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희망과 함께 복음 심고 돌아왔다"

"그곳에 희망과 함께 복음 심고 돌아왔다"

[ 아름다운세상 ] 아라우부대 단장 이철원 집사가 전하는 필리핀 재해 복구 현장 이야기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5년 02월 10일(화) 16:29
   
▲ 아라우부대원들이 필리핀 어린이들로부터 감사편지 받는 모습.

지난 2003년 11월 필리핀 레이테 섬의 주도인 타클로반의 주민들은 이전까지는 경험해보지 못한 엄청난 슈퍼 태풍 하이옌에 의해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는 아픔을 경험했다. 필리핀 기상 당국에 의하면 하이옌은 필리핀 중부 이스턴 사마르 지역에 상륙할 당시 태풍 중심부 최대풍속 235km, 최대 순간풍속 275km를 기록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 정도면 태풍 풍속의 가장 높은 등급인 5등급(시간당 260km 이상의 풍속)을 넘어선 것이며,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의 태풍 관측 사상 최고 수준의 위력적인 폭풍이었다고 기록될 정도다.
 
이 태풍으로 8000여 명이 죽거나 실종됐으며, 도시의 90%가 파괴됐다. 약 1450만명이 태풍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으며, 이재민도 100만여명이 발생하는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이런 아비규환의 재난 현장에서 현장복구를 돕고 필리핀 사람들의 아픔을 씻어준 한국의 군인들이 있다. 이름하여 '아라우 부대'. 아라우 부대는 필리핀 정부의 요청으로 우리나라로서는 최초로 유엔군이 아닌 한국군의 신분으로 필리핀 재해구호를 하기 위해 2013년 12월 27일 현지로 파견됐다. 해외 파병 역사상 최초로 육해공군과 해병대가 모두 출동할 정도했다.
 
작전명은 '아라우 엔젤'. '아라우'는 빛, 희망을 뜻하는 타갈로그어다. 아라우 부대는 중장비를 활용해 도로, 상하수도, 주요 건물 복구 등 지역의 주변 도시의 기능을 회복시키고, 주요 공공기관과 학교, 보건소, 병원, 양로원, 경찰서 등을 복구하라는 명령을 받고 필리핀 레이테 타클로반 일대에 파견됐다.
 
"직접 현장에 가보니 이라크의 전쟁 현장보다 태풍과 해일로 인한 타클로반의 피해가 더 심각했습니다. 정말 남아 있는 것이라곤 없을 정도로 모두 날아갔어요. 길거리에는 쓰레기 더미가 가득했고 곳곳에 시신을 넣어둔 비닐백이 널브러져 있어 있을 정도였습니다. 우리 부대원들이 시신 1400구를 매장해주었습니다. 집을 잃은 사람들은 먹을 것이 없는 상태였고, 학교도 3200여 곳이 붕괴됐습니다. 전기가 없어 야간에는 암흑이었고, 교도소가 무너져 죄수들이 탈옥해 범죄자들이 돌아다니는 상태였습니다."
 

   
▲ 아라우부대 단장 이처원 대령(왼쪽)과 부단장 유낙균 중령.

아라우 부대 단장으로 부대를 지휘했던 이철원 대령은 필리핀 재난 현장을 처음 방문했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 대령은 2000년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동티모르 522평화유지단 작전과장을, 2004년 7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자이툰 1진(이라크평화재건사단) 대대장 및 여단 작전참모를 지냈을 정도로 해외 재해복구에 있어서는 군 최고의 전문가다.
 
"하나님 저에게 지혜를 주시옵소서. 필리핀의 재난 당한 사람들 잘 지원할 수 있도록 힘을 주시고, 하나님께서도 맡겨주신 일도 잘 감당할 수 있게 해주소서. 500여 명의 부대원들이 사고 나지 않도록 인도하소서. 필리핀의 재난을 통해 하나님께서 어떤 말씀을 하시는지 듣게 하시고, 모든 것이 합력하여 하나님의 선을 이룰 수 있도록 하소서."
 
이 대령은 필리핀으로 떠나기 전 간절하게 기도했다. 이 대령은 "파병 전 지휘관들이 모였는데 나를 포함한 지휘관 6명 중 5명이 안수집사였다"며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절묘해서 하나님이 우리를 엮으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단장 유낙균 중령은 "처음 파병시에는 병력이 머물 곳이 없어 한달동안 우리나라에서 상륙 지원을 한 배에서 지냈다"며 배 두 척에서 540명이 먹고 자며 복구 및 봉사활동을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아라우 부대는 필리핀 현지에서 재난 복구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봉사활동과 프로그램으로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는데도 큰 역할을 했다. 아라우 부대가 복구 및 봉사를 하며 필리핀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은 활동의 기본자세에서도 확인된다. '피의 희생을 우리의 땀의 수고로 보답한다'는 것이 이들의 슬로건이었다.
 
이 대령은 "필리핀은 6.25 전쟁 당시 우리를 위해 7400명을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파병했고, 112명이 사망하고 400여 명이 부상 당하면서까지 우리를 도왔다. 더군다나 전쟁이 53년에 끝난 후에도 필리핀은 2년 동안이나 남아 우리나라의 기반시설을 재건하는데 참여했다"며 "필리핀이 60여 년전 베풀었던 은혜를 갚는다는 생각으로 임무에 임했다"고 말했다.
 
이 대령은 필리핀인들이 아라우 부대 철수 이후에도 자립할 수 있도록 여러 단체에 협력을 요청하고, 현지에 선교의 씨앗을 심었다.
 
레이떼주 정부와 한국의 국제농업개발기구의 지원을 받아 아라우농업지도자양성학교를 설립하고, 2㏊의 땅을 50년 무상으로 기증 받아 농업기술을 전수하고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또한, 주정부와 필리핀의 기술교육원, 국제기아대책의 후원을 받아 아라우중장비직업학교를 설립, 기술전수 및 필리핀인들이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미래세대 양성을 위해 아라우장학기숙사를 설립, 부대가 필리핀을 떠난 후에도 운영이 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다. 이외에도 아라우전우회를 조직, 아라우 부대원 중 전역한 이들이 장학금을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이러한 헌신적인 섬김의 모습에 필리핀인들은 큰 감동을 받고 아키노 대통령을 비롯한 수많은 이들이 아라우 부대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제일 감동적이었던 것은 필리핀의 합참의장, 국방부 장관 등이 아라우 부대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렸을 때예요. 아키노 대통령이 우리가 봉사하는 곳을 방문해 직접 제 손을 잡으며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해주었을 때도 큰 감동이었죠. 반기문 UN사무총장과 월드뱅크 김용 총재도 방문해 격려해주신 것들이 참 기억에 남네요."
 
비록 아라우 부대는 지난해 12월 22일 귀국하면서 철수 했지만 필리핀에 대한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이 대령은 지난 1월 28일에도 레이테주의 의사 및 병원장 16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한국의 발전된 의료지원 시설을 견학할 수 있도록 했다. 필리핀 현지 아라우 부대 주둔지는 차후 재해시 구호단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현지에 기증했다. 이 대령은 차후에도 지속적으로 필리핀을 방문해 지난해까지 뿌린 봉사의 씨앗들이 잘 크고 있는지 확인하고 지속적으로 후원할 예정이다.

 

# 필리핀 재건 위해 힘쓴 총회에 감사패 전달

 

   
▲ 아라우부대 단장 이철원 대령이 총회 이홍정 사무총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아라우 부대는 재건 사역을 위해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의 협력을 요청해 함께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단장 이철원 대령은 2013년 12월 파병을 떠나기 전 총회 사회봉사부를 찾아와 재건사업을 위한 협력을 요청했다. 총회는 상의 끝에 학교 재건사업을 돕기로 하고 3200개 학교 복구 사업 중 5곳의 학교와 한 곳의 교사훈련센터 복구 비용을 후원했다. 이와 함께 총회는 자체적으로 구호활동을 하는 중에도 아라우 부대를 방문해 선물과 군목활동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아라우 부대 또한, 구호활동을 하는 교단 선교사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며 협력했다.
 
단장 이철원 대령과 부단장 유낙균 중령은 지난 1월 28일 총회를 방문해 아라우 부대의 재해복구 임무 수행을 위해 후원한 데 대한 감사의 인사와 함께 사무총장 이홍정 목사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또한, 아라우 부대의 활동상을 담은 화보집과 이철원 대령의 저서를 증정했다.
 
이 자리에서 이홍정 사무총장은 "우리 총회가 재해구호를 하는데 있어 믿고 사역을 맡길 곳이 중요했는데 봉사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고통당하는 지구촌, 특히 필리핀 타클로반 지역에 아라우 부대의 섬김을 통해 지구촌이 평화의 공동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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