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년 맞은 태백지역 '연합 사회선교'

30주년 맞은 태백지역 '연합 사회선교'

[ 아름다운세상 ]

신동하 기자 sdh@pckworld.com
2014년 10월 21일(화) 15:24

* 30년 맞은 태백지역 '연합 사회선교'
【태백=신동하 차장】석탄산업이 호황을 누리던 1970∼1980년대. 강원도 태백시는 대표적인 탄광촌이었다. 전국의 노동자들은 '조국 근대화'를 위한 산업역군으로 광부가 되기 위해 태백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1980년대 말, 무연탄 소비량이 급격히 줄며 탄광업계의 구조조정인 석탄산업합리화 조치가 시행되면서 석탄광들이 속속 문을 닫았다. 잇따른 폐광은 태백을 빈사상태로 몰아넣었다.

인구는 갑자기 절반으로 줄고, 일자리가 급감하면서 불황을 모르던 태백지역의 경제는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주민들은 자립기반이 흔들리자 "살 길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탄광이 없어지자 개발 붐이 생기며 태백은 또다른 문제를 떠안았다. 광산에서 흘러나온 폐수와 개발에 따른 무분별한 자연훼손으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근처에 카지노가 들어서며 도박 중독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만감이 교차하는 역사의 줄기 속에서 지역교회들은 안식처 역할을 하며 주민들과 함께 웃고 울었다. 1984년 2월 3일 황지교회 당시 담임인 故 이정규 목사 주도로 예장통합(본교단) 지역교회들이 연합한 '기독교광산지역사회개발복지회'가 창립되며 태백지역의 사회선교는 활기를 띄게 된다.

복지회는 '막장의 빛'이라는 표어를 걸고 광부와 그 가족들에게 삶의 위로와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었다. 그 복지회가 창립된지 올해 30년을 맞았다.

광부들에게 있어 지하 수천미터 막장에서 작업을 마치고 밖으로 나올 때 비춰지던 빛은 그 자체만으로도 희망이었다. 동료들이 숱하게 매몰되고 호흡이 곤란할 정도의 석탄먼지와 싸우던 광부들은 빛을 보며 "오늘도 살았다"는 탄성을 내질렀다.

복지회 선교는 광부들에게 그야말로 '막장의 빛'이었다. 광부의 본능적 불안감과 압박감을 치유하고 생명력을 불어넣는 빛이었다.

석탄산업의 전성기에는 인권을 돌보는 노동상담소, 실업학교, 유아원, 탁아소를 세워 가족처럼 돕고, 폐광 이후에는 청소년공부방, 어린이도서관, 양로원, 진폐환자 지원 사역 등 주민들의 재활자립을 도우며 빈곤가정을 살피는 방식으로 지역사회가 때마다 필요로 하는 영양분을 공급했다.

황지중앙교회 이상진 목사는 "탄광촌이 영욕의 세월을 겪을 때 교회들은 지역의 현안을 선교적 과제로 삼고 복음으로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 기독교광산지역사회복지개발회 초창기 회원들의 활동 모습./사진제공 태백사회복지회

그러면서 '기독교광산지역사회개발복지회'는 '광산지역복지선교회'로 개명되며 폭넓은 사역으로 변화되고 현재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며 디아코니아 협력선교의 모범이 되고 있다.

1991년 세워진 어린이도서관은 황지교회(김종언 목사 시무)에 위치하다가 현재 태백연동교회(최준만 목사 시무)로 자리를 옮겼다. 에스콰이아 이인표 회장이 후원해 인표어린이도서관으로 이름붙여진 이 도서관에는 현재 6000여 권의 도서가 소장돼 있으며, 영어동화나 책읽는 엄마들의 모임 등 독서동아리 운영과 독서 및 문화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태백연동교회 최준만 목사는 복지회 총무를 역임하는 등 오랜기간 태백에서 광산선교를 해왔다. 최 목사는 "복지회가 설립되기 전에는 교회마다 각자 사역을 진행하고 목회자들의 잦은 시무이동으로 사회선교가 장기적이지 못했는데, 지역교회들의 연합체인 복지회가 만들어지며 올바른 사회선교가 꽃을 피우게 됐다"고 말했다.

청소년공부방은 현재 황지중앙교회가 운영하는 지역아동센터 '희망둥지'의 전신으로 볼 수 있다. 현재 30명의 어린이가 공부를 하고 있다.

황지중앙교회 이상진 목사는 "탄광시대에는 대부분의 집들이 좁아 아이들이 공부할 환경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청소년공부방 사역을 복지회에서 진행했고, 이후 주거환경이 넓어지면서 공부방이 필요없어지자 현재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지역아동센터로 개선했다"고 밝혔다.

이런 과정에서 태백지역의 디아코니아는 두 축으로 뻗어나갔다. 복지회는 현장 중심의 사업을 진행하고, 마침 태백지역 총회 사회봉사부 산하 사회선교협의회(현재 강원남 사회선교협의회)가 조직되며 사회선교에 대한 정책과 이론을 만들어내고 지역 목회자들에게 의식전환과 선교방법론을 교육했다.

그리고 복지회는 체계적인 사회선교를 위해 1993년 사회복지법인 '태백사회복지회'를 설립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태백사회복지회는 재가진폐환자 사랑방, 푸드뱅크, 자활후견기관, 노인전문요양원, 노인복지센터, 이동복지관, 간병센터 등을 잇따라 개관하며 명실상부 종합 사회복지를 진행하고 있다.

태백사회복지회 백윤구 대표이사는 "태백사회복지회는 태백지역을 비롯한 광산지역의 명실상부한 기독교 사회복지기관으로 지역사회의 중요한 책임과 의무를 감당해야 할 위치에 이르렀다"며 "지극히 작고 소외된 이웃을 찾아 나서고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며 하나님의 희망을 전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복지회가 되겠다"고 말했다.

   
▲ 태백지역을 중심으로 연합 사회선교를 진행하고 있는 이상진 목사, 송건섭 목사, 최준만 목사(사진 좌부터).

지역의 목회자들은 최근부터 인근 도계, 고한, 사북, 영월, 정선 등의 목회자들과 연대해 도박 중독 예방과 치유 선교에 전념하고 있다. 도박 중독으로 가족과 돈을 잃은 노숙인이 넘쳐나고 자살자가 2000명이 넘어설 정도로 도덕성이 결여되는 문제를 접하며 해결책을 찾아보고자 '도박을 걱정하는 성직자 모임'을 결성했다.

최준만 목사를 대표로 해 태백중앙병원 원목 방은근 목사와 사북중앙교회 송건섭 목사 등이 주도적으로 활동한다. 송건섭 목사는 "도박 중독과 예방, 그리고 치유를 위한 예배를 최근부터 매주 인근 카지노사업장 정문 앞에서 드리고 있다"며 "상처받은 사람을 치유하고 계속적으로 사행산업의 위험성을 알리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막장의 빛'으로 시작한 태백의 사회선교. 그 정신은 오롯히 30여 년간 이어져 이제는 태백 전체를 하나님의 공의가 살아숨쉬는 아름다운 땅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 계간지 '막장의 빛' 100호 기념집
기독교광산지역사회개발복지회 이름으로 광산촌의 선교를 위해 1984년 12월 1일 처음 만들었던 계간지 '막장의 빛'의 기념집이 최근 발간됐다.

편집위원들은 지난해 겨울 제100호 발간에 맞춰 기념사업으로 창간호부터 한데모아 2권의 책으로 내놨다. 현재는 2014년 여름호인 102호까지 발간됐다.

기념집에 나온 창간호에서 복지회장이었던 故 이정규 목사는 창간사를 통해 "막장이 어디 땅굴 속에만 있겠는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환경 속에서 죽지 못해 사는 사람, 막되게 살고, 빛없이 살고, 마지못해 사는 막장 인생이 광산주변에는 너무나도 많다"며 "복음과 인간애로서 막장에다 진리의 빛과 사랑의 빛을 투입시켜 그들로 하여금 삶의 지혜와 긍지를 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계간지 '막장의 빛'이 복음을 전하는 도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의 말대로 '막장의 빛'은 30년 세월을 거쳐오며 광산지역 소시민들의 희노애락을 담아내며 그들의 친구이자, 인생의 보람을 찾게하는 매개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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