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노동자, 교회 내 형제·자매처럼 대해주세요

택배 노동자, 교회 내 형제·자매처럼 대해주세요

택배 노동자 잇따른 사망, 교계에서도 사회적 약자 돌아봐야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0년 11월 02일(월) 00:01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주 평균 71시간이 넘는 살인적 노동시간을 감내하며 일하고 있는 택배 노동자들은 올해 들어 12명이나 과로사로 사망했다.

이러한 죽음이 계속해서 이어지자 비로소 사회는 그동안 편리함에 가려져 보지 못했던 택배 노동자들의 살인적인 업무량과 부당한 대우 등을 의식하게 됐다. 교계에서도 사회적 약자로 부각된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 시민단체들과 연대하는 한편, 교인들에게도 택배 노동자들을 대할 때 사용자의 입장에서만 아니라 교회에서 흔히 만나는 '형제·자매'로 대할 것을 권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택배 노동자들을 위한 대책 마련을 위해 지난 7월 28일 참여연대와 전국택배노동조합, 예수살기 등 67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해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출범됐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택배노동자의 장시간 고된 노동의 핵심적인 문제인 분류작업 문제 등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과로사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하지만 택배회사들은 과로사 문제를 철저히 외면하며 분류작업 인력투입은커녕 유가족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보상조차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지난 10월 21일에는 사회 각계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택배노동자 죽음의 행렬을 끊기 위한 각계 대표 공동선언문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공동선언문 발표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도 교계를 대표해 택배노동자 죽음의 행렬을 끊기 위한 사회적 노력에 힘을 보탰다.

공동선언문에서는 택배노동자들은 주 평균 71시간이 넘는 살인적 노동시간을 감내하며 일하고 있는데 그 핵심적 요인은 재벌 택배사들이 택배노동자들에게 강요하는 분류작업에 있다"라며 "(재벌택배회사들은) 택배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에 내몰리는 구조적 상황을 그대로 유지시키면서 문제해결을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더 이상 일하다 과로사하는 택배노동자들이 발생하는 구조를 이대로 방치해선 안된다"며 "모두 함께 나서 사회적 감시를 조직하고 과로사 예방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추진하고 기필코 이 참혹한 죽음의 사슬을 끊어내자"고 강조했다.

NCCK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최형묵 목사는 이번 공동선언문에 동참하게 된 배경에 대해 "택배 노동자들은 사회에 꼭 필요한 필수노동임에도 불구하고, 기본노동시간인 8시간 노동 보장과 산업재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등 노동기본권을 보장 받지 못해왔다"며 "사회적 약자의 생존을 보장하는 경제,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경제에 대한 비전을 환기하는 것은 교회에 주어진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택배 노동자들의 연이은 죽음이 사회 문제화 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20일 국무회의에서 택배노동자의 과로사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는 한편, 사회적 약자 보호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시민들의 목소리에 최근 가장 많은 택배 노동자들이 사망한 CJ대한통운의 대표이사가 22일 최근 발생한 택배기사의 연이은 사망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종합대책의 골자는 △택배 상품 분류작업에 별도 인력 4000명을 투입하고 '적정 배송량'을 산출하여 택배기사의 하루 배송량을 제한 △산재보험 가입에 대해서는 전체 집배점(대리점)을 전수조사하고 택배기사들의 가입을 의무화 △자동화시설 확대를 통해 작업강도를 경감 △상생협력기금을 마련해 택배기사들의 복지확대 등 택배노동자의 작업시간과 업무 강도를 낮추는 것이다.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손은정 목사는 "택배 노동자들이 주 71시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많게는 하루 300개가 넘는 박스를 배달해야 하는 살인적인 조건이 되면 사업주나 관련 행정부처들은 이것을 비상상황으로 인식하고 안전망을 짜야 하한다"며 "최근 고인이 된 김원종 씨처럼 팔순 아비를 모시고 사는 아들, 늙으신 아버지를 홀로 두고 떠나야 하는 이 처참한 현실을 맞이하고서야 관련 대책들이 쏟아지고 있다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말했다.

손 총무는 "예수님이 오신 것이 이 땅의 사람들의 생명을 풍성케 하기 위함이라고 읽고 고백하면서 이런 현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수수방관하면서 어떻게 그 고백이 참되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고 "과로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정책이 현실의 변화로 안착할 때까지 감시하고 촉구하는 파수꾼의 역할이 교회의 사명이라는 것을 근본적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총무는 미아동의 택배 노동자 김원종 씨가 사망하자 이름 모를 시민이 "어제보다 늦어요. 끝내 돌아오지 못한 미아동 택배 노동자 김원종 씨 추모합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었던 것을 언급하며, 교회는 마음 담긴 작은 현수막 하나라도 내걸면 사람들이 길을 가다가 문득 이것을 볼 때, 하나님이 고단한 백성을 사랑하신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각종 SNS에서는 많은 기독교인들이 최근 택배 노동자 김원종 씨의 사망을 애도하며, 택배 노동자들에게 물 한잔, 음료수 한 병을 건네자는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조금 늦더라도 괜찮아요"라는 해시태그(게시물의 분류와 검색을 용이하도록 만든 일종의 메타데이터)를 붙이는 캠페인을 벌이는 등 택배 노동자들을 위해 배려의 메시지와 격려의 마음을 전달하고 있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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