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소식을 들고 산을 넘는 자의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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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교수의 음악이야기 (10) 코랄판타지 제1번 '위로하라 내 백성을 위로하라'(2)

이신우 교수
2020년 10월 21일(수) 10:00
2008년 한동대 더패스웨이 연주.
2013년 뉴욕카네기홀 연주를 마치고 피아니스트 허효정과 함께.
인간의 죄 된 본성과 그리스도 십자가를 통한 대속과 구원의 메시지를 다룬 필자의 코랄판타지 '위로하라 내 백성을 위로하라'는 2008년 금호아트홀에서 초연되었다. 이후 여러 편성으로의 개작 과정을 거쳐 2009년에 최종 버전이 완성되었는데, 성서의 핵심 주제를 다루는 만큼 신중을 기해야 했고 다른 작품에 비해 긴 호흡과 오랜 시간 동안의 인내를 감내해야 했다. 작품의 메시지를 음악으로 잘 전달해 줄 연주자들을 찾았고, 그들과 함께 발로 뛰며 무대를 만들었으며, 산을 넘고 대륙을 건너 작품을 들고 미국으로 유럽으로 날아갔다.

음악은 작곡가의 손을 통해 특정 어법이라는 옷을 입고 세상에 나오지만 연주자의 손길이 없이는 실제 소리로 들려질 수 없다. 작곡가와 연주자는 그러므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공동체이다. 이 작품은 각기 다른 재능과 개성을 가진 여러 연주자들의 손을 통해 다양한 해석과 스타일로 들려졌다.

공연은 이 작품을 계기로 탄생한 음악가들의 모임이자 콘서트시리즈인 패스웨이(The Pathway)의 이름으로 진행되었다. 어둡고 음습한 로마서의 메시지를 천둥 같은 소리로 강렬하게 뿜어낸 박종화 피아니스트, 복음의 소식과 죄의 속성이라는 상반된 주제를 담백하고 정제된 연주로 들려준 장지혜 피아니스트,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구원의 메시지를 사중주 속 깊은 울림으로 따뜻하게 담아 낸 고은이 피아니스트까지, 이 곡은 많은 연주자들의 수고를 통해 이렇게 처음 세상에 나왔다.

패스웨이는 세계초연 무대 이후 서울대와 한동대 두 곳의 대학 캠퍼스와 교회들을 찾아갔다. 무대와 청중의 성격에 따라 때로는 진지하고 아카데믹하게, 때로는 클래식 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감상자의 입장에서 보다 이해하기 쉽도록 프로그램을 차별화하여 마련하였다. 그 중 작품에 담고자 했던 복음의 메시지에 청년들의 순수한 열정으로 공감해준 한동대 무대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주일 저녁예배와 수요예배의 한 순서로 진행되었던 두 교회에서의 공연,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음악가들을 따뜻하게 환대해준 교인들도 잊을 수 없다.

한국에서 해외로 이 작품이 건너가게 된 것은 한 피아니스트와의 만남 덕분이다. 그녀는 자신의 위스컨신대 박사학위 독주회 프로그램으로 이 곡을 선택했고 학위논문으로 다루었으며, 2013년 그녀의 뉴욕 카네기홀 데뷔 무대에서 이 곡을 전 곡 암보로 연주했다. 50분이나 되는 분량의 신작을 모두 암보로 연주한다는 것은 고도의 정신적 집중력뿐만 아니라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일로, 작품이 담고 있는 성경적 메시지에 대한 신앙적 열정과 작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음악적으로 기술적으로 정신적으로 매우 어렵고 복잡한 이 곡의 음 하나하나 프레이즈 하나하나를 그녀가 땀 흘리며 완성해 가는 모습을 보며, 필자는 창작의 고통과 수고에 대한 주님의 큰 격려와 위로하심을 느꼈다.

피아니스트 허효정과 함께 한 미국과 유럽 연주는 대륙을 넘나들며 다닌 만큼 사연도 많았다. 폭설을 뚫고 어렵게 열린 프린스턴에서의 연주, 지독한 감기몸살로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까지 무기력했던 그녀를 걱정스럽게 지켜봐야 했던 2014년 뉴욕 카네기홀에서의 두 번째 연주, 기차 연착으로 숨 돌릴 틈도 없이 뛰어 들어가 바로 무대에 올라야 했던 뮌헨대학 연주와 비엔나 뮤직페라인에서의 연주까지, 모두 복음을 들고 대륙을 건넌 우리의 발을 축복하시고 빈틈없이 인도해 주셨던 주님의 임재와 보호하심을 느꼈던 시간들이다. 상황의 열악함과 육신적 연약함으로 온전히 주님만을 의지해야 했던 그 연주들에서 역설적으로 그녀는 가장 영감 있는 강력한 연주로 작품이 담고자 했던 복음의 메시지를 음악으로 토해냈다.

이 작품은 이제 많은 피아니스트들의 손길을 통해 다양한 무대에서 연주되고 있다. 복음의 아름다운 소식을 들고 산을 넘는 음악가들의 발걸음은 다양한 작품과 여러 모양으로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이신우의 코랄판타지 1번 '위로하라 내 백성을 위로하라' 중 '신포니아' 장지혜 피아니스트 연주(https://youtu.be/fjNbdW8XcaM).

이신우 교수 / 서울대학교 음악대학교 작곡과
2017년 태국 방콕 연주, 피아니스트 허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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