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성소피아성당 모스크로, 보수 이슬람 입지 강화

터키 성소피아성당 모스크로, 보수 이슬람 입지 강화

WCC 등 각 국 정부와 교회들 우려 표명, "종교의 정치적 이용 안 돼"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20년 07월 17일(금) 19:09
세계문화유산인 터키 성소피아성당이 지난 10일 모스크로 변경됐다.
박물관으로 사용돼 온 성소피아성당의 내부 모습. 칼리프의 이름이 적힌 원형판이 부착돼 있다.
1935년부터 박물관으로 사용돼 온 터키 성소피아성당(터키어로 아야소피아성당;Ayasofya)이 지난 10일 모스크로 변경됐다. 2014년 에르도안 대통령 집권 이후 표면화된 이슬람 보수 세력의 요청이 실현되면서, 가장 개방적인 이슬람 국가로 통하는 터키의 변화에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세계교회협의회(WCC)는 최근 서한을 통해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고를 요청하며, 소피아성당이 다시 갈등의 장소가 되지 않고 화합을 상징하는 장소로 계속 유지되기를 소망했다. 동로마제국에 의해 537년 건립된 성소피아성당은 916년간 정교회의 총본산이었으나 1453년 오스만제국에 함락되면서 623년 간 황실모스크로 이용되다가 1923년 출범한 터키 공화국에 의해 1934년 박물관으로 변경됐다.

인구의 98% 이상이 이슬람교도인 터키에서 80년 이상 박물관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세속주의' 방침 때문. 터키는 남녀평등 교육, 일부일처제 등을 도입하는 한편, 주변 이슬람 국가들과 달리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기 위해 노력했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이슬람법도 다르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터키 정부의 기조였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터키는 대통령과 보수 이슬람 세력 중심으로 결속력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각국의 비난에 대해 '주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현지 한인들은 지난해 70%까지 올랐던 대통령 지지율이 올해 50%로 떨어진 것을 극단적 선택의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현지인 중에도 상당수가 이번 조치에 반대 입장이며, 종교의 정치적 이용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소피아성당이 년간 4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최대 관광지였음을 감안하면 입장료가 없는 모스크로 전환할 경우 정부와 주변 상권의 손실도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관할기관이 문화재청에서 종교청으로 바뀌기 때문에 기독교 유물 보존에 무게를 뒀던 박물관과는 완전히 다르게 운영될 가능성도 높다.

터키는 법으로 종교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외국인의 포교는 금지돼 있다. 현지 기독교인은 6000명 정도로 추산되며, 교회협의회가 구성돼 있지만 정치적 개입은 어렵고, 기독교인에 대한 대중의 시선도 좋지 않은 편이다. 최근엔 여러가지 이유로 추방 되는 외국인 목회자도 늘고 있다.

현지 한인들은 "최근 터키 정부가 마약사범을 집중 단속하는 등 공권력의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며, 과거 오스만제국의 번영을 동경하는 보수 이슬람교도들의 정치 관여를 염려했다. 터키는 유럽, 중동, 중앙아시아에 인접해 있으면서도 어느 한쪽에도 속하지 않은 지리적 특성 때문에 독립적인 이슬람 문화를 형성해 온 곳이다. WCC는 이번 터키 정부의 결정이 종교 간 대화의 장애가 될 것으로 우려하며, 각국 정부와 교회들의 관심을 요청했다.


차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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