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과 공작 선인장

어머님과 공작 선인장

[ 독자투고 ]

박대종 장로
2020년 06월 16일(화) 00:00
우리 집 베란다에서 가꾸고 있는 화초들 중에 홍(紅)공작이라는 선인장이 있는데 나는 다른 화초들보다 이 홍공작 선인장을 더 많은 사랑과 애착심을 갖고 관찰하며 가꾸게 된다. 왜냐하면 이 선인장을 통해서 어머님의 크신 사랑과 희생을 조금이나마 깨달아 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공작 선인장은 줄기가 얇고 납작하며 위로 뻗어 올라가는 습성이 있어서 지주를 받쳐 주거나, 주위로 울타리를 만들어 주어야만 안전하다.

봄이 되면 이 선인장은 줄기에 비해 퍽 크고 아름다운 붉은 꽃을 한 줄기에서 한 두 송이씩 하루 동안만 보여준다. 그리고 꽃이 진 다음엔 그 줄기는 생기를 잃고 쭈굴쭈굴한, 거의 죽어 가는 듯한 상태로 가을까지 버텨나가다가 겨울동안에 겨우 힘을 얻은 후 봄에 다시 꽃을 피우거나, 그렇지 못한 줄기는 아예 회생하지 못하고 안타깝게도 그냥 죽어버리고 만다.

나는 언젠가 이 꽃을 관찰하다가 오래 전에 돌아가신 어머님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선인장이 겨우 하루 동안만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서 그렇게 많은 날 동안 모든 영양분을 오로지 거기에 쏟아 붓게 되며, 또 한 번 꽃을 피우고 나서는 오랫동안 갱신을 하지 못하거나 혹은 죽어버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의 어머님도 나를 잉태하신 후 10개월 동안 몸속에 담은 채 무거운 몸을 이끌고 고된 농촌생활 속에서 영양섭취도 제대로 못하시고, 그나마 몸에 지닌 영양분마저 모두 태속에 있는 내게 빼앗기시고….

또 출산하신 후에는 몸조리도 제대로 못하신 상태에서 어린 내게 젖을 물리시며 농사일까지 맡아하시는 등 어린 아들 하나를 잘 기르기 위해서 이 선인장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많은 희생과 고생을 하셨음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또한 4명의 딸 뒤에 낳은 아들인 나를 기르는 재미로, 내가 무럭무럭 자라는 것을 보는 재미로 모든 고생과 어려움을 기쁘게 감내하시며 지금까지 살아오셨다는 어머님의 회상의 말씀을, 나는 그때에는 그저 보통으로 듣고 많은 세월을 흘려보냈었는데, 말 못하는 당나귀의 입을 통해 물욕과 명예욕에 눈이 먼 발람을 책망(민 22:28~30)하셨던 하나님께서, 이 공작 선인장을 통해서 아둔하고 멍청한 아들에게 어머님의 그 크신 사랑과 희생을 알려주심을 깨닫고서, 가슴을 치며 통곡을 하게 되었다.

5월 가정의 달과, 어머님의 추도일이 가까워지는 올해는, 어머님이 살아계셨을 때의 세월과 같은 나이가 되었기에, 왜 바보처럼 제대로 효도해 드리지 못했을까. 마음 속 깊이 자책하고 참회하며, 안타까움과 그리움 속에서 어머님을 생각하며, 양주동 선생님이 작사한 '낳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 하시네…'(어머니의 마음. 이흥렬 작곡)를 눈물을 쏟으며 불러보게 된다.

박대종 장로/광주 양림교회 원로·한국 장로 문인회 이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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