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시나요? 마음으로 부르는 '희망 노래'

들리시나요? 마음으로 부르는 '희망 노래'

[ 아름다운세상 ] 아름다운세상

김성진 기자 ksj@pckworld.com
2013년 03월 07일(목) 11:23

다양함 속에서 아름다운 하모니 이뤄가는 안산이주민센터 '코시안어린이합창단'

 

   
▲ 매주 토요일 오전 안산이주민센터로 모이는 30여 명의 어린이들. 노래를 부를 때가 제일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갯길을 꼬부랑 꼬부랑 넘어가고 있네~ 꼬부랑 꼬부랑 꼬부랑 꼬부랑 고개는 열두고개 고개를 고개를 넘어간다~"
 
입춘이 지났지만 아직도 날씨가 쌀쌀한 주말인 지난 2일, 안산 국경없는마을에 자리한 안산이주민센터(대표:박천응)에는 어린이들의 맑고 아름다운 노래소리가 잔잔히 울려퍼졌다. 베트남을 비롯해 중국과 스리랑카 필리핀 콩고 등 피부색이 다르고 문화가 다른 8세부터 14세에 이르는 어린이들은 마냥 즐겁고 기쁘게 노래를 불렀다. 이들 중에는 금방 눈에 띠는 어린이도 있었다. 최근 개봉된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의 주인공인 영광 역을 맡았던 지대한 군도 열심히 노래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이곳에서 다문화가정의 자녀들로 구성된 '코시안어린이합창단'의 연습이 있는 날이었다.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눈도 감지 말고 웃지도 말고 울지도 말고 움직이지마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래로 멈춰라~"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파란우산, 깜장우산, 찢어진 우산 좁다란 학교길에 우산 세개가 이마를 마주대고 걸어갑니다~" 20여 명의 어린 천사들의 맑고 밝은 합창소리는 이곳 국경없는마을 구석구석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 익명을 요구한 유명 배우의 제안과 후원으로 구성된 코시안어린이합창단은 그동안 어르신들을 위한 공연을 비롯해 국경없는마을 광장에서 이주민 대상의 공연, 그리고 성탄절에 이주민 대상의 공연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그리고 지난해 연말 아가페문화재단이 주최하고 C채널이 주관한 제2회 나눔ㆍ사랑ㆍ위로 비전콘서트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합창단의 존재를 다시 한번 세상에 알렸다. 미미하게 출발한 합창단이 지난 1년간 열심히 준비하며 달려온 결과, 여기까지 이른 것. 그렇다고 이들이 상을 받기 위해서만 달려온 것은 아니었다. 어린이들에게 합창은 기쁨과 즐거움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미래를 향한 작은 희망이고 꿈이었다. 그래서 합창연습은 어린이들의 흥미와 즐거움을 끌어내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도시로 손꼽히는 안산. 이곳엔 외국인근로자를 비롯해 국제결혼이주민와 북한이탈주민 등 수십만의 이주민들이 고된 삶을 이어가고 있다. 부모들이 맞벌이와 편부모, 심지어 불법체류자들도 있어 자녀들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이 필요한 실정이다. 결국 이곳 어린이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고 또 부모들도 자녀들에게 관심을 갖기가 쉽지 않은 처지다.
 
그래도 어린이들의 얼굴에 밝은 미소가 떠나지 않는 이유는 이곳에서 마음껏 노래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안산이주민센터 대표 박천응 목사는 설명한다. 그는 "30여 명의 합창단 어린이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노래를 통해 한 가족임을 배우고 있다"면서 "그래서 합창단 발표회나 공연을 가질 때면 놀랄 정도로 내면에 숨겨져 있던 자신감을 드러내 보여준다"며 합창단이 갖고 있는 장점을 소개했다. 그리고 토요일에도 직장에 출근하는 부모들로 인해 혼자 집에 남아 있어야 하는 자녀들로서는 이곳에서 합창단 활동을 하면서 노래도 하고 악기도 배우며 하나의 가족공동체로 생활할 수 있는 작은 천국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초등하교 4학년 리오 비타 양은 "노래할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고 소개한다. 그래서 비타는 "커서 어른이 되면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중국에서 온 조함미 양도 비타 처럼 가수가 꿈이라고 자랑한다.
 
물론 이들에게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휘를 맡고 있는 노원일씨는 "어린이들의 경우에 악보도 화음도 생소하고 합창을 전문적으로 배운 경험도 없어 연습할 때 솔직히 어려움이 있다"며 힘들었던 과정들을 대신한다. "오디션을 거쳐 뽑은 어린이들도 아닌데 처음부터 음악적으로 접근하면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고백한 그는 "나중에 이들이 즐겁게 노래하는데 초점을 맞췄고 그래서 합창단을 '즐거운 합창교실'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공연을 시작할 때면 그는 청중들 앞에서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고 한다. "우리 어린이들이 칭찬받을 만큼 노래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어린이들의 노래를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어달라"고 꼭 부탁한다는 것.
 
이처럼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는 코시안어린이합창단은 즐겁게 노래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가르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같은 것보다 다른 것이 더 많은 어린이들이지만 이러한 다양함 속에서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뤄내는 어린 천사들이 더욱 행복하고 밝게 자라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노래를 통해 즐거움과 행복을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의미에서 코시안어린이합창단은 자칭 '행복한 합창교실'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피부색도 다르지만 종교도 다른 이들을 하나로 묶기 위해서 찬양보다 동요를 주로 많이 부른다. 다른 합창단에 비해 규율도 없이 자유롭다. 오는 4월에 계획된 공연을 준비하느라 무척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합창단은 앞으로 노인들과 이주민 등 그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마음이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면 언제든지 찾아 가서 노래로 기쁨을 선사하기 위해 열심을 다하고 있다. 이들에게 비전이 있다면 어린이들이 조금 더 즐거워할 수 있는 합창단, 그리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또한 편안한 마음으로 재밌게 노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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