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읍의 작은 돌멩이처럼 '낮아짐' 실천

성읍의 작은 돌멩이처럼 '낮아짐' 실천

[ 우리교회 ] 울산노회 언양제일교회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3년 04월 06일(목) 10:09
【 울산=임성국 기자】경주, 울산, 밀양, 양산의 교통 중심지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었던 언양읍성. 다른 읍성과 달리 낮고 평탄한 평지에 네모반듯하게 성돌을 둘러쌓아 세워졌다. 과거 신라의 수도, 경주를 지키는 요새로 외세의 침입을 방어 했지만, 임진왜란 당시 무너져 현재는 성곽 일부만 남아있고 복원 사업이 진행 중이다.

그곳 언양읍성에서 불과 100m 거리에 자리 잡은 울산노회 언양제일교회(변인덕 목사 시무). 교회는 121년의 긴 세월 동안 읍성과 같이 지역 사회를 돌보며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함을 간직한 언양의 모교회로 굳건히 섰다. 자신들을 성읍을 이루는 작은 돌멩이에 비유하며 겸손과 낮아짐을 잊지 않으면서도 하나님 나라의 견고한 성읍을 이어가는 신앙 공동체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늘 품고 있다.

교회는 1902년 호주 왕길지(Gelson Engel) 선교사가 부산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복음을 전하던 중 설립됐다. 긴 역사만큼 막중한 사명을 감당하며 언양읍성의 성문이 열리고 닫히던 과거의 현상을 신학적으로 해석해 모든 사역에 적용했다. 담임 변인덕 목사는 "성문이 닫힌 교회 안에서는 평신도를 세워 공동체를 훈련하고, 문이 열릴 때는 성도들을 교회 밖 세상으로 파송해 복음을 전하도록 힘쓴다"며 "이러한 때를 대비해 교회는 말씀과 기도로 세워져 가야하고, 문이 열린다는 의미를 단순한 개방의 의미보다 나아간다는 적극성을 담아낸다"고 전했다.

성문이 분기점 된 지역의 특성을 신학적으로 해석해 인용했지만, 불신자들은 언제나 들어와도 편안한 교회가 되는데 집중했다. 소통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문은 허물기 위해 노력했고 경청하고 변화하며 섬김에 앞장섰다. 변인덕 목사는 "전통은 시간의 보물상자이고, 내일이라는 미래는 오래됨을 통해서 배울 수 있다"며 "예수님께서 낮아지셔서 세상을 섬기셨듯이 서로가 한 몸 되어 세상을 섬기고, 믿지 않는 지역 주민들을 섬기는 아름다운 역사를 지닌 공동체가 언양제일교회이다"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교회는 자유함과 열린 공간을 주창하면서도 전통의 중요함은 고수한다. 특별히 드려지는 예배는 장로교 전통을 계승하며 본질에 충실하도록 목숨을 걸었다. 매월 셋째 주에는 전교인 대상 성경공부를 진행하고, 중보기도학교, 묵상기도학교, 영성훈련의 일환인 은혜수련회 등으로 양육 프로그램을 다각화했다. 지난해 교회 창립 120주년을 맞아선 주일 오후 예배 시간에는 성도 개인의 기념일을 축하하는 온 성도 생일 잔치를 진행했고 구역 구성원이 준비한 선물과 편지, 변인덕 목사가 직접 쓴 손편지 등을 선물하며 공동체가 기쁨을 나누는 특별한 시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교회도 2020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어려움이 있었다. 교회론이 위협받는 시기, 예배에 더욱 집중했던 이유이다. 변인덕 목사는 "당회원과 성도들에게 코로나19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지우개'라고 설명했다. 과거에 붙들린 사람은 전진할 수 없음을 인식해 공동체가 잘 못한 것을 회개하고 변화를 위해 노력했다"며 "코로나19로 예배가 어려운 시기 모두가 잘 못을 인정하고 마음을 다해 본질에 집중하길 원했다"고 전했다. 그 결과 예배는 80% 이상 회복됐고, 헌금은 더욱 증가해 풍성한 사역을 가능케 했다.

이 같은 위기 속에서 교회의 섬김은 오히려 빛이 났다. 교회 예산 없이도 성도들은 자발적으로 회비를 모아 '지역 교회의 환경 개선'을 도왔고, 지역 관공서와 아파트 경비소, 병원 등을 방문해 음식을 대접하며 위로를 건넸다. 이외에도 교회 봉사부는 일주일에 한 번씩 '도시락 배달'을 통해 지역의 소외된 계층에 사랑 나눔을 실천 중이다. 활성화하던 '경로대학'은 지역 교회의 어려워진 사역을 위해 과감히 중단 했고, 남여선교회의 소그룹 사역은 헌신예배 등을 통해 더욱 강화하며 건강한 공동체의 뿌리로 자리 잡았다. 이는 교회가 지역 사회와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막힌 문을 허무는 동력이 됐다.

언양제일교회 변인덕 목사
위기를 극복한 교회는 '선교적교회' 시대를 대비한 열린 공간으로 새롭게 도약하는 공동체가 되고자 예배당 건축도 계획 중이다. 이를 위해 모든 성도는 10년 전부터 '겨자씨 헌금'에 동참했다. 건축위원회도 구성돼 교회의 상황과 필요에 맞는 건축을 위해 기도 중이다. 이외에도 해외 필리핀 선교지에 두 곳의 교회를 세워 현지인 사역자를 파송하고 교회 자립과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일을 위해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를 위한 당회원들의 솔선수범, 헌신의 리더십은 건강한 교회의 체질을 형성했다. 변인덕 목사는 "우리 당회원, 특별히 장로님들은 헌신과 수고의 모습이 가장 귀하고 크다. 자율적이면서도 책임이 강하고 늘 섬김에 앞장서는 분들이다"라며 "모든 성도들이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며 헌신적인 당회는 언양제일교회가 가진 특별한 전통이자 자랑이라고 전했다.

불신자들이 방문해도 편안한 교회, 받은 은혜로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힘쓰는 언양제일교회는 2023년 표어를 '은혜를 받자'로 설정했다. 모든 것이 흔들리는 위기 시대이지만, 은혜 안에 거하면 흔들리는 것들 속에서도 중심을 잡을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푯대 삼아 은혜받길 소망하는 지역 교회의 오랜 전통이 내일의 더 큰 보물로 열매 맺길 기대해 본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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