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와 다름이 상호보완의 가능성으로"

"차이와 다름이 상호보완의 가능성으로"

[ 생감교육이야기 ] 영화로 보는 생생하고 감동있는 교육 이야기 <7> '버킷리스트'를 통한 영성교육의 재발견

이규민 교수
2020년 02월 18일(화) 08:00
# 시한부 인생 선고받은 두 남자가 만들어가는 '버디 무디(buddy movie)'

'버킷리스트'(bucket list), 영화 제목이자 유행어가 된 이 말은 "지금을 즐기며 나다움을 실천하라"는 일종의 선언문처럼 사용되고 있다. 이 영화는 죽음을 앞둔 카터(모건 프리먼)와 에드워드(잭 니콜슨)라는 두 남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버디 무비(buddy movie)이다. 카터는 어릴 적 역사학자의 꿈을 포기하고 평생을 자동차수리공으로 일하며 가장 역할을 성실하게 감당한 사람이다. 반면 에드워드는 대형병원 설립자로서 사업 수완이 탁월하나 수차례 이혼과 자유분방한 생활로 화려하면서도 철저히 외톨이가 된 사람이다.

성공보다는 단란한 가정을 행복의 우선순위에 두었던 카터와 성공과 부를 향해 일중독자로 살아온 에드워드. 너무나 대조적 환경과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두 사람은 사회에서는 전혀 만날 일이 없을 사람들이다. 하지만 말기 암에 걸려 시한부 판정을 받고 같은 병실에 입원하게 된다. 죽음을 앞두고 카터는 대학시절 철학교수가 말한 '버킷리스트'가 생각난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을 몇 가지 적어 내려가다가 에드워드가 친절(?)하게도 카터가 살날이 얼마 없음을 상기시켜주자 리스트를 구겨버린다. 버려진 리스트를 보게 된 에드워드는 "모든 비용은 내가 댈 테니 버킷리스트를 실행"하자고 제안한다. 카터는 에드워드와 함께 버킷리스트를 작성한다. '장엄하고 멋진 광경 보기, 낯선 사람 도와주기, 눈물 흘릴 때까지 웃어보기, 앤틱 명품 자동차로 경주하기, 영구문신 새기기, 스카이다이빙 하기, 로마-피라미드-타지마할 보기, 최고의 미녀와 뽀뽀하기, 오토바이로 만리장성 질주하기, 세렝게티에서 사자 사냥하기' 등이었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두 남자는 두려울 것도 망설일 것도 없이 리스트에 적힌 것들을 실천해나간다. 흉허물 없는 친구가 된 이들은 십 대 소년들처럼 신나게 마지막 경험을 함께 한다. 리스트를 거의 마칠 즈음 카터와 에드워드는 자신의 아픈 손가락을 만난다. 근면성실한 가장인 카터에게 가족은 벗어나고 싶은 굴레요 족쇄였고, 에드워드에게 혈육은 부정하고 싶은 자기 모습을 대면해야 하는 양가적 감정의 존재였다. 카터가 가족과 화해하고 숨을 거두자 에드워드 역시 용기를 내어 외동딸을 찾아간다. 딸과 화해하고 처음 만나는 예쁜 외손녀에게 뽀뽀를 받음으로써 리스트에 들어있는 '최고의 미녀와 뽀뽀하기'를 완성한다. 마지막으로 카터와 에드워드의 분골은 두 개의 커피 캔에 담겨 히말라야의 장엄한 광경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안치되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 하나님 뜻에 따라 사는 것이 가장 의미 있는 삶

헐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두 배우의 드라마는 한국의 아버지가 대신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이 시대 남자들에게 큰 공감과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의 아버지들도 자기를 포기하고 가족에게 철저히 헌신하며 살았거나, 사회적 성공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가족은 물론 자신도 돌보지 않고 그저 앞만 향해 달렸던 사람들이다. 그러다 갑자기 병에 걸리거나 은퇴를 맞게 되면 "지금까지 뭘 했나", "인생이 이런 건가", "아직 죽을 준비가 안 됐는데"하며 상실과 비애감 속에서 자기를 되돌아보게 된다.

기독교 교육학자이자 영성교사인 제임스 로더(James Loder)는 "나는 누구인가?", "인생은 무엇이며 왜 사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고 삶의 의미를 발견해 나감을 역설한다. 앞일을 알 수 없는 미로 같은 인생, 60년을 살든 100년을 살든 밤의 한 경점 같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시편 90편 42절) 모두가 처음 살아보는 생이어서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지 모른 채 열심히 살아간다. 물질이나 명예가 필요하지만 그것이 최고의 가치는 아니다. 우리는 하나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존재이기에 그분 뜻에 따라 사는 것이 가장 의미 있는 삶인 것이다. 붙여주신 사람들과 함께 삶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나갈 때 가장 행복하고 충일한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피부, 환경, 성격 차이 등 서로 다른 삶의 궤적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상대화시키는 '죽음' 앞에서 카터와 에드워드는 서로 긴밀한 친구가 된다. '죽음' 앞에서 그들의 차이와 다름은 서로의 부족을 채워주는 '상보요인'으로 변형된 것이다. '하나님의 현존' 앞(coram Deo)에 설 때, 우리의 차이와 다름은 갈등과 싸움이 아니라 서로를 살리고 서로를 세우는 '생명적 의미'로 변형될 수 있다. 기성세대와 다음세대, 보수와 진보, 남자와 여자가 '세상의 빛' 되신 '그리스도 안'(en Christos)에서 만날 때 그들의 차이와 다름은 서로를 풍요롭게 하는 '생명의 충만'으로 변형될 수 있음을 깨우치는 것은 이 시대 영성교사가 감당해야 할 핵심과제이다.

이규민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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