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여자의 인격선언, "여자의 인격도 남자와 동등"

1953년 여자의 인격선언, "여자의 인격도 남자와 동등"

[ 여전도회 ] 올해 9월 1일부터 '여권통문의 날'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20년 07월 22일(수) 15:08
'여자의 인격선언'이 게재된 기독공보 1953년 8월 10일자 1면. / 한국기독공보 디지털아카이브.
"우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여전도회의 결정에 의하여 여자의 인격도 남자와 동등함을 선언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남녀를 '자기 형상대로 창조하신'(창 1:12) 절대 교리를 신앙하고, 남녀는 동등이란 장로교 신조 제5조에 의하여 이를 선언합니다."

'여자의 인격선언'이 대한예수교장로회 여전도대회 대표 20인의 이름으로 기독공보 230호 1953년 8월 10일자 1면 하단에 게재됐다. '여자의 인격선언'은 6.25전쟁의 폐허 속에서 3년만에 정기총회가 열린 후 복음에 기초해 여전도회원들의 여성의식을 일깨운 선언으로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재조명 받고 있다.

1950년 6.25전쟁 발발 직전 여전도회는 4월 제17회 총회에서 정신여중고 교장이었던 김필례 선생을 회장으로 선출해 일제강점기로 침체된 선교사역을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사변으로 2년간 총회가 소집되지 못하고, 1953년 4월 제18회 정기총회가 '소망중에 즐거워하자' 제하로 개최된 후 7월 '여자의 인격선언'을 발표했다.

여전도회 제17회 총회를 보도한 기독공보 1953년 5월 4일자. / 한국기독공보 디지털 아카이브.
김필례 회장 등 20명의 여전도회 대표들은 '여자의 인격선언'을 통해 "인격이 동등이면 직위도 동등이다. 인격 동등은 절대 불변의 교리요, 직위의 차별은 신축자존(伸縮自存)의 정도(程度) 문제다"라며, 여장로 제도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어 여전도회 대표들은 "성경의 노예제도는 인간의 피로 해방적 해석이 설립되었거늘 육천년 여(女) 노예는 영원히 해방되지 못하는가?"라며, "율법 아래에서 남자의 종 된 여자를 예수의 피로 해방한지 이미 이천년이 되는 오늘에도 남존여비의 율법적 철칙을 묵수할 이유는 없다"라고 전했다.

대표들은 "벧전 2:9 계 20:6 말씀에 주님의 허락에 남녀의 차별이 없고, 신자제사장이란 프로테스탄트 대원칙에 남녀의 차별이 없다"라며, "여자도 지상에서 장로가 될 수 있다고 믿어 여제사장의 영존 인격을 천상에 고하고 천하에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남녀 평등의 가치를 주창한 과거 여전도회원들의 목소리는 교회와 사회에서 여성 지위 향상에 영향을 주고, 여성도 남성과 함께 교회의 치리권을 갖도록 했다. 1933년 함남연합회 여전도회원들 104인이 교단총회에 제출한 여장로제도 청원하고 62년 후 1994년 총회에서 여성안수가 허락됐고, 1995년 법제화가 선포됐다.

이와 관련해 여전도회전국연합회 김미순 회장은 "올해 여성 안수 법제화 25년 째인데, 우리 믿음의 선배들이 본인들은 여장로가 되지 못하고 그 열매를 우리 후배들이 받게 돼 빚진 자라는 생각이 있다"라며, "선교여성들이 한국교회에 더욱 본이 되어서 우리 후배들도 우리를 바라보며 교회를 섬길 수 있도록 헌신하길 다짐한다"고 말했다.

'여권통문' 전문을 실은 '황성신문' 보도(1898. 9. 8.) / 국립여성사전시관
#여권통문

한편 우리나라 최초 여성인권선언서는 1898년 9월 1일 발표된 '여권통문(女權通文)'이다. 정부는 한국 여성운동의 시작점이 된 여권통문이 선언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올해부터 매년 9월 1일을 '여권통문의 날' 법정기념일로 제정했다.

여권통문(여학교설시통문)은 서울 북촌에서 이 소사, 김 소사(召史: 나이든 기혼여성을 일컫는 말)의 이름으로 선언돼 여성의 근대적 권리인 교육권, 직업권, 참정권 등을 주장했다. 여권통문은 황성신문과 독립신문에 전문이 게재돼 여성의 권리 획득의 중요성을 여론에 호소했다.

여권통문을 발표한 회원들이 주축이 되어 같은 해 최초 여성운동단체인 찬양회(讚揚會)를 조직하고, 최초 민간 사립여학교인 순성학교(승동학교)를 설립했다. 순성학교는 여성들이 직접 설립해 정부의 여성교육에 대한 무관심을 일깨우고 여학교 설립의 필요성을 사회 전반에 인식시키는 데 공헌했다고 평가받는다.

'여권통문 발표의 내용이 실린 1898년 9월 8일 황성신문'을 상시전시하고 있는 국립여성사전시관은 "여권통문의 사상적 배경은 우리의 전통사상인 동학에 담겨있는 남녀평등사상이며, 그리스도교 여성들의 활발한 활동 또한 선언문 발표의 원동력이 됐다"고 밝히고 있다.


최샘찬 기자

"여자의 인격도 남자와 동등"     여권통문과 여자의인격선언    |  2020.07.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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