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희망의 공간을 창조하라

사랑과 희망의 공간을 창조하라

[ 생감교육이야기 ] 영화로 보는 생생하고 감동있는 교육 이야기 <6> '쇼생크 탈출'을 통한 영성교육의 재발견

이규민 교수
2020년 02월 11일(화) 08:14
# 희망의 화신으로 나타난 주인공 앤디

'쇼생크 탈출'이란 명화를 본 분들은, 주인공이 탈출 성공 후 두 팔을 활짝 펴고 눈부시게 쏟아지는 장대비를 온 몸에 맞는 장면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자유의 비 세례 장면 못지않게 감동을 주는 것은 주인공 '앤디'(Andy)가 자유를 향한 희망의 화신(化身)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은행 부지점장이던 주인공 앤디는 부유하고 평온한 삶을 살았다. 그러던 중 아내와 애인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쇼생크교도소에 수감된다. 그곳은 사회로부터 철저히 격리된 채 구타, 착취, 폭력이 난무하는 세계였다. 교도관들과 재소자들 사이의 폭력적 위계구조는 그 자체가 하나의 정글이었다. 인간 존엄성이나 삶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 곳에서 재소자가 할 수 있는 것은 폭압 구조에 순응하든가 아니면 희생양으로 사라지든가 하는 양자택일 뿐이었다.

하지만 앤디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 그는 지적이고 교양있는 사람이고 무엇보다도 인간 영혼의 초월성과 자유의 소중함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적당히 포기하고 순응하는 노련한 재소자 '레드'(Red)는 이러한 앤디에게 호감을 느끼고 둘은 친구가 된다. 앤디는 하이에나 같은 재소자들의 협박과 폭력에 굴하지 않고 용감하게 맞서는가 하면, 교도소장과 관리들의 회계업무를 담당하면서 작은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 교도소 후원프로그램을 만들어 도서관을 설립하고 재소자들을 위한 사회적응 훈련과 교육을 주도하면서 그곳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다. 하지만 앤디는 무고한 사람을 처참하게 죽이는 구조악을 목도하면서 탈출을 결심한다. 자유에의 희망과 의지를 놓지 않고 마침내 19년 만에 극적 탈출에 성공한다.

영화는 앤디가 아닌 레드의 눈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이에나 같은 착취자들, 폭력에 순응하는 가젤 같은 사람들 사이에서 앤디는 자신만의 길을 내는 사람이었다. 평생을 교도소에서 살다 출소한 브룩스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스스로 삶을 마감한다. 앤디가 탈출에 성공하고 레드도 출소하지만, 사회에의 재적응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레드는 브룩스의 뒤를 따르거나 교도소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충동에 휩싸인다. 교도소에 지나치게 길들여진 장기복역수의 위기인 것이다.

영화 곳곳에는 '결정적 위기들'이 숨어있다. 매년 가석방 심사에서 수없이 탈락도장이 찍힐 때, 쇼생크 교도소가 난공불락의 폐쇄된 범죄집단임을 발견했을 때, 결코 적응할 수 없는 사회생활의 한계에 다다랐을 때, 레드는 생명의 끈을 놓을 뻔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앤디는 레드에게 희망을 불어넣는다. 불타는 더위를 쫓는 시원한 음료, 삭막한 교도소에 울려 퍼지는 모차르트 선율, 황폐한 내면에 자양분을 공급해주는 도서관, 아름다운 멕시코 해변에서 보내는 엽서, 약속된 장소에 놓여진 여비와 편지, 그리고 마치 성가곡 후렴처럼 반복되는 앤디의 복음적 메시지가 레드를 살린다. "희망은 좋은 거에요. 아마 가장 좋은 것일 거에요. 좋은 건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이 복음적 메시지가 레드를 절망에서 희망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옮겨놓은 것이다.

# "가르친다는 것은 곧 사랑하는 것이며 공간을 창조하는 것"

'탈옥영화'에 등장하는 교도소는 그 자체가 사회의 축소판이다. 지배와 피지배, 규율과 억압, 착취와 생존을 위한 사투가 끝없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사자와 가젤은 처음부터 상대가 되지 않는다. 악의 구조 속에서 여린 생명들은 취약하기 그지없다. 약자들이 모여 서로를 보호하려 하지만 그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하이에나에게 그들은 손쉬운 먹잇감일 뿐이다. 그러나 깊은 어둠의 늪에서 앤디와 레드를 지켜준 것은 어떤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는 '희망'의 빛이었다.

교육영성가 파머(Parker Palmer)는 "가르친다는 것은 곧 사랑하는 것이며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선포한다. 앤디는 재소자들에게 바로 이런 사랑과 희망의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정글의 지배와 굴종을 넘어 인간다운 삶의 가능성과 희망을 보여준 것이다. 앤디(Andy)는 베드로의 아우 안드레(Andrew)를 연상시킨다. 안드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주었다. "와보라. 이는 그리스도가 아니냐?" 안드레는 보잘 것 없는 오병이어로 엄청난 기적이 일어나도록 안내하며 준비하였다. 앤디 역시 작은 손망치 하나로 철옹성 같은 쇼생크의 억압과 불의를 무너뜨린다. 약간의 돈과 편지로 꺼져가는 레드의 생명을 구해주는 구속자(Redeemer)로 나타난다. '쇼생크 탈출'이 'Shawshank Escape'가 아닌 'Shawshank Redemption'인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 영성교사의 할 일은 희망을 불어넣는 것

2020년 지구촌은 거대한 정글로 변해가고 있다. 신제국주의, 신패권주의, 자국우선주의가 점점 더 심화, 확산되어 간다. 군사력, 정치력, 정보력, 외교력 등 점점 더 많은 힘을 추구하는 '힘 중심' 세계가 되어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염려하며 질문한다. "21세기 지구촌은 결국 디스토피아(Dystopia)가 되는 것인가?" "21세기 한국사회에 과연 희망은 있는가?"

희망의 신학자 몰트만에게 기자가 물었다. "몰트만 박사님. 폭력의 20세기를 경험하고도 과연 희망을 말할 수 있습니까?" 몰트만은 대답한다. "내가 말하는 희망은 인간의 희망이 아닙니다. 내가 말하는 희망은 하나님의 희망, 그리스도의 희망입니다!"

오늘의 영성교사가 할 일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것이다. 모두가 불안하고 두려워할 때, 모두가 안 된다고 할 때, "그리스도의 구원"(Messianic Redemption)을 선포하는 동시에 "그리스도적 실천"(messianic practice)을 통한 희망을 보여주어야 한다. 오늘의 영성교사는 한 손엔 생명의 말씀을 그리고 또 한 손엔 작은 손망치를 잡아야 한다. 쇼생크에 구원을 가져다 준 것은 교도소장의 가짜 성경이 아니라 앤디의 성경 속에 들어있는 작은 손망치였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규민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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