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강절(待降節)에 꾸는 꿈

대강절(待降節)에 꾸는 꿈

[ 독자투고 ]

임춘환 목사
2019년 12월 16일(월) 10:55
오래전 어린 자녀들과 함께 공원에 나들이 간 적이 있었다. 과천에 있는 서울대공원이다. 이름에 걸맞게 정말로 크고 넓었다. 온갖 놀이기구며 동물원, 미술관 등 그리고 그 옆에는 경마장도 있어 늘 사람이 북적였다. 공원은 산자락에 자리 잡고 꽤나 넓어 공원 내에서 이동하려면 코끼리 순환열차를 타야만 했다. 그런데 필자는 이 '서울대공원'에 대한 기억을,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공원표지판에 영어로 표기된 'Grand'에 대한 의미와 개념을 미국여행을 하면서 싹 바꾸게 되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관광지 가운데 하나를 들라면 여지없이 그랜드캐년(Grand Canyon)을 꼽게 된다. 여행자들에게 인기 방문지인 그곳을 방문했을 때 눈 앞에 펼쳐지는, 그리고 태고의 숨결을 간직한 채 장엄하며 묵묵히 서 있는 그 놀라운 장관에 그만 말을 잃어버렸다. 영겁(永劫)의 세월을 말해주는 바위의 침식 자국들이 켜켜이 쌓여, 마치 거대한 시루떡을 쌓아놓은 것처럼, 첨탑과 같은 바위에 새겨진 단층(斷層)의 문양들이 지금도 기억에 새롭다. 어느 관전포인트에 이르러 안내자로부터 설명을 들어보니 계곡 이편과 저편의 폭이 평균 약 4Km 정도라고 설명하였다. 또한 계곡의 깊이는 여행객들이 서 있는 위치에서 발 아래로 평균 2Km 정도로 패인 채 그 밑바닥에는 지금도 시내(川)가 흐르고 있었으며 사람 사는 마을도 있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계곡의 길이였다. 골로라도 주와 애리조나 주에 걸쳐 거의 서울에서 부산에 이르는 400여 Km에 이르는 거리라고 하니, 독자들이라면 어떻게 상상하실까 궁금하다. 필자 생각으로는 '이것이 미국사람들이 생각하는 'Grand'로구나! 그동안 내가 너무도 작고 좁은 세계에서 살았구나!'는 자탄과 함께 나의 현실과 상상의 한계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는 점이다.

불과 이틀(12/9~10)사이에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인물들이 뉴스에 올라왔다. 하나는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경영철학으로 한국재계와 세계를 누비며 호령하던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의 서거소식과 또 다른 한 분은 SEA(동남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에서 베트남의 60년 한(恨)을 풀어준 베트남의 영웅 박항서 축구감독의 이야기이다. 이 두 인물의 인생과 운명을 뉴스 속에서나마 바라보면서 바로 '세계'와 '넓다'라는 공통적인 화두를 생각하게 되었다.

김우중 씨는 전 대우그룹 회장이었던 고인의 인생역정과 또한 그가 한국경제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는 보는 시각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며 또한 입장을 달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자그마한, 그나마 분단된 나라에서 세계를 경영하겠다는 그의 뚝심과 도전은 과연 어디에서 나왔을까? 비록 IMF위기와 함께 그가 경영했던 국내외 여러 사업장의 좌초(坐礁), 그가 남긴 수십조(兆) 단위의 부도와 깊은 상처가 있었지만 그 부도낸 금액으로도 그 많은 사업장들과 인재들, 세계경영의 네트워크, 그리고 경제 프레임을 다시 세울 수 없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그저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한국사회와 젊은이들에게 실제로 보여주고 권고했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이 한 마디 속에 담긴 그 패기와 도전은 어쩌면 그가 우리 한국사회에 남긴 값진 유산이요 자산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박항서 감독은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어 낸 히딩크 감독 밑에서 수발을 들며 선수들과 함께 훈련받았던 평범한 코치였다. 월드컵의 잔치가 끝나고 마침내 그는 꿈에 그리던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되지만 안타깝게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이곳저곳 전전하며 더 이상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없었던 세칭 한물 간 지도자가 아니었던가! 가까스로 베트남의 축구대표 감독을 맡았지만 아무도 베트남 축구역사를 다시 쓸 놀라운 성과(박항서 매직)를 거두리라고 생각한 이는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마침내 베트남 국민들의 사기를 높이고 에너지를 응집하여 베트남 국가 발전의 동력을 일으켜 세우는 영웅이 되지 않았는가! 박항서 감독의 이상과 현실을 바라보면서 이 분 또한 이 넓은 세계 속에서 일하며 성취하는 한국인, 하나님의 사람이 아니었던가!

서두에서 언급한 'Grand'의 개념은 단지 물리적인 현상과 외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그마한 체구의 김우중이란 인물처럼, 비록 별볼일 없는 변방의 삼류 박항서 감독이었지만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품게 하셨던 꿈과 이상을 바라보며 묵묵히 최선을 다하여 달리는 인물에게 주님께서는 마침내 큰 역사(役事)를 이루어 가심을 본다. 그럼에도 오늘날 한국교회와 목회자, 교우들은 아직도 넓은 세계, 할 일 많은 우리 이웃과 세계 속에서 행여 우리 교회 사이즈와 껍데기가 얼마나 큰지(Grand)를 자랑하는 우물 속 개구리는 아닌지 묻고 싶다.

대강절 한 복판이다. 심판의 날이 가까웠다. 이제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우리 주님께서 요엘 선지자를 통해 주신 예언의 말씀을 묵상해본다. "내가 모든 사람에게 나의 영을 부어 주겠다. 너희의 아들딸은 예언을 하고, 노인들은 꿈을 꾸고, 젊은이들은 환상을 볼 것이다. 그때가 되면, 종들에게까지도 남녀를 가리지 않고 나의 영을 부어주겠다."(요엘 2:28~29) 한국교회여, 젊은이들이여 주 안에서 도전하며 야망을 가져라!



임춘환 목사/동산숲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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