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하지만 단단한 로컬처치, 이 교회가 지역사회와 동행하는 법

심플하지만 단단한 로컬처치, 이 교회가 지역사회와 동행하는 법

[ 우리교회 ] 태릉교회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3년 08월 10일(목) 07:08
'동네교회(로컬처치)'라면 '지역다움'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지역사회의 일상을 세밀하게 이해하고 그 가치를 공동체 안에 담아낼 때, '동네다움'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작지만 지속가능한 교회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창립 62주년을 맞은 서울북노회 태릉교회(김유현 목사 시무)는 주택가에 조용하게 자리잡은 '동네교회'다.

평일에도 주차장을 개방해 교회 마당은 드나드는 차량으로 분주하고, 특히 영화 '업'할아버지 꼭 닮은 김유현 목사는 누가 뭐래도 '동네 할아버지'로 지역과 어우러진다.



'동네교회'는 지역의 문화와 정서를 존중하면서 '마을 속 교회'인지 '교회 속 마을'인지 구분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공존해야 한다.

김유현 목사가 태릉교회를 "없는 게 참 많은 교회"라고 소개하는 이유다.

교회는 젊은세대보다 중노년층이 많아 새롭고 복잡한 프로그램보다 예배와 신앙훈련에 집중하며, 교인들이 삶 속에서 신앙 고백적 실천을 이어가는데 초점을 맞춘다.

주중 프로그램은 새벽예배 수요예배 금요기도회 외에는 없다. 언뜻 보면 김 목사의 말처럼 "많은 게 없는 교회" 같지만 이 교회 알고보면 "참 다양한 일"을 한다.



태릉교회는 '특별새벽기도회'가 없다. 교회가 위치한 공릉동 일대는 전형적인 서민주거지역으로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이른 새벽부터 길을 나서야 한다. 대부분 현장 노동자들이다. '말씀을 따라 참된 쉼을 얻기 위해 예수님의 온유함과 겸손을 배우는 교회'가 교인들에게 '특별'한 부담을 지우고 싶지 않은 배려였다.

부흥회 대신 특수목회를 하는 목회자들을 초청해 교제한다. '교회'라는 틀 안에 갇혀 있는 교인들과 다양한 목회현장을 나누며 새로운 신앙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김 목사는 "부흥회는 강렬한 스토리는 있지만 나의 삶과는 조금 동떨어진 이야기가 될 수 있다"면서 "일하다가 트럭을 몰고 온 목회자의 모습 속에서 장애를 가진 목회자의 사역 속에서 혹은 목수인 목회자의 일상에서 교인들이 신앙과 삶이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덧붙였다.

'오후 예배'도 없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중단됐지만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다. '교인들의 쉼'이다.

오후예배를 진행하면 주방을 개방해야 하고 자연스럽게 여전도회원들을 비롯한 교인들의 헌신을 자연스럽게 요구하게 된다. '진정한 하늘의 쉼으로 행복하고 웃음 많은 삶이 되어야 하는 교회'가 교인들에게 봉사라는 이름으로 헌신을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대신 주일예배를 2부에서 3부로 늘리고 '교인이 행복한 교회'에 집중했다. 교회가 오후예배를 중단하자 지역사회가 웃게 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예배 후 자연스럽게 또래 모임이 형성되면서 지역의 식당과 카페가 교인들로 북적거리게 됐고 자연스럽게 지역상권이 활성화됐다. 교회 내에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교인과 지역사회가 함께 웃고 함께 행복하게 된 셈이다.

'전도팀'도 없다. 김 목사는 부임하자마자 "새교인이 1년에 12명만 모이면 된다"면서 전도팀을 해체했다. 교회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지만 결과적으로는 1년에 12명의 새교인들이 모인다. 올해는 벌써 11명의 성도가 교회를 찾았다고.

김 목사는 "사람의 정서는 간단하지 않기 때문에 자기 정서에 맞는 터전을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먼저다"면서 "경건한 종교심이나 성령 체험이 아니라 자신의 정서와 문화 속에서 건강한 신앙생활을 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태릉교회는 '고유한 정서'를 '재미와 즐거움'으로 정했다.

"교회를 찾은 분들이 불편하지 않게 우리가 먼저 즐겁고 재미있게 생활하는 것"이라는 김 목사는 "봉사와 전도, 헌금, 양육훈련 등으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오직 예배에만 충실하고 지역사회와 나누면서 우리만의 고유한 터전을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태릉교회가 새교인이 와도 등록을 권하지 않는 이유다. 오히려 지역의 여러 교회를 추천하고 다녀보라고 한다. 그럼에도 태릉교회 새성도 정착율은 63% 로 높다. 이마저도 대부분 이사를 하거나 학생들이 졸업과 취업을 이유로 주거지를 옮기면서 교회를 떠나는 경우로 수평이동은 거의 없다.

김유현 목사.
태릉교회는 교회 내 있는 프로그램을 단순화시켜 모든 사역을 교회의 본질에 집중하기 때문에 '없는 게 많은' 교회를 자처한 셈이다.

교역자는 말씀을 공부하고 말씀을 전하는 일에 집중한다. 교인들은 들은 말씀을 생활 속에서 적용하며 살아간다. 교회 안에서는 예배에 집중한다. 성경을 배우고 기도생활하며 은혜를 나누고 찬양한다. 세상 밖 교회는 이웃과 나누며 섬김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계속 흘려보낸다. 이것이 태릉교회의 본질이다.

10여 년 전 부임한 김 목사의 목회관은 단 하나였다. "지역 주민들이 알면 '좋은 교회'가 되자"는 것.

"주민들이 '우리동네에 '저런 교회' 하나 있어도 괜찮겠네 하는 교회가 되고 싶었다"는 김 목사는 '좋은 교회'가 되기 위해 나눔을 시작했다.

2013년부터 10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지역주민들에게 '사랑의 쌀'을 나눴다. 교회는 지역의 어르신과 장애인 노숙자 등 소외된 이웃들에게 21회에 걸쳐 5644포대(10kg 기준), 5만6440kg을 나눴다. 그저 이웃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려고 시작했는데 여기저기 "잘한다"고 칭찬도 받았다. 2016년 '희망온도 따뜻한 겨울나기' 사랑의 열매 표창부터 , 2019년 모범구민표창(노원구청), 2020년 사회복지의 날 민관협력부문 표창(노원구청), 2023년에는 '희망온돌 따뜻한 겨울나기' 우수기부단체 감사패(노원구청) 등을 수상했다.

이웃 섬김은 교회 섬김으로도 이어졌다. 교회는 지난해 창립 61주년을 맞아 선교지원 프로그램 '동행'을 통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개척교회와 농촌교회 6개 교회를 선정하고 50만원 씩 후원했다. 작은 교회의 경제적인 고통이 어느 때보다 심해진 상황에서 빌립보 교회가 사도 바울의 선교에 참여한 교회가 되었듯 선교의 동역자로 힘을 보태고 싶었다. 교인들을 직접 교회를 방문해 함께 예배를 드리고 교제를 나누며 후원금을 전했고, 동행헌금으로 마음을 보탰다. 교회 예산과 교인들의 헌금까지 약 9000여 만 원의 재정이 모아져 전달됐다. 캄보디아에 교회를 건축하고 화재로 전소한 새청교회를 위해1000만원을 모아 전달하고 예배를 함께 드렸다. 성도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 설날과 추석에는 명절선물을 나누고 세대가 연합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교회는 여전히 풀어내야 할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의 기승전은 '작은 교회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존재'다.

김유현 목사는 "로컬처치가 지속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어야 총회와 교회가 건강해진다"면서 "중소형교회가 건강하게 지역사회에 존재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한다"고 했다. '없는 것이 많은 교회'라는 의미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도하는 것보다 지역의 특성과 시대에 맞는 시스템과 질서를 구축해가며 교회가 마을 속에서 존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태릉교회만의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태릉교회는 '교인이 행복한 교회'를 통해 지역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지극히 '동네다움'으로 '교인과 지역사회가 함께 행복한 교회'로 건강하게 성장하는 모델을 한국교회에 제시하고 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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