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로 양분된 미국 '회복이 필요해'

선거로 양분된 미국 '회복이 필요해'

종교의 정치적 이용으로 교회도 상처, 약자 위한 선거 돼야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20년 11월 09일(월) 07:31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후보가 개표 5일만에 과반 이상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면서 승자가 됐다. 그러나 도날드 트럼프 후보가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양분된 민심'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기독교인 간 대립도 초래했다. 여러 목회자들이 예배 중 특정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그를 위해 기도했고, SNS를 통해 동참을 호소했다. 기독교 연구기관 라이프웨이리서치의 선거 전 조사에선 개신교 목사(protestant Pastor) 53%가 트럼프를 지지했으며, 바이든에게 투표하겠다는 목사는 21%로 나타났다. 출구조사를 보면 유권자의 20%를 차지하는 백인복음주의기독교인(evangelical Christian) 중 75%가 트럼프를 지지했으며, 몇몇 경합지역에선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현재 미국 유권자는 약 64%가 기독교인으로 알려져 있다.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는 이 수치에 대해 '오바마가 당선된 2008년 대비 기독교인은 15% 감소한 반면, 비종교 유권자는 28%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분석해, 기독교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약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은 유권자 79%가 기독교인(민주당은 52%)으로, 트럼프는 임기 내내 기독교계의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낙태, 동성애 등 미국 사회에서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단호히 반대 입장을 보였고, 중동 국가들의 비난 속에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선포했으며, 코로나19 상황에선 각 주에서 폐쇄된 교회 문을 다시 열도록 권고했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확산되자 백악관 인근 교회 앞에서 성경을 들고 강경 대응을 천명했으며, 선거를 앞두곤 예배에 참석하거나 헌금하는 모습을 수시로 언론에 공개했다. 코로나19에 확진되자 유력한 기독교 지도자들을 초청해 중보기도 모임을 열었고, 선거 직전엔 자신이 장로교인이 아니라 특정 교파에 속하지 않은 기독교인이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트럼프의 행보가 외교적, 종교적 갈등을 촉발하면서 공화당 안에서나 기독교인 모임에도 '종교를 선거에 이용하지 말라'는 입장이 나왔으며, 지나친 정치 참여에 염증을 느낀 일부 목회자들은 투표 자체에 회의적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기독교인 간 대립까지 확산되는 상황에서 미국장로교회(PCUSA)는 2008년 정리된 '국가 선거에 대한 정책(Lift Every Voice: Democracy, Voting Rights, and Electoral Reform)'을 근거로 투표 참여 독려에 나섰다. 별도의 홈페이지(https://www.pcusa.org/vote)를 열어 △선거 독려영상 공유 △선거 참여방법 안내 △온라인 토론회 진행 △각 후보의 정책에 대한 정보 제공 △미국 선거 역사와 관련 간증 등을 공유하면서 10월 한 달 동안 요일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미국장로교회 공동총회장 그레고리 벤틀리 목사는 선거에 앞서 "나는 가장 어려운 사람에게 가장 큰 유익을 줄 것으로 생각되는 사람에게 투표할 것이다. 두 후보 모두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최소한의 피해를 줄 사람에게 투표할 것이다"라며, 투표가 고통받는 이웃과 함께하는 장로교인의 의무임을 강조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특정 당의 승리를 예견하기 어려울 만큼 매번 민주당과 공화당이 대등한 경합을 펼쳐 왔다. 각 당의 이념인 자유주의와 보수주의가 팽팽히 대립하며 균형을 이루는 것이 미국의 방식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선 기독교가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이용되면서 기독교인 간 화합, 사회와의 소통 등 다양한 면에 상처를 남기게 됐다. 매일 10만 명 이상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 가운데, 갈라진 민심이 트럼프의 선거 불복으로 더 심화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미국 언론들의 분석이다.

미국에서 '복음주의 기독교인'은 거듭남, 전도, 말씀 중심, 영적 소통을 중시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는 전 세계의 신실한 기독교인들에게 '선거는 힘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약자를 위한 것'임을 거듭 교훈하고 있다.


차유진 기자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