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어르신 끝까지 섬기며, 세대교류…

지역 어르신 끝까지 섬기며, 세대교류…

[ 우리교회 ] 순서노회 영송교회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23년 06월 14일(수) 03:31
전라남도 보성군과 고흥군 경계에 위치한 순서노회 영송교회.
【 전남 보성=최샘찬 기자】 아침에 새들의 지저귐으로 눈을 뜬다. 저녁엔 곤충들의 울음소리와 함께 기분 좋게 잠이 든다. 자연의 소리가 창조세계에 대한 찬가처럼 들린다. 자연의 기운이 생동하는 이 마을에서, 가구의 70%가 혼자 살아가는 노인이라는 상황이 아이러니하다.

전라남도 보성군과 고흥군 경계에 위치한 순서노회 영송교회(최상민 목사 시무)는 1952년부터 70년간 마을과 살아왔다. 보성군 영등리의 '영'과, 고흥군 청송리의 '송'자를 따 영송교회라는 이름이 붙었다. 길 '영'에 소나무 '송', '영원한 소나무'란 의미도 갖는 영송교회 앞마당엔 큰 소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다.

4월초 벚꽃이 열리면 영송교회가 주관하는 '기독교 벚꽃문화축제'. 사진은 2020년 열린 축제이며, 코로나로 3년째 진행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농어촌교회가 그러하듯이 영송교회도 고령화됐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하는데, 영송교회에선 70% 정도가 고령이다. 아동과 청소년의 비율은 갈수록 줄고 있다. 영송교회 주변 1km 이내에 위치한 초등학교 2개 학교는 모두 폐교됐다.

이곳에서 영송교회는 마을의 어르신들과 함께 살아간다. 명절마다 마을의 모든 독거노인을 위해 음식을 챙겨준다. 또 교회는 주변 복지시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지역주민을 섬긴다. 여러 시설을 통해 어르신들과 다방면으로 접촉점을 만들었다. 교회는 그들의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복음을 전하며, 어르신이 떠나간 자리를 정리한다.

여전도회작은자복지재단이 운영하는 호남작은자의집, 작은자복지재단에서 위탁받은 보성군립 노인요양원 밝은동산(노인요양시설)과 다함께돌봄센터(아동돌봄센터), 순서노회 유지재단이 위탁받은 보성군행복요양원, 평화노인복지센터 등에서 영송교회 교인들이 실무자와 자원봉사자로 섬기고 있다.

영송교회의 세대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노년과 아이들이 함께 시간을 갖는다.
그래서 영송교회 최상민 목사는 "교인들에게 가장 감사한 부분이 봉사와 전도"라고 밝혔다. 복지시설 운영과 관련해 후원과 물품, 자원봉사 등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영송교회의 성도들은 전도와 봉사를 함께 병행해왔다.

성도들의 한결같은 노력 덕분에 농촌교회에서 매년 70여 명을 전도한다. 올해만 해도 벌써 30여 명을 전도했다. 그러나 영송교회 출석 성도는 크게 늘지 않는다. 거동이 불편해져 교회까지 도저히 오지 못하는 성도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예배를 드리고 싶지만 드리지 못한다. 또 무엇보다 고령 성도들의 별세가 계속 이어진다.

교회 성도와 시설 어르신의 상(喪)을 챙기는 최 목사는 평균 2주에 1번씩 장례식에 참여한다. 특히 시설엔 유가족이 없는 어르신들도 많아서, 교회가 장례를 주관한다. 화장을 하고 납골당에 안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교회와 복지시설의 묘지도 따로 준비돼 있다. 이곳에서 잔디를 입히고 봉을 만들고 비를 세우는 것은 되도록 목회자가 감당한다.

이처럼 교회가 마지막까지 정성을 들인 끝에, 어르신들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 예수님을 영접한다. 시설에 처음 입소한 어르신들의 절반은 비기독교인이다. 시설에서 절대 직접적인 강요를 하지 않지만, 비기독교인 중 80%는 끝내 복음을 받아들이고 별세한다. 최상민 목사는 "그들이 마지막 순간에 복음을 접하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송교회는 세대 간의 교류를 위해 많은 시간을 쏟는다. 매월 첫째주 영송교회는 세대공동체 예배를 드려왔다. 노년층과 아동부가 한 데 섞여 앉아 예배를 드리고, 함께 교회에서 식사한다.

또한 교회와 복지시설과의 연관성을 살려 세대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방학 때 조부모와 함께 살지 않는 아이들과, 시설의 어르신들이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아이들과 노인들은 만들기, 그림 그리기, 춤추기 등을 진행한다.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아이들은 노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사라진다. 프로그램 시작 전 설문조사 결과, 조부모 경험이 없는 아이들은 노인에 대해 '고집이 세다' '말이 많다' '동작이 느리다' 등의 인식이 높았지만, 프로그램 이후에 부정적인 감정이 해소된다. 아이들이 노인을 위해 더 이해하고 배려하게 된다.

영송교회는 마을 어르신의 복지를 위해 온 신경이 쏠려 있는 듯 보였다. 그럼에도 교회는 이들을 향해 더 나아가려고 한다. 교회는 노인을 위한 영적이고 신앙적인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제공해, 교회 노년부의 활성화를 이루고 싶어 했다. 또 교회 예배당까지 오지 못하는 성도를 위해 마을회관이나 경로당 등에서 '찾아가는 예배'를 준비하고 있었다. 영송교회의 영향으로 웃으며 복음을 접하는 더 많은 어르신들의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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