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노래하며 잃어버린 시간 찾아갑니다

'희망' 노래하며 잃어버린 시간 찾아갑니다

[ 아름다운세상 ]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3년 11월 29일(금) 15:16
'통일'과 '예수님 사랑' 온몸으로 부르는 탈북청소년의 '와글와글 합창단'

   

겨울의 문턱에서 올려 본 하늘에 눈발이 하나둘 날린다. 첫 눈이다. 내리면서 녹아 사라지지만, 마음만은 따뜻해진다. 하지만 내리는 눈마저 반갑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낯선 땅에서 고향과 가족 생각에 겨울이 더 춥게 느껴지는 '탈북 청소년'이 바로 그들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국내에는 3000여 명의 탈북 청소년이 생활하고 있으며, 그중 무연고 탈북 청소년은 600여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통계 결과는 정부와 민간단체, 교회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고 있지 못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러한 고통 중에 있는 탈북 청소년들에겐 어떤 사랑이 필요로 할까?

그 답을 찾아 끊임없이 기도하고, 고민하는 단체가 있다. 엄마 품속 같은 따뜻한 예수님의 사랑으로 탈북 청소년을 무상으로 돌보는 기독교 대안학교, 두리하나국제학교(대표:천기원)에서 하나의 해답을 찾았다.

두리하나국제학교는 무연고 탈북청소년 중심으로 50여 명이 공동체생활을 하는 학교로 지난 2009년 첫 문을 열었다. 설립 첫 해에는 10여 명의 대학생을 배출했고, 현재는 초ㆍ중ㆍ고등 반으로 나눠 각 개인에 위치에 맞추는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지난 2월에는 '와글와글 합창단'을 창단해 중국과 태국을 거쳐 평화와 자유를 찾아 나선 탈북 청소년들의 목소리로 한반도의 통일, 그리고 예수님의 사랑을 노래하며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또한 꿈 많고 재능 많은 아이를 위한 학교의 고민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기자 또한 죽음의 고비를 여러 번 넘기며 남한에 안착한 탈북 청소년의 아름다운 희망 노래를 엿듣기 위해 지난 11월 26일 화요일, 두리하나국제학교를 찾았다.

   

기말시험을 앞두고 분주한 학생들이 두리하나교회 예배당에 마련된 연습실로 하나 둘 모여든다. 이른 아침 새벽예배부터 빼곡한 수업까지 충실히 참여하고 나서야 온 발걸음이다. 창단은 했지만 연습도 부족해 어색함이 있지만 소홀함 없이 각자의 파트에 열중하며 화음을 이루기 위해 열중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호흡이 맞지 않는 부분을 점검하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다.

이를 지켜본 천기원 목사는 "'와글와글 합창단'은 내가 없어지는데 분명한 목적이 있다. 북한에서 공동체라는 개념이 없어 서로 자기주장만 하던 청소년들이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상대방과 조화를 이루고 하나가 되기 위해선 나를 희생해야 했다"며, "그 결과로 빚어낸 합창단의 아름다운 하모니는 그들의 아픈 상처도 치유할 뿐만 아니라, 인성도 회복케 하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연습 시간마다 왁자지껄 천진난만한 청소년들의 모습을 본 한 기자의 추천으로 부르게 된 '와글와글 합창단'의 실력은 아직 미완성이다. 하지만 완성된 실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국교회에서 공연을 펼치며 눈물을 뿌려댔다.

북한 해산에서 부모를 잃고, 외삼촌의 도움으로 북한을 탈출한 합창단원 김혜송(12)양의 꿈은 가수다. 유명해져 TV에 출연하면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합창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김 양은 "12월에 공연이 많이 있어서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11월에는 새벽예배도 빠지지 않고, 기도했다"라고 말했다.

합창단을 지도하고 있는 탈북자 출신 김다해 교사도 아이들 칭찬하느라 입에 침이 마른다.

김 교사는 "매주 화요일 음악 시간에 합창단 연습이 이뤄진다. 연습을 힘들어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실전에 강한 모습을 보인다"며, "열악한 환경과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을 극복하고, 꿈을 위해 목청을 높이는 탈북 청소년, 우리의 청소년들을 위해 한국교회가 관심을 갖고 기도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래를 부르는 청소년들의 가사 마디 마디에는 진지함과 간절함이 묻어났다.

"나 남이 못 본 것을 보았고, 나 남이 듣지 못한 음성 들었고, 나 남이 받지 못한 사랑 받았고 나 남이 모르는 것 깨달았네. 공평하신 하나님이 나 남이 가진 것 나 없지만, 공평하신 하나님이 나 남이 없는 것, 갖게 하셨네."

연습실을 울리는 와글와글 합창단의 울림. 그 목소리가 추위와 어둠을 뚫는 잔잔한 울림으로 변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앞당기는 새로운 전환점이 되길 기대해 본다.

 

"한국교회의 기도를 먹고 자라납니다"
와글와글 합창단 기획한 천기원 목사
 
   
"우리 아이들은 누군가의 도움으로 새 생명을 찾은 아이들입니다. 한국교회의 도움이 없었다면 여기에 있을 수 없었죠. 바르고 건강하게 성장해서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사랑을 나누면 좋겠어요."
 
두리하나 국제학교 '와글와글 합창단'을 기획한 천기원 목사는 탈북청소년의 대부와 같다. 부모를 잃은 탈북청소년들을 가슴으로 낳아 돌보며, 그들의 꿈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목회자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천 목사는 탈북청소년은 '잃어버린 시간이 많은 아이'라고 말한다. 그는 "개성이 뚜렷해서 조화를 이루는데 어려움이 많죠. 하지만 아이들의 마음이 흰 도화지처럼 순수해서 진심과 사랑으로 양육하면 변화도 크다"라며, "와글와글 합창단이 아이들의 잃어버린 시간을 회복시켜 줄 것을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합창대회 출전도 계획 중인 천 목사는 이를 위한 한국교회의 기도와 사랑도 요청했다.
 
"우리 아이들은 정말 잘 먹어야 해요. 그래서 식당봉사가 필요하고요. 합창연습을 지도해 줄 전문교사와 자원봉사, 후원자들의 손길도 필요합니다. 잊지 말고 기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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