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진리의 길 걸어갈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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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감교육이야기 ] 영화로 보는 생생하고 감동있는 교육 이야기 <12> '트루먼 쇼' 통한 영성교육의 재발견

이규민 교수
2020년 03월 24일(화) 08:02
# 인간의 자기의식 형성 과정 보여준 영화

"못 볼지 모르니까 미리 인사하죠, 굿 애프터눈, 굿 이브닝, 굿 나잇!"

트루먼은 유쾌하고 행복하게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다. '트루먼 쇼(The Truman Show)'가 시작된 지 벌써 만 29년 10개월이 흘렀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TV 방송국에 입양된 채, 갓난아기 때부터 일거수일투족 모든 사생활이 '리얼리티 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되고 있다. 그러나 트루먼은 이것이 쇼인지도 모르고, 엄청난 규모의 '씨헤이븐' 타운에서 평생 역할극을 하는 배우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그의 부모는 물론이고 20년 이상의 절친과 아내까지 전부 연기자일 뿐이다. 이 모든 것을 조종하는 사람은 전지적 관점에서 막강한 파워를 과시하는 크리스토프 감독이다. 트루먼에게 감독은 메릴과의 사랑을 유도하지만 트루먼은 실비아에게 마음이 끌린다. 배우이면서도 트루먼에게 연민과 사랑을 느낀 실비아는 그에게 이 모든 것이 쇼라는 비밀을 누설하는 순간 아버지에게 붙잡혀 끌려간다. 아버지는 그녀를 차에 태우고 '피지 섬'으로 간다고 외친다. 이별의 상처를 뒤로하고 살아가지만 트루먼은 온통 피지 생각뿐이다.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 피지에서 실비아와의 재회를 꿈꾸는 것이다.

영화 '트루먼 쇼'는 한 인간이 어떻게 자기의식을 형성하고 삶을 구성해가는가를 보여준다. 은연중 자신을 둘러싼 삶이 가짜일 수 있다는 불안을 감지하면서도 그는 항상 삶에 대해 긍정적인 자세를 잃지 않는다. 늘 친절하고 밝게 웃고 안주하는 것처럼 보인다. AI 로봇 같은 아내와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것 외에는 행복해보이기까지 한다. 그가 보이는 미소는 마치 페이소스가 깃든 '모던 타임즈'의 채플린이나 '조커'의 피닉스를 닮아 있다. 하지만 트루먼은 세상을 불신하거나 결코 사람을 이용하지 않는다. 크리스토프가 인간의 삶을 조작하고 통제하는 비인간화된 삶의 전형이라면, 이에 맞서 트루먼을 구출하고자 저항하는 실비아는 통제 시스템을 위협하는 위험인물로 나타난다. '트루먼 쇼'에 열광하는 시청자들은 미디어에 끌려 다니며 다른 사람의 삶을 감상적 혹은 관음증적으로 소비할 뿐이다.

트루먼은 자기 발견과 진짜 세상을 만나기 위해, 거대한 바다에 요트를 띄워 '씨헤이븐'으로부터의 탈출을 감행한다. 그의 탈출을 막고자 감독과 스태프들은 세찬 풍랑과 엄청난 파도를 연출하지만, 사투 끝에 트루먼은 마침내 바다 끝에 있는 벽에서 작은 출구를 발견한다. 감독은 마지막으로 그를 설득한다. "트루먼, 자넨 스타야. 이 세상은 거짓과 속임수로 가득하지만 내가 만든 세상에선 두려워할 게 없어. 난 누구보다 자넬 잘 알아. 자넨 여길 떠날 수 없어." "내 말을 따르면 평안과 행복과 풍요를 보장해 줄게." 이것은 마치 예수를 유혹한 사탄의 음성과도 같다.

크리스토프의 협박과 회유 앞에서 트루먼은 이렇게 응답한다. "앞으로 못 볼지 모르니까 미리 인사하죠. 굿 애프터눈, 굿 이브닝, 굿 나잇!" 작별인사와 함께 트루먼은 '씨헤이븐'의 문을 열고 진짜 세상으로 나온다.

# 악한 유혹 뿌리친 그리스도적 아이콘

'트루먼 쇼'는 영성교사에게 질문을 제기한다. "크리스토프는 어떤 존재이며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실비아의 용기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트루먼의 결단을 가능케 하는 힘은 무엇인가?"

크리스토프는 트루먼에게 신적 권능과 힘을 가진 존재이다. 하지만 그는 트루먼을 자기 욕망과 성취를 위한 수단과 도구로 삼는다. 실비아의 용기는 인간 존엄성에 대한 확신과 트루먼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다. 트루먼의 결단은 참된 세상에 대한 탐구와 실비아의 사랑에 대한 깊은 신뢰에서 나온 것이다. 참된 영성은 허구나 가상 아닌 진실에 기초하고 성공보다는 성실을 추구한다. 행복은 성실한 소명추구에 주어지는 상급일 뿐이다.

'트루먼 쇼'는 보드리야르가 말한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을 담고 있다. 복제를 통해 '실재'와 '사실성'을 변질시키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프가 마치 하나님이나 그리스도가 된 것처럼, 그리고 트루먼(Truman)은 인간의 현주소인 것처럼 왜곡된 이미지를 연출한다. 크리스토프는 실상 폭군이나 사이비 교주에 불과하다. 상대방의 자유의지를 박탈한 채 인간을 자기 성취의 수단으로 전락시키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프는 기껏해야 오웰의 '빅 브라더'(Big Brother)나 푸코의 '판옵티콘'(Panopticon)식 감시와 처벌의 시뮬라크르에 불과할 뿐이다. 그보다는 트루먼이 오히려 악한 유혹을 뿌리치고 진리의 길을 걸어간 그리스도적 아이콘을 부각시킨다. '트루먼 쇼'는 우리에게 분명한 가르침을 제공한다. 부모, 교사, 지도자는 자녀, 학생, 구성원의 자유, 인권, 선택권을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의 영성 교사는 크리스토프가 아닌 트루먼의 여유와 긍정성 그리고 끝까지 자기 길을 걸어가는 용기와 결단을 필요로 한다.

이규민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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