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민 교수

2020년 03월 02일(월) 08:09

JUDE LAW as Alan Krumwiede in the thriller "CONTAGION," a Warner Bros. Pictures release.

# 전염병 확산 대응 방식 정교하게 묘사

영화 'Contagion'(전염병, 2011)은 어둠 속 베스(Beth)의 마른 기침으로 시작된다. 홍콩 출장에서 돌아온 그녀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갑자기 사망하고, 뒤이어 아들마저 기침과 고열로 죽게 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질병이 중국은 물론 미국, 일본, 독일, 러시아 등 전 세계에 퍼지면서 질병관리본부(CDC)는 전문가를 현장에 급파하고 세계보건기구(WHO)도 발병 원인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조사 결과 신종바이러스가 급성 전염병의 원인임이 밝혀지고 대책 마련과 치료제 개발에 몰두한다. 한편, 저널리스트 앨런은 신종바이러스의 진실이 왜곡되었다는 음모론을 퍼뜨리고 이것은 전염병만큼이나 사람들을 혼란과 불안으로 몰아넣는다.

'컨테이젼'은 의료재난영화지만 섣부른 영웅의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전염병이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대응하는 방식을 정교하게 묘사함으로써 호평을 받았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요즘, 이 영화는 현재 상황을 선명하게 예고하는 듯하다. 무증상의 잠복기를 거쳐 기침과 함께 고열을 동반한 사망, 바이러스의 변이와 백신 개발의 난항, 감염자를 알 수 없기에 서로 불신하고 기피하는 현상. 지역폐쇄의 두려움과 사재기, 독과점을 비롯한 경제적 타격, 루머와 왜곡된 정보들로 인한 혼란의 심화, 불안과 공포심이 공격성으로 이어지는 것 등.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영화 마지막 장면이다. 영화는 '둘째 날'(Day-2)부터 시작되어 구십일 째 날에 이르러 비로소 생존 가능성을 찾게 되는데, 막상 '첫째 날'(Day-1)은 시계 바늘을 돌리듯 영화의 마지막에 드러난다. 인간의 무분별한 생태계 파괴로 서식지를 잃게 되자 박쥐가 돼지우리로 날아간다. 박쥐가 흘린 먹이와 배설물을 돼지가 먹고, 그 돼지를 만진 요리사가 씻지 않은 손으로 베스의 손을 잡음으로써 신종바이러스가 인간의 몸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 인간의 끝없는 탐욕, 결국 파멸 초래

21세기 첨단의 시대, 인수공통의 범유행성(pandemic) 질병이 창궐하는 상황에서 '컨테이젼'이 인류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첫째, 인간의 끝없는 탐욕은 전혀 예상치 않은 부메랑이 되어 결국 파멸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생명을 경시하고 무한경쟁과 성장만 추구하게 되면 살림살이가 아닌 '죽임살이'가 되고 만다. 둘째, 위기상황에서의 긴밀한 국제적 연대와 함께 효율적 대처를 위한 국가 간 협력이 요청된다. 이미 단일 생활권이 된 지구촌에서 한 지역의 문제는 곧 전 세계의 문제로 일순간에 확산된다. 셋째, 그동안 생태계 및 환경 문제에 소홀하였음을 철저히 반성하고 지금이라도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컨테이전'은 오늘의 영성교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기한다. 첫째, 인간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인간의 삶에는 가시적 실재 이상으로 불가시적 실재가 중요하다. 창조적인 것과 파괴적인 것 모두,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말미암는 것"(히 11:1-3)임을 기억해야 한다. 공동 재화 창출과 공정한 나눔,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에 기반한 정책 실현이 필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하나님 나라를 이룰 수 없다. 건강한 신앙과 신학, 균형 잡힌 실천과 수행을 통해 하나님 나라가 가정, 교회, 사회 속에 이루어지도록 정향(定向)되어야 한다. 둘째, 어려운 상황 속에서 내 삶의 궁극적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위기 상황에서 의료인, 사업가, 정치인, 종교인 및 대중 가운데 누군가는 이기적, 탐욕적, 야만적이고 누군가는 이타적, 희생적, 도덕적 자세를 잃지 않는다.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기독교 영성의 관점에서 그 차이의 핵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영성교사들은 "내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니 죽는 것도 유익함이라"(빌 1:21)는 신앙고백이 살아있어야 한다.

# 마음의 손 씻기, 영혼의 손 씻기

'컨테이젼' 영화를 본 사람은 누구나 절로 손을 씻게 된다. 그 전달력과 흡인력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요즘같이 신종 및 변종 바이러스가 창궐한 시기에 손 씻기는 건강을 위한 기본 습관이다. 하지만 육체적 손 씻기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마음의 손 씻기, 영혼의 손 씻기이다. 빌라도가 보여준 육체적 손 씻기는 그 당시 사회에 건강이나 구원을 가져다 주지 못했다. 교회와 국가가 총체적 위기를 경험하는 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인적 손 씻기'(holistic hand-washing)이다. 몸, 마음, 영혼의 손 씻기를 통해 개인적, 사회적, 영적 모범을 보여주어야 한다.

오늘의 한국교회를 향한 메시지를 데살로니가 서신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하나님이 너희를 온전히 거룩하게 하시고 또 너희의 온 영과 혼과 몸이… 흠 없게 보전되기를 원하노라"(살전 5:23). 하나님의 '공의'가 하늘에서 하강하고 하나님의 '긍휼'이 땅에서 솟아나, 고통 당하는 이 땅이 치유되고 회복되는 날이 속히 올 수 있기를 기도하며 영성교사들의 연대와 성실한 참여를 기대해본다.

이규민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