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한 외국인

영국인 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한 외국인

[ 땅끝편지 ] 영국 장순택 선교사6

장순택 선교사
2020년 09월 24일(목) 10:50
성탄절 칸타타 후 성가대원들과 함께 한 장순택 선교사(맨 우측).
필자 부부는 영국에 온 이후로 오전에는 항상 영국교회에 출석했다. '빨리 수준 높은 영어를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영국교회의 시스템을 배우고 싶었다. 처음에는 한 침례교회에서 마련한 외국인 예배에 출석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영국교회의 일원이 되기는 어려웠다. 그러던 중 교회가 문을 닫으면서 우리 예배모임은 영국개혁교회(URC) 소속 교회로 장소를 옮기게 됐고, 우리 부부는 그 교회 오전 예배에 참석하게 됐다. 생계를 위해 취득한 벽돌 쌓는 자격증을 가지고 주중에는 학생들을 가르쳤고, 나중에는 석면가루를 검사하는 자격증까지 취득해 사회 활동의 폭을 넓혔다. 주일 오전엔 영국인 교회에 참석해 성가대, 꽃꽂이 봉사, 설거지 등 하면서 현지인들과 어울리게 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의 허전함이 밀려왔다. 우리는 점점 쇠퇴하고 노화돼 가는 영국교회를 바라보며 슬픔을 느꼈다. 당시 담임목사가 공석이던 영국교회 수석 장로를 만나 필자가 교회에 도울 일이 있는지 물었다. 교회를 위해 무언가 돕고 싶어하는 우리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장로님은 노회장과의 만남을 주선했고, 노회장은 URC 교단이 외국에서 안수 받은 목사들을 영입하고 있다며 신청해 볼 것을 권했다.

신청으로부터 결정까지 약 6개월이 걸렸는데 총 60명이 지원해 서류전형과 인터뷰를 거쳐 4명이 최종 선발됐다. 하지만 합격했다고 끝난 것이 아니었다. 영국은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노회장 모임에서 노회장들이 서류를 검토해 목회자의 이동이나 결원이 생긴 교회를 연결해 준다. 그러면 해당 교회는 지원자의 서류를 검토하고 먼저 장로들이 면접을 진행한다. 이것을 통과하면 하루 날을 잡아 전교인과 함께 다과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주일엔 예배를 인도하게 해 지원자가 교인들에게 목회 철학 등 자신을 알릴 기회를 제공한다. 그후 교인 투표를 하는데, 이때 찬성표가 80% 이상 나와야 한다. 돌봐야 하는 교회가 2곳 이상이면 각 교회마다 찬성이 80% 이상이어야 한다.

영국교회는 세례교인 150명 정도가 있어야 목사 한 사람을 청빙할 수 있고, 교인이 부족할 경우엔 인원이 충족될 때까지 주변 교회 목회자의 지도를 받게 된다. 그래서 보통 목회자는 2~3곳, 많으면 8곳의 교회를 담임하기도 한다.

필자를 초빙한 지역은 한 번에 세 교회를 돌봐야 했는데, 외국인으로선 큰 부담이었다. 나는 '우리를 필요로 하고 주의 영광을 나타낼 수 있는 곳으로 인도하소서, 각 교회에서 100% 찬성이 있으면 주의 뜻으로 알겠습니다, 만일 사역을 하게 된다면 6개 월 간의 쉼을 갖고 싶습니다'라고 기도했다.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임시 당회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지금 투표가 끝났는데, 세 교회가 모두 초청을 원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대뜸 찬성이 몇 퍼센트였는지 물었고, 모든 교회에서 100%가 나왔다는 답을 들었다. 처음 영국에 와 1년쯤 지나 어느 정도 의사 소통이 될 때 필자는 '나도 영국인 교회에서 사역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꿈을 꾸었다. 하나님은 그 꿈에 응답해 주셨고, 나는 생계를 위해 다니던 일자리를 모두 그만두고 6개 월 후 이사해, 지금까지 10년 동안 영국인 교회들을 섬기고 있다.

장순택 목사 / 총회 파송 영국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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