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와 언어(宣敎와 言語)

선교와 언어(宣敎와 言語)

[ 독자투고 ]

김재혁 목사
2020년 11월 05일(목) 08:20
선교사가 선교지에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지 언어를 습득하는 것이다. 현지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서는 최소 4~5년의 시간이 걸린다. 그래야 현지인들과 소통할 수 있고 선교도 할 수 있다. 그런데 2000년 전 사도 바울은 어떻게 그 많은 나라를 다니면서 선교했을까? 나라마다 지방마다 다른 언어를 어떻게 극복하고 선교의 장을 열었을까? 성경에는 바울이 한 번도 언어를 공부했다는 기록이 없다.

선교 현장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하겠다. 한 선교사가 케냐의 마사이족 마을을 방문했는데 활동을 위해서는 추장의 허락을 꼭 받아야만 했다. 당시 선교사가 아는 현지어는 세 가지로 '예', '아니오', '그래요(ok)' 뿐이었다. 그래서 추장이 묻는 말에 첫 번째는 '예', 두 번째는 '아니요', 세 번째는 '그래요'라고 답했더니 추장이 선교를 허락하면서 "이 사람은 하나님이 보낸 사람이다"라고 선포했다. 하나님의 은혜로 사역이 확장돼 교회, 병원, 학교도 세웠다. 선교사는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 추장을 찾아가서 "당신이 처음에 나에게 한 질문이 무엇이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추장이 말하길 "첫 번째는 '이곳은 대단히 험하고 위험해서 죽을 수도 있다. 그래도 여기서 일하겠느냐?'였는데 당신은 '예'라고 했고, 두 번째는 '일하다가 힘들면 떠나겠느냐?'라고 하자 당신은 '아니오'라고 했으며, 세 번째는 '그러면 우리와 함께 여기서 죽겠느냐?'였는데 당신은 '그래요'라고 답했소"하는 것이었다. 이 일화는 후에 현장의 한인 목회자들 사이에 화제가 됐고, 필자는 케냐에 머무는 동안 그 선교사의 집에 방문한 적도 있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그러면 사도 바울은 어떻게 그 많은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선교했을까? 언어 장벽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2000년 전에는 지방마다 언어가 다르고, 나라마다 언어가 다른 데 가는 곳마다 언어가 막혔다는 말이 성경에 나오지 않는다. 그 해답을 사도행전 2장 5~12절에서 찾아보자. 베드로의 설교를 들은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라서 하는 말이 "우리가 우리 각 사람의 난 곳 방언으로 듣게 됨이 어찌 됨이냐?(행 2:7)." 여기에 모인 사람은 바대인, 메대인, 엘람인, 메소보다미아, 유대와 갑바도기아, 본도와 아시아, 브루기아와 밤빌리아, 애굽과 및 구레네에 가까운 리비야 등 여러 지방에 사는 사람들과 로마로부터 온 사람들, 그리고 그레데인과 아라비아인들이었다. 만약 그 자리에 한국인과 중국인이 있었다면 그들 역시 통역 없이도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방언은 한자로 두 가지 '方言'과 '邦言'이 있는데 기도원에서 하는 방언은 '方言'이고 사도 바울이 많은 나라에 다니면서 한 방언은 그 지역의 언어인 '邦言'이었을 것이다. 안디옥 빌립보, 에베소, 고린도 등 많은 곳을 다녔고, 로마에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강론하며 하나님의 나라를 증언했다(행 28:23). 하나님은 특별할 때는 특별한 방법으로 일하셨는데 바울에게는 방언의 은사를 주셔서 그 많은 나라의 말을 하게 하셨고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도록 하신 것이다.

필자는 특별히 언어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대학교 때는 영문학을 공부하면서 영어와 싸웠고, 케냐에 선교사로 가서는 현지 언어인 스와힐리어와 싸우면서 언젠가는 인류가 언어의 장벽 없이 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망했다. 선교에 있어서 언어는 언젠가는 풀어야 할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김재혁 목사 / 반포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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