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를 생각하며

코로나 이후를 생각하며

[ 독자투고 ]

이현웅 교수
2020년 04월 07일(화) 10:34
인간의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미한 바이러스가 인간을 죽이고, 인간 사회를 파괴하고, 국가들마저도 흔들어 무너뜨리고 있다. 지상 최대 강대국이라고 하는 미국이 이 바이러스 앞에서 오히려 가장 큰 위협과 혼란에 빠져드는 모습은 인간이 만든 문명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쓰나미 앞에서 교회 역시 맥을 못 추기는 마찬가지다. 이 모든 징조는 욕망의 탑을 쌓고 자기 이름을 드러내기에(창 11:4) 정신없이 바쁜 개인, 사회, 국가, 그리고 교회를 향한 어떤 경고는 아닐까? 이런 코로나 바이러스가 오늘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 박해가 아닌 재난

교회는 지금 전례가 없는 상황에 직면하여 매우 혼란스럽다. 이런 코로나 사태가 올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도 못 했고, 그러기에 이에 대한 대비 역시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2-3주면 쉽게 끝날 줄 알았는데, 지금 진행되는 상황으로 봐서는 언제 이 사태가 끝날지 아무도 예측을 할 수가 없다.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면서, 교회가 가장 먼저 부딪친 것은 예배의 문제였다. 특별히 한국교회는 예배를 생명처럼 여기며 지금까지 믿음 생활을 계승해왔었다. 그러기에 예배는 생명을 내어주는 한이 있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었다. 예배에 대한 박해가 온다면 마땅히 순교를 각오할 수 있는 것이 한국교회의 숭고한 가치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국면이 달랐다. 박해로 인해서 예배를 못 드리게 된 것이 아니라 재난으로 인해서 예배를 드릴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은 그동안 어떤 박해가 와도 예배를 드려야 한다는 한국교회 목회자와 신자들의 신앙에 충격과 당황스러움, 그리고 매우 난처함을 가져오게 하였다.

박해의 시대라면 순교자적 각오로 예배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는 예배로 말미암아 집단 감염과 함께 타인의 건강과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교회가 예배로 말미암아 오히려 세상에 폐해를 끼치고, 그 결과 교회는 감당할 수 없는 사회적 비난과 저항을 받게 될 것이 뻔하다. 극단적으로 말해, 예배하며 순교하겠다는 각오로 혼자 죽는 것이야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나로 인해서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생명을 잃는 일까지 생긴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돌아보면 한국교회가 코로나 사태 초기에 우왕좌왕했던 것은 박해와 재난에 대한 구분과 이해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가 교회사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초유의 일을 당했기 때문에.



* 코로나 이후, 한국교회를 향한 또 하나의 도전(또는 타격)

한국교회는 20세기 후반을 거치면서 놀라운 성장과 변화를 가져왔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교회는 서서히 정체하기 시작하였으며,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는 서서히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동안 한국교회는 여기에 대한 대대적인 성찰이나 새로운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한 채 그럭저럭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이런 한국교회에 이번 코로나 사태는 또 하나의 도전과 타격이 될 것이다. 그동안 대부분 한국교회 교인들의 의식은 주일성수와 예배는 신앙생활의 필수적인 요소라 여겼다. 그러기에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는 주일성수와 교회의 예배 참석을 반드시 하는 것으로 믿고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사태는 이런 교인들의 의식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게 하였다. 무엇보다 젊은 층의 교인들, 특별히 평소 신앙생활에 적극적이지 않은 교인들에게는 주일에 반드시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려야 한다는 기존의 개념에 대한 의문과 함께 예배 생활을 소홀하게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

그 결과 코로나 사태 이후 교인들의 예배에 대한 의식의 변화, 그리고 교인들의 예배 참석률 등에 우리가 예기치 못한 변화가 올 수도 있다. 마치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우리에게 그렇게 다가왔듯이.



* 한국교회를 생각하며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교인들의 예배 출석률, 그에 비례한 헌금과 교회 재정의 현실적 문제. 이런 것들이 대부분 목회자들의 생각이어야 할까?

물론 이런 것들은 교회의 현실과 관련하여 중요한 문제들이다. 그러나 목회자들의 생각이 여기에만 머무르고 있다면, 미래 한국교회는 어떻게 될까? 이번 일을 겪으면서,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뜻은 무엇일까? 여기에 한국교회(또는 개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경고는 없을까?

그렇게 대단할 것 같던 우리 인간 존재는 눈에도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앞에 한없이 초라하고 무기력하기만 하다. 교회 역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방황하고 있다. 이런 때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또는 교회 지도자로서 우리 자신과 우리가 섬기는 교회를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교회는 무엇인가? 교회는 진정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금은 "교회의 본질"에 대해서 다시 질문하고 생각해 볼 때다. 우리는 지금까지, 아니 지금도 자기의 이름(목사와 교회)을 드러내기 위해서 세상과 다름없는 방법으로 욕망의 바벨탑을 요소요소에서 쌓고 있지는 않은지?

지금은 교회의 본질을 깊이 생각하고, 그것을 위해서 기도하며 고민할 때다. 코로나 이후 교회 안에 머무르던 사람들도 상당히 교회를 떠날 가능성이 있다. 교회 밖의 사람들은 이번 일을 통해서 교회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이제는 세상 사람들도 어지간히 교회를 안다. 그 교회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그 일을 하는지도 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런 때일수록 교회가 교회로서의 본질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앞으로 사람들은 이런 교회를 알아볼 것이다. 그리고 그런 교회를 찾고, 그런 교회로 몰려올 것이다. 물론 그런 교회는 하나님께서도 "보시기에 심히 좋은"(창 1:31) 교회가 될 것이다.

희망은 눈앞의 현실에 집착하는 교회가 아니라 그 눈을 들어 미래를 바라보는 교회 위에 있다. 본질에 충실한 교회는 시대를 뛰어넘어 존속할 것이며, 현실에 얽매인 교회는 그 시대와 함께 사라질지도 모른다. 오늘 우리 모두의 기도와 고민이 여기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현웅 교수/한일장신대 실천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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