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와 수요예배

여름휴가와 수요예배

[ 독자투고 ]

정재용 장로
2019년 09월 09일(월) 17:19
올해 여름도 무척 더웠다. 지난 7월 31일부터 2박 3일간 휴가를 내서 수안보로 놀러 가는데 같이 가겠느냐는 사위의 제안을 받고 즐겁게 따라 나섰다. 사위의 직장에서 운영하는 휴양소가 수안보에 있었다.

대구에서 수안보까지는 2시간 반 정도 걸린다. 피로도 풀겸 바로 온천욕을 하고 싶었으나 수요일이라 예배를 마치고 와서 하기로 했다. 예배시간을 알아보려고 검색해보니 '수안보교회'가 세 군데나 나왔다. 예장통합, 예장합동, 기장 측 교회였다.

'늦게 세운 교회가 차례대로 이름을 달리 했더라면 여러 모로 좋았으련만…' 교단간의 불협화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필자는 통합 교단에 출석하는 만큼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온천리의 교단 교회로 갔다. 예배시작 시작은 오후 7시였다. 우리는 서둘렀지만 늦어서 찬송가 부르는 중에 살그머니 들어가 뒷좌석에 앉았다. 교인은 인도자 포함해서 일곱 명으로 전원 여자 분이었다.

담임목사는 청년부 수련회 인솔로 출타 중이었고 나중에 알고 보니 예배 인도자는 장로였다. 설교는 잠언 24장을 본문으로 '고난이 다가와도 낙심하지 말고 신앙생활을 잘 하자'는 내용이었는데 장애를 가졌음에도 신앙으로 승리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헬렌 켈러, 베토벤, 에디슨 등 10여 명의 예화가 인상적이었다.

예배를 마치고 나오면서 인사를 나눌 때 교우 한 사람이 삶은 옥수수 봉지를 건넸다. 어떻게 갈무리했는지 아직 뜨끈뜨끈했다. 방금 저녁을 먹고 온 터라 괜찮다고 사양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그러면 한 두 개만 주세요"라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숙소에 돌아와 보니 모두 여섯 개의 옥수수가 담겨있었다. 온기로 보아 아마 예배 후 모여서 나눠 먹으려고 가져 온 모양인데 반가운 마음에 통째로 준 것 같았다. 손님 대접하기를 힘쓰는 사람들, 옥수수만큼이나 따스한 사랑에 마음이 뭉클했다.

작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 해도 수요일인 광복절부터 2박 3일간 통영 여행을 떠났다. 우리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폭우가 쏟아졌다. 비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수요예배 갈 때까지 계속됐다. 하는 수 없이 통영시내 큰 교회에 가보려던 계획을 바꿔서 가까운 교회로 갔다. 폭우로 해안가 도로와 바다의 경계를 구분하기도 어려웠다. 우산을 썼는데도 옷이 흠뻑 젖어 꿉꿉했다.

비교적 큰 예배당이었는데도 비 때문인지 교인은 세 명 뿐이었다. 거기에 우리 다섯 명이 들어갔으니 목사님은 설교 하다말고 놀라는 눈치였다. 피아노와 찬양대석이 허전했다. 설교 후 기도는 아브라함이 이삭을 축복하듯 아예 우리 일행을 위한 뜨거운 축복기도였다. 뜨거운 마음이 한 가득 차 올랐다. 우리는 빗소리에 지지 않으려고 찬송가를 크게 불렀다. 예배를 마치고 인사를 나눴다. 세 명은 목사님 내외분과 장로님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웃으며 얘기했다. "내일 새벽기도회도 참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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