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낳은 베트남 자녀들, 생각하면 감사뿐이죠

마음으로 낳은 베트남 자녀들, 생각하면 감사뿐이죠

[ 아름다운세상 ] 베트남인들의 영적인 부모, 심종구 장로ㆍ최연자 권사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7년 05월 08일(월) 18:36

다문화사회로 진입 중인 우리나라에서 중국인과 조선족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수의 이주민은 베트남인들이다. 특히 최근 통계에서는 베트남인 결혼 이주여성의 수가 가장 큰 증가세를 보여 점점 더 많은 수의 베트남인들이 한국에 들어와 국적을 취득하고 정착을 하고 있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이들은 여전히 이방인이며, 크고 작은 편견과 차별 속에서 고된 타향살이를 하고 있다. 이렇게 의지할 곳 없는 베트남인들에게 20년 이상 든든한 부모가 되어주는 믿음의 노(老) 부부가 있어 훈훈함을 전하고 있다.

새문안교회의 심종구 장로(67세)ㆍ최연자 권사(62세) 부부가 그 주인공으로, 이들은 교회의 베트남인 예배 자원봉사자로 섬기며, 수많은 베트남인들의 부모가 되어주고, 든든한 후견인이 되어준 숨은 의인들이다.

#사업으로 번 돈, 영적 자녀들을 위해

지난 4월 18일 기자가 심종구 장로ㆍ최연자 권사의 자택인 서울 정릉의 엘림하우스 빌라를 방문했을 때에는 30여 명의 베트남인들이 모여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같은 시간 5~6명의 새문안교회 베트남선교회 회원들은 마당과 부엌에서 음식을 장만하고 식탁을 차리느라 분주했다.

이 모임은 한달에 한번 심 장로 부부가 교회의 베트남인들을 초청해 함께 예배드리고 식탁교제를 하는 친목 모임이다. 원래 매주 마지막 화요일 모임을 갖지만 이번 주는 베트남 교인 중 한명의 친인척들이 한국을 방문해 한 주 앞당겨 모임을 가졌단다. 이 모임은 약 7년 전 한국으로 결혼 이주를 해 다문화 가정을 꾸린 여성들을 초청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심종구 장로는 "베트남 결혼 이주여성들이 남편과 말이 통하지 않고 마음도 통하지 않아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을 아내 최연자 권사가 안타깝게 여겨 이들을 격려하기 위해서 우리 집을 친정 삼아 모여 마음이 통하는 자국 사람들끼리 이야기도 나누고 맛있는 것도 먹고 함께 예배드리게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하게 됐다"며 "지금은 결혼 이주여성뿐 아니라 유학생과 근로자들도 오고 있다"고 말했다.

심 장로는 21년 전 새문안교회 해외선교부 베트남 팀장을 맡은 이후 베트남 예배에 참석하는 이들을 섬기면서 베트남인들과 마음을 나누기 시작했다. 서리집사 때 시작한 일이었고 베트남 팀장직도 내려놓은지 오래지만 섬김은 계속하고 있는 것.

"초창기 새문안교회 베트남 예배는 대단했어요. 한달에 한번 예배를 드렸는데 한 300명은 왔었다고. 부산, 대구에서도 올라왔어요. 지금도 1년에 한번씩 우리 교회 수양관에서 베트남인 수련회를 하면 20곳 넘는 교회의 베트남인들이 참여해요."

#'사모님'에서 '엄마'로

심 장로가 밖에서 고기를 굽고 식탁을 차리는 그 순간 아내 최연자 권사는 부엌에서 베트남선교회의 권사들과 함께 더 바쁘게 손을 놀리고 있었다. 

최 권사는 "베트남인들이 근로자로 와서 한국에서 연을 맺고 아이를 낳으면, 산후조리를 받을 수도 없고, 아이도 키울 형편이 안된다"며 "2002년 아이를 낳은 베트남 여성 한 명을 우리집에 데리고 와 산후조리를 해주고 아이를 돌봐주는 것을 시작으로, 그 이후에도 여러 명의 산모들을 돌봐주게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헌신적인 돌봄에 베트남 여성들은 '사모님'에서 자연스럽게 '엄마'라는 호칭으로 부르게 됐다. 최 권사를 '엄마'라고 부르며, 자식처럼 따르는 미나 씨를 필두로 2002년에만 총 3명, 그 후로도 12명 정도의 베트남 산모들의 산후조리를 직접해주었다고. 

산후조리를 해준 여성들은 딸처럼, 그 자녀들은 손주처럼 생각한다는 최 권사는 각종 비밀번호도 베트남 손주들의 생일로 하고 있을 정도다. 최 권사는 비자 문제로 출입국을 할 수 없고, 일을 해야 해서 아기를 돌볼 수 없는 베트남인들을 위해서 직접 아이들을 데리고 베트남으로 가 할머니 등 가족에게 데려다 주는 역할까지 감당하는 등의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뿐 아니다. 최 권사는 베트남 교인들을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이들의 어려움을 듣고 마음뿐 아니라 물질까지 써가며 수많은 이들을 도와왔다는 것이 주변 권사들의 증언이다.

최 권사는 새문안교회 베트남인 예배 섬김이들을 중심으로 베트남선교회를 조직해 매달 회비를 모으며 정기적으로 베트남을 방문하고 선교 후원을 하고 있기도 하다. 최 권사가 베트남을 방문하면 그의 영적인 자녀들이 열일을 제치고 한국 엄마를 보기 위해 모인다고. 옆에 있던 한 권사는 "최 권사님께 은혜 입은 베트남인들을 한날 한시 한곳에 모이라고 하면, 엄마 보러 오는 자녀들이 100명은 넘지 않을까"라며 "베트남인들을 위해 정말 자신들이 가진 것을 아낌 없이 바친 부부라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베트남선교회는 외국인 근로자로 한국에 왔다가 신앙을 갖게 된 후 베트남으로 돌아가 목사의 사모가 된 네티 후외 씨 등 2명에게 사역비를 보내고, 자주 찾아 격려하는 등 활발한 선교활동도 벌이고 있다. 이들의 적극적 후원으로 베트남 사역자들은 교회를 수십 곳 세우고, 마약환자들을 돌보며, 고아, 에이즈환자들을 돌보는 등 선교의 큰 결실을 맺고 있기도 하다.

이날 함께한 권사들은 "이 부부는 베트남인들을 섬긴 23년 동안 베트남 사람들이 어려움에 빠질 때 재정이 어려울 때 가장 먼저 달려간 분들"이라며 "이 부부가 없었다면 새문안교회 베트남인예배가 오늘까지 활발하게 운영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칭찬에 대해 쑥쓰러워 하던 두 사람 중 남편인 심 장로가 나섰다.

"사실 우리 부부가 하지 않았으면 하나님께서 다른 사람을 썼을거예요. 저희는 육의 자녀들이 없어요. 하나님이 이 일을 맡겨주시면서 영의 자녀들을 많이 주셨지요. 이들은 지금 다른 나라와서 어렵게 지내잖아요. 옛날에는 공장에서 부상을 입고 장애인이 되는 친구들도 많았어요. 자존심이 강한 민족이라 왠만해서는 도움을 청하지 않는데 정말 어려우면 우리에게 도움을 청해요. 진심을 다해 돕고 지속적으로 사랑을 쏟다보니 우리를 정말 부모로 생각하는 베트남 자녀들이 늘어났네요. 우리의 노력만이 아니라 함께 힘을 보태는 베트남선교회 회원들의 힘이 컸습니다. 우리의 영적 자녀들이 계속 믿음의 길을 가고 복음을 전하는 자들이 될 수 있도록 계속 기도하는 부모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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