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들어온 교회

집으로 들어온 교회

[ 독자투고 ]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0년 09월 28일(월) 11:06
코로나 사태 이후로 졸지에 바벨론 포로가 되었다. 집안에 갇혔다. 하나님을 만나고 예배하던 성전이 사라졌다. 이역만리 바벨론 땅에서 하나님이 계신 성전을 바라보며 예배하던 다니엘의 처지가 되었다. "다니엘이... 윗방에 올라가 예루살렘으로 향한 창문을 열고 하루 세 번씩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그의 하나님께 감사하였더라."(단 6:10) 이 모습이 요즘 우리의 모습, 영락없는 온라인예배 풍경이다. 벌써 반 년이 넘도록 상실감, 박탈감 속에서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 사이에 집안 풍경이 달라졌다. 우물과 마당, 빨래터, 변소가 집 안으로 들어오고 최근에는 강아지까지 들어왔다. 그리고 김장, 출산, 늙음, 죽음, 생로병사의 의례가 집 밖으로 빠져나갔다. 병원과 요양원, 장례식장이 데리고 갔다. 이문재 시인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느닷없이 코로나가 터지면서 봇물 터지듯이 집안으로 밀려 들어온 것들이 있다. 학교가 들어오고 회사가 들어오고 교회가 들어왔다. 이제는 시장까지 들어온다. 제각기 모니터 앞에서 수업을 하고 업무를 보고 쇼핑을 하고 예배를 드린다. 낯선 풍경이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게 예배냐?' 자탄을 한다. 가상현실이라고도 한다. 아마 최초 전화기 사용자도 그랬을 것이다. 전화기 너머의 소리를 듣고서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갸우뚱거렸을 것이다. 라디오 속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서 라디오를 분해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전화기 붙들고 울고 웃고 너무나 생생하게 대화를 나눈다. '레알'이다. 전화기 너머에 살아 숨 쉬는 인격이 존재한다는 것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온라인예배도 가상현실이 아니다. 그 옛날 민방공훈련에서 외쳤듯이 '이것은 실제상황이다.' 단지 미디어가 바뀌었을 뿐이다. 인터넷을 매개로 양쪽 끝에 목사와 회중이 있다. 화면 속에 실제 인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해서 가상현실이 아니다. 특히 실시간 온라인예배는 더욱 그러하다. 대형교회 부속실에서 TV 화면을 앞에 두고 예배를 드리는 장면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이제는 거리를 뛰어넘어서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졌다.

그렇게도 익숙했던 물리적 공간이 사라졌다. 십자가가 중앙에 위치한 거룩한 공간, 예루살렘 성전의 분위기, 기도의 눈물 자국이 배어 있는 곳, 뜨거운 찬양의 열기, 아이 콘택트가 넘치는 공간이 사라졌다. 눈앞에 모니터만 보인다. 이제는 새로운 공간이 생겨났다. 교육학자 파커 팔머는 교육을 정의하기를 '진리에 순종하는 공간을 창조하는 일'이라고 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공간은 물리적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전화기나 인터넷을 사이에 두고서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신뢰관계의 공간이다. 심리적 공간이다. 평생 새벽기도회에는 나갈 수 없으리라고 절망했던 중증 장애인들이 온라인 새벽기도회 공간에 들어오기도 한다.(마 21:14)

새로운 공간에서 우리는 새롭게 예배를 드린다. 온라인예배 공간은 가상현실이 아니다. 실재하지 않는 현실이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거짓으로 꾸며낸 현실이 아니다. 온라인예배 현장은 '집으로 들어온 교회'이다. 인터넷을 통해서 집안 구석 구석까지 들어온 실핏줄이다. 이 핏줄을 통해서 예수의 피를 공급하고, 하나님을 만나고 예배한다. 이 공간을 통해서 함께 만나고 예배를 드리고 신앙교육을 한다. 온라인예배 현장을 가상현실로 대하느냐, 아니면 새롭게 조성된 공간으로 대하느냐? 이에 따라서 예배 참여자의 자세가 달라진다. 물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컴퓨터, TV 등의 미디어로 예배드리는 것이 무척 낯설다. 마샬 맥루한이 말한 대로 미디어는 메시지이다. 그런 미디어들은 나름대로 정보를 전달해온 방식이 있고, 우리에게는 그것에 길들여진 습관이 있다.

그래서 어렵다. 화면을 관람하기만 하던 습관을 바꾸기가 어렵다. 관건은 예배자의 참여도를 높이는 것이다. 맥루한의 주장대로 미디어의 정세도(Definition)를 낮추고 쿨 미디어(Cool media)화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니까 별별 고민을 다하게 된다. 바벨론 포로가 기뻐 춤추며 예루살렘으로 귀환했듯이 우리도 하루속히 코로나가 끝나고 예배당으로 복귀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한편으로는 코로나로 인해서 새롭게 생겨난 공간, '집으로 들어온 교회'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도 우리는 다니엘처럼 예배한다. 다니엘 앞에는 모니터가 없고 우리 앞에는 모니터가 있다.

유승기 목사/돌베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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