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엔 누구나 행복해요"

"성탄절엔 누구나 행복해요"

[ 성탄특집 ] 우리 이웃의 성탄- 한부모 가정 막내 오영석 군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19년 12월 24일(화) 00:30
어머니 홀로 생계를 꾸려가는 한부모 가정의 막내 오영석 군.
"성탄절을 기다릴 땐 누구나 행복해요. 그리고 제 삶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요"

대림절 둘째 주를 시작하는 지난 8일 고등학교 2학년 오영석(가명) 군을 만났다. 오 군은 어머니 혼자 생계를 꾸려가는 한부모 가정의 막내다. 8년 전 아버지가 가족을 떠나면서 시작된 생활고로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본 아버지의 마지막 얼굴이 이제는 떠오르지 않는다는 오 군. 매년 아버지 없는 성탄을 보내고 있지만, 기자의 염려 섞인 질문엔 "성탄절은 누구에게나 행복한 날"이라며 슬픈 내색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 오 군은 교회에 가는 길이었다.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교회엔 5명 정도가 출석하는 고등부가 있고, 현재 오 군이 회장을 맡고 있다. 오 군은 교회서 성탄절 발표를 준비하고 임원들과 시간을 보낼 예정이었다.

조금스럽게 '가난'에 대해 물어봤다. "교회나 학교 친구들은 제가 어떻게 사는지 몰라요. 관심도 없구요. 하지만 어른들은 좀 다른 것 같아요."

오 군은 고등부 회장답게 주장을 이어갔다. "처음 교회에 온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어른들의 판단이예요. '누구 자식이냐. 어디 사냐. 교회는 다녀봤냐. 전에 교회에선 어떤 일을 했냐'… 이상하게 어른들은 자꾸 정보를 수집하고 판단하려 한다니까요."

모태신앙으로 18년 동안 이 교회를 다닌 오 군도 전에 어른들의 판단 때문에 상처를 입었다. "교회에서 우연히 어른들이 제 가족에 대해 안 좋게 얘기하는 걸 듣게 됐어요. 그때가 가장 슬펐어요."

교회에서도 약자들은 쉽게 판단의 대상이 된다. '노력을 안 해서 그렇다. 성격에 문제가 있어서 그렇다. 엄마가 없어서 그렇다' 등 많은 꼬리표가 약자들에게 붙여진다. 오 군은 이런 현상을 지적했다. "판단이 난무한 곳에서 누가 사랑을 느낄 수 있겠어요? 아이들도 그래서 교회에 안 나오는 거죠. 일부러 부모가 출석하지 않는 다른 교회로 가는 친구들도 있다니까요."

'올해 성탄이 정말 행복한지, 아버지에 대한 원망은 없는지'를 물었다. "원망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원망해도 되돌릴 수는 없잖아요." 내년에 3학년이 되는 오 군은 구원의 확신과 장래 희망이 분명했다. 여전도회작은자복지재단이 매년 개최하는 여름 수련회에서 확신을 갖게 됐다는 오 군. "믿음을 갖고 나니 여름휴가를 수련회 장소에서 보내며 후배들을 위해 기도하는 소년·소녀 가장 출신 교사들이 정말 멋져보였고, 저도 언젠간 그런 선배가 되고 싶었어요." 가난을 극복하고 건강한 사회인이 된 크리스찬들이 다시 비슷한 처지의 후배들을 돕는 모습이 오 군에겐 좋은 신앙모델이 됐다.

"타인을 위해 내가 가진 시간과 돈을 쓰면 그만큼 나는 가난해지는 거잖아요. 그러나 좋은 신앙인들은 스스로 가난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아요. 예수님도 그러셨구요. 모두가 항상 더 갖기 위해서만 노력하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은 거예요. 예수님처럼 더 가난해지려 한다면 쉽게 행복해져요."

오 군은 나중에 철도 기관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어릴 적 힘들면 어머니와 함께 친척 집에 가곤 했는데, 그때 열차를 탔어요. 따뜻한 열차 안에 어머니와 붙어 앉아 있으면 얼마나 마음이 편하고 행복했는지 몰라요. 가만히 쉬고 있으면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니까요."

오 군은 웃는 얼굴로 "이번 성탄절엔 힘겨운 사람들이 잠시 쉴 수 있는, 그래도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교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차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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