님의 창(God's Window)'이 열렸다.

한국YWCA연합회 '보노보프로젝트' 팀은 수몰 이주민 이야기에서 더 나아가 인류세와 기후위기를 담은 연극 '우리가 남기는 흔적들'을 선보였다. 이 연극은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문제의식과 감각을 고취하고, 관람객인 시민들과 함께 연대해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로 기획됐다.

또 NGO 월드비전은 '우리가 꿈꾸는 환경'을 주제로 기후위기의 피해를 받고 있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응원하기 위한 '2022 꿈 엽서그리기대회' 를 개최했다.

제19회서울국제영화제 폐막작.
코로나로 지친 관객들을 위로하는 연주회도 '날개'를 폈다.총회문화법인(이사장:주승중, 사무총장:손은희)은 '새참음악회'를 개최하며 관객과 '함께'했다. 총회 문화법인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서 '캐럴 인 서울(Carol in Seoul)'을 주제로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음악회를 개최했으며 이에 앞서서도 꾸준히 지역의 교회카페에서 '음악회'로 '회복'과 '힐링'의 시간을 전했다.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찬양사역자들은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을 위해 희망을 전하는 '힘을 내요, 그대'의 음원을 발표하고 희망을 전했다.

CCM계는 올해 1세대 여성 찬양사역자 최미, 최명자, 손영진, 송정미가 후배 CCM 사역자를 격려하기 위한 라이브 공연 'THE DIVAS'를 열었고, '소원'의 한웅재 목사는 3년 만에 앨범을 발표하고 라이브 콘서트를 개최했다.

교회음악은 여전히 예배음악이 강세지만 CCM도 조금씩 회복세로 들어서고 있다. 인피니스 신광호 팀장은 "CCM시장이 여전히 위축되어 있지만 지난 3년에 비해 활발해지고 있다"면서 "특히 최근에 가슴 아픈 일들이 많이 일어나면서 회복과 치유의 메시지를 담은 앨범을 준비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특히 신 팀장은 "2023년에는 다양한 스타일의 음원들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예배음악이 여전히 강세이긴 하지만 순수 CCM음악 팀들이 탄력을 받고 활동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팬데믹 이후 2년만에 재개된 제7회 한국기독교영화제.
그러나 기독출판계는 안타깝게도 여전히 혹독한 겨울을 보냈다. 2000년대 이후 한국교회의 침체와 함께 찾아온 기독출판계의 겨울은, 현실과 분리되고 이원화되면서 깊어져 코로나19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연기·축소됐던 국제도서전이 3년 만에 대규모로 서울에서 열려 책에 대한 독자들의 갈증을 해소시켰다. 15개국 195개사가 참여한 도서전에서 기독교 출판사는 (사)한국기독교출판협회(기출협·회장:김수곤)를 중심으로 20여 개의 출판사가 총 8개 부스를 마련하고 독자들과 소통했다.

한국 장로교출판사(한장사, 사장:박창원)가 임프린트(imprint) 브랜드로 'PCK북스'와 '소북소북'을 운영하며 대형 출판사들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임프린트 시스템을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위축된 출판계에서 출판의 전문화와 경쟁력 강화, 이에 따른 매출 증가등 긍정적 평가를 얻으며 코로나 시대 출판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공연계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큰 타격을 받았던 일반 공연계가 빠르게 활력을 찾고 있는 것에 비해 기독공연계는 아직 잠잠하다.

올해초 최무열 프로듀서가 5년만에 제작한 뮤지컬 '용욱이의 편지'가 초연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톨스토이의 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재구성한 뮤지컬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뮤지컬 '창세이야기' 앙코르 공연, 청년들의 삶의 이야기가 담긴 뮤지컬 '아르바이트', 창작 복음 뮤지컬 '선물 인투 더 바이블' 등이 막을 올렸지만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뮤지컬 '요한복음'이 새로운 시즌으로 관객을 만나면서 스테디셀러로 명맥을 유지했다.

기독문화계의 2022년은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서서히 맞이하는 봄의 길목 어디에서쯤 새싹을 피워내기 위해 부던히 애쓴 한 해였다. 그러나 여전히 대중문화 속 기독교는 부정적으로 묘사됐고, 현실의 도전 앞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문화선교연구원 백광훈 원장은 "안타깝게도 세상이 바라보고 평가하는 그리스도인들과 교회는 기대에 부응지 못하고 있다"면서 "문화를 변화시켜 더 좋은 세상을 가져오기보다는 세상의 문화를 답습하거나 때론 세상보다 뒤떨어져 있는 문화적 지체현상을 보이고, 때론 역행적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인해 신뢰마저 상실해버린 모습을 보이곤 한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2023년 기독문화계가 해결해 내야 할 과제다.


최은숙 김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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