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은 우리의 고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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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세상 ] 차재완 최수민 부부의 향기나는 삶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4년 03월 26일(수) 15:40
   
▲ 최수민 권사가 조용히 사색을 즐기는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면 차재완 장로는 주변 사람들을 유쾌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선교회 사무실에서.

"우리 두사람 하나되어 빛을 발하면 세상은 밝아집니다. 그리고 향기가 나겠죠."

차재완 최수민, 두사람이 결혼 28주년을 기념하던 문구다. 세월이 흘러 올해 결혼 41주년을 맞이하는 부부는 13년 전의 다짐대로 세상을 밝게 하는 삶을 살고 있다. 두사람의 삶에는 그렇게 향기가 난다. 지난달 20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AD농어촌방송선교회 사무실에서 충신교회(강남우 목사) 차재완 장로(70세), 최수민 권사(69세)를 만났다.

"어떤 점이 좋으셨어요?"
"응, 무조건이야."

동양방송 성우 시절 2기 후배였던 최수민 권사를 6개월 이상 쫓아다녔다는 차 장로가 무심한듯 말했다. 충남 당진이 고향인 차 장로는 지금의 아내가 된 최수민 권사를 '하나님이 주신 배우자'로 확신한 이후 충청도 뚝심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결과, 결혼에까지 골인하게 됐다.

당시 동양방송 사내에는 '차재완 아워'가 있었을 정도로 그는 여자 동료들 사이에서 인기만점이었다. 단, 한사람 최수민이란 이름의 후배만 빼고. "진짜 교제하고 싶은 사람은 안따라오더라구." "처음엔 무슨 남자가 이렇게 말이 많은가 싶었어요. 좀 가볍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6개월이 지나면서 그게 아니구나 싶더라구요."

그렇게 짝이 된 두사람은 1973년 6월 30일에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예물은 성경찬송, 제대로 된 신혼여행도 가지 못했다. "어제 보다 오늘이 좋으면 다 잊어버려. 대신 우리에겐 결혼기념일이 최고의 축제일이었어요."

어느새 차재완 장로가 서랍 속에서 지난 '결혼기념일들'의 추억이 담긴 카드 뭉치를 들고 왔다. 남편이 퇴직하던 해, 결혼 32주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차재완 장로가 아내 최수민 권사에게 선물한 것이다. "남편은 이벤트맨이에요. 800원짜리 엽서에 감동받고 참 많이 자랑했었는데…."

   
 

혼자 보단 둘이 낫다. 둘 보단 셋이, 셋 보단 넷이 낫다. 두사람의 하나됨은 뜻밖에도 농어촌 목회자들을 향한 사랑으로 결실을 맺었다. 1984년 AD농어촌방송선교회를 설립하고 30년째가 되는 오늘까지 이어오고 있는 것. 남편은 시골에서 자랐지만 아내의 고향은 서울 뚝섬이다. 도대체 이들 부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78년도에 사업을 시작했어요. 성경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이었는데 6년 만에 망하고 말았죠. 둘이 죽으려고도 했지만 실패는 아니었어요. 우리 둘이 선교할 수 있는 방향이 주어졌거든요." 남편 차 장로가 말했다.

상품 판촉을 위해 교회를 찾아다니며 성경 드라마를 선보인 것이 농어촌에서 소문이 나면서 하나님은 전혀 생각치 않았던 방향으로 두사람의 인생을 이끄셨다. 3억의 부채를 떠안고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보였을 때 비로소 부부의 진짜 인생이 시작된 것이다.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 같았던 부부의 인생은 의외의 장소에서 실마리를 얻게 된다. 사업하는 친구의 초청으로 참석하게 된 남서울 기독실업인회(CBMC) 모임에서다. 매주 토요일 조찬모임에서 저명한 강사들의 설교를 듣다보니 '혼자 듣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내용을 녹음해 50명의 농촌 목회자들에게 무료로 보낸 것이 농어촌방송선교회의 시작이 됐다. 빚쟁이로 둘째 형님 댁에 얹혀살 당시의 일이다.

결과는 대히트였다. 전국 각지에서 무료 테이프를 보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연 1회 농어촌목회자 부부를 초청해 세미나를 열 때면 남대문시장상인 신우회를 통해 재고품을 협찬받아 목회자 부인들에게 제공하기도 했고 구두 공장 사장을 만날 때면 농어촌 목회자들의 다 떨어진 구두도 바꿔드렸다. 지금까지 선교회를 거쳐간 이들만 해도 3000여 명에 이른다.

차 장로는 "처음에는 가슴아픈 사연을 접할 때마다 같이 울었다. 내가 사업에 실패해보니 열악한 농어촌 목회자들의 심정을 알겠더라"며 "교회가 작으면 목회자부터 차별하는데 무엇보다 인간 대접해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똑같이 신학교를 졸업했는데 시골을 택한 것일 뿐, 양적으로 실패라면 실패일 뿐이지 도시교회, 큰 교회 목회자들과 다를 게 없다"고 했다. "지도자 한 사람을 기쁘게 해주면 교회가 그 힘으로 살아난다구요. 사람은 정신을 살려야지, 돈 10만 원을 줘도 100만 원이 필요한 사람은 90만 원이 없어서 또 걱정하게 돼있어요." 

인터넷, 스마트폰 등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부부는 아직도 500여 명의 선교회 회원들과 교감을 나누고 있다. 테이프의 자리는 CD가 대신한지 오래. 최근에는 ADG인터넷 방송을 준비 중이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 여생의 계획을 묻자 부부가 차례로 답했다.

"나를 이렇게 만드신 하나님이 궁금해. 하나님이 주신 은혜, 복음사역 위해 쓰이지 않을까요? 그런데 마누라가 없으면 50% 밖에 못해."

"남편 따라다녀야죠. 아내는 달, 남편이 해에요. 달은 햇빛이 있어야만 비춰지잖아요." 


# 취재후기

   
▲ 차재완 최수민 부부는 슬하에 2남을 뒀다. 2명의 며느리와, 손자 1명, 손녀 3명까지 모두 10명의 대가족을 이뤘다.

차재완 최수민 부부는 슬하에 2남을 뒀다. 어머니 최수민 권사는 두 아들 이야기를 하며 "5월이면 두 친구가 붙게 생겼다"고 난감해했다. 사연인즉, 영화 제작자인 큰 아들 지현 씨와 인기 배우인 태현 씨의 영화가 같은 5월 개봉 예정이라고. 형이 제작한 영화 '무덤까지 간다'와 동생이 출연한 영화 '슬로우 비디오', 과연 승자는 누가 될까?

하지만 부모에게 있어 승패가 무슨 의미 있으랴. 인터뷰가 있던 이날도 태현 씨의 둘째딸 태은이가 신종플루에 걸렸다며 이른 아침부터 손녀 심방을 다녀온 부부다.

차 장로는 "선교회 운영에 태현이가 부족한 부분을 많이 채워주고 있다. 태현이는 이 일에 있어 하나님의 선물이었다"고 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최 권사는 "지금은 주일만 출석하는 교인이라 아들들의 신앙 성장을 위해 항상 기도하고 있다"고 애틋한 속내를 내비쳤다.

명실공히 방송가족인 이 가정에서 최수민 권사에 대한 소개를 빼놓을 수 없다. 최 권사는 묵묵히 남편을 내조하고 아이들을 양육하며 자신의 분야에서도 최고의 자리에 오른 커리어우먼으로 대표작 '영심이'를 비롯해 '달려라 하니'의 나애리, '개구쟁이 스머프'의 게으름이 외 5역, '떠돌이 까치'의 엄지, '은하철도 999'의 철이 등 다수의 작품에서 목소리로 활약해왔다. 남자 역할을 더 많이 맡았는데 그때마다 두 아들이 모델이 되어줬다.

목소리에는 은퇴가 없으니, 그녀의 목소리는 아직 더 많은 동심(童心)의 친구가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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