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탕자의 눈물 흘리지만 다시 일어서리라

지금은 탕자의 눈물 흘리지만 다시 일어서리라

[ 아름다운세상 ] 짧은 만남, 긴 여운 남긴 재소자들의 무대 '행복을 나누는 희망 콘서트'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4년 11월 25일(화) 11:42
   
▲ 수용자들과 직원들로 함께 구성된 소망교도소 남성합창단.

지난 11일 저녁 8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예술인이라면 누구나 무대에 서고 싶어하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공연장이다. 이날 저녁 이곳에서는 턱시도를 입은 합창단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힘찬 목소리로 절묘한 화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를 받고 있는 이 행복한 공연자들은 자유의 몸이 아니다. 불과 몇시간 전만 해도 이들은 폼나는 나비 넥타이에 검은 턱시도가 아닌 파란색 수의(囚衣)를 입고 있었다.
 
이 자리는 교정선교 전문기관인 (사)기독교세진회(이사장:전영신)가 마련한 제35회 세진음악회. '행복을 나누는 희망 콘서트'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세진음악회에는 아시아 최초의 기독교 민영교도소 소망교도소(소장:심동섭) 남성합창단과 영화 '하모니'의 모티브를 제공한 '청주여자교도소(소장 권민석) 합창단'이 참가했다.
 
이들은 교도소에서 실형을 살고 있는 터라 무대에 서기까지는 여러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공연 시작 3시간 전 교도관과 경찰들의 통제 하에 호송 차량으로 공연장에 당도한 이들은 무대에 올라가기 바로 전까지 리허설 한차례를 제외하고는 교도관들의 삼엄한 경비 속에서 대기실 안에 있어야 했다. 물론, 일반인들은 이들과의 접촉이 불가능하다.
 
기자가 공연 전 소망교도소 합창단의 대기실을 찾았을 때도 예상대로 교도관들의 경비는 삼엄했다. 세진회 총무 최준영 목사가 기자의 신분을 확인시킨 후에야 기자에 대한 경계를 풀었다. 공연 바로 코 앞이라 합창단원들은 모두 턱시도를 입었지만 이중 재소자들은 턱시도 위에 연두색 조끼를 덧입고 있었다. 소망교도소는 교도관과 재소자의 연합 합창단이라 교도소 직원과 재소자들을 구별하기 위해서다. 무대 위에 올라갈 때만 이 연두색 조끼를 벗을 수 있다.
 
이제 공연시간인 7시 30분. 두번째 공연팀으로 무대에 오른 청주여자교도소합창단은 파란색 수의 대신 연분홍 드레스를 곱게 차려 입었다. 24명의 합창단원들이 무대에 오르자 객석 여기저기서 격렬하게 손을 흔들고 환호를 보냈다. 가족과 친구들을 발견한 합창단원들은 눈으로 반가움을 표시했다.
 
합창단이 '오늘을 향한 기도', '내주의 보혈은' 등 찬양을 부르자 좌중이 숙연해졌다. 마지막 곡으로 이들이 택한 곡은 '중화반점'. 코믹한 퍼포먼스와 함께 유머스러운 가사로 관객들은 폭소를 터뜨리며 박수로 화답했다. 이 순간만큼은 이들이 갇힌 자라는 생

   
▲ 교도관과 재소자가 함께 손을 잡고 걷고 있다.
각을 할 수 없다.
 
관객들이 앵콜을 외치자 조용한 반주가 흘러나왔다. 곡명은 '탕자의 눈물'. 궂이 애써 생각하지 않아도 듣는 이들은 이 곡을 부르는 이들의 심정을 왠지 이해할 것만 같다. 객석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는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어 명지초등학교 참빛선교단의 공연 후 소망교도소 남성합창단의 공연 시간.
 
수용자 22명, 직원 12명, 총 36명의 남성들이 정열하자 무대가 꽉 찬 느낌이다. 무대에 나오는 재소자들은 긴장된 마음과 함께 부지런히 눈동자를 움직인다. 혹시라도 와 있을 가족이나 친구들을 찾기 위해서다. '만유의 하나님', '키 작은 삭개오' 등 찬양을 통해 이들은 평소 갈고 닦은 솜씨를 선보였다.
 
마지막 곡은 '뭉게구름'. "이 땅이 끝나는 곳에서 뭉게구름이 되어 저 푸른하늘 벗삼아 휠휠 날아 다니리라." 가볍고 밝은 곡이지만 가사 속에서는 갇힌 자들의 자유를 향한 간절한 바람이 스며 있다. 비록 자유롭지 못한 몸이지만 이들은 유머와 익살을 잃지 않았다. 율동과 준비한 소품들을 이용한 퍼포먼스를 통해 관객들에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다. 가족과 친구들은 큰 박수와 환호성을 지른다. '아무리 세상이 벌할만한 잘못을 저질렀어도 너는 변함없는 나의 형제다. 나의 아들이다.' 비록 말로 하지는 못했지만 궂이 말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말 아닌 말들이다. 가족을 향한 조건 없는 사랑, 이런 사랑이 있기에 이들은 비록 인생에서 실수하고 잘못했어도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소망교도소 합창단의 앵콜곡은 '다시 일어서게 하리라'. 청주여자교도소합창단이 '탕자의 눈물'을 부를 때처럼 뭉클한 감동이 가슴을 찌른다. 객석 곳곳에서는 가족들이 눈물을 훔친다.
   
▲ 영화 '하모니'의 모티브가 된 청주여자교도소 합창단.

 
이 앵콜곡을 마지막으로 청주여자교도소 합창단과 소망교도소 합창단원들의 모습은 무대에서 볼 수 없었다. 자신들의 무대를 마치자 마자 이들은 이미 대기하고 있던 호송차를 타고 다시 높은 담이 쳐진 구속의 공간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너무나 짧은 만남, 더군다나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말 한번 건네지 못해 못내 아쉽기만 하다. 그러나 이 만남이 아쉬움으로 그치지 않기에 희망을 꿈꿀 수 있다. 왜냐하면 공연을 마친 이들은 합창단을 시작하기 이전의 그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망교도소의 부소장 박효진 장로는 "소망교도소 내 재소자의 2/3 이상이 살인, 강도, 성폭행 등 강력범죄자들이고, 교도소 내에서도 말썽을 일으키던 친구들 많았지만 합창단에 들어오면 변화되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며 "이들 대부분은 악보도 읽을 줄 몰라 반복을 통해 가사와 멜로디를 익히는데 연습 과정을 통해 감성과 메시지가 들어가 내적 변화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사회에서 무속인으로 살다가 강도 혐의로 복역 중인 한 재소자는 합창단에서 찬양을 하면서 변화되었고, 또 다른 한 재소자는 긴 복역기간과 자녀문제, 우울증에 걸린 어머니 등을 걱정하며 의기소침해 있었지만 합창단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가족들을 위해 갱생의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박 부소장은 "성인 남성 수용자들을 밤에 데리고 나와서 공연하는 것, 더군다나 서울 광화문 중심지에 데리고 나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이런 공연장에 서는 순간 수용자들은 사람들이 자신을 믿어준다는 신뢰를 갖게 되고 무대에 서면서 스스로 문화인격을 높이게 되는 교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박 부소장은 "합창단을 하는 수용자들과 이야기 해 보면 자기들이 지었던 범죄에 대해 단순한 후회를 넘어 부끄러워 죽겠다고 고백한다"며 "이 사람들은 사회에 나가서도 분명히 적응을 잘 하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상 일에 실패했어도 너는 절망하지 말라. 내가 너를 도우리라. 다시 일어서게 하리라." -소망교도소 합창단의 앵콜곡 '다시 일어서게 하리라' 가사 일부.

 

# 실수, 실패한 이들을 용서와 화해의 자리로 

교정선교기관 기독교세진회, 올해로 35번째 콘서트


(사)기독교세진회(이사장:전영신)의 세진음악회는 올해로 서른 다섯번째를 맞이했다. 기독교세진회는 매년 수용자와 그 가족들을 위로하고 교화사업에 헌신해 온 봉사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음악회를 연다. 음악회를 준비하는 동안 수용자들은 찬양과 하모니를 맞추는 행위 등을 통해 교화되고, 무대에 서는 경험을 통해 자존감을 얻게 되며, 수용자의 가족들은 먼 발치에서나마 사랑하는 이의 노래하는 모습을 보며 위로를 받게 된다.
 
이번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한 기독교세진회 총무 최준영 목사는 "실수하고 실패한 이들을 용서와 화해의 자리로 인도해 사랑의 빛 가운데 사죄와 용서, 그리고 희망을 품게 하는 것이 이 음악회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갇힌 이들이 변화되어 새롭게 세상을 향해 나간다는 의미인 '세진(世進)'회는 지난 1968년에 창립되어 법무부 1호 사단법인으로 전국 52개 교도소(구치소)를 대상으로 교도소(구치소) 방문예배 및 상담, 재소자와 편지교환, 불우모범 재소자 영치금 지원, 재소자 자녀 꿈나무 캠프 개최, 재소자 자녀에게 어린이날과 성탄절에 선물보내기, 재소자에게 성경보내기 사업 등 복음으로 재소자들을 변화시켜 세상으로 나올 수 있게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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