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저는 형제를 지키는 자입니다"

"주님 저는 형제를 지키는 자입니다"

[ 아름다운세상 ] 브라더스키퍼 김성민 대표와 보호종료 청년들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0년 12월 28일(월) 09:11
보육원에서의 삶은 매일이 지옥이었다. 아침이 오는 게 두려울 만큼 폭력과 배고픔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더 두렵고 무서운 건 이 지옥같은 공간을 떠나야 하는 '그 날'이 더 공포였다.

사회적기업 '브라더스 키퍼(brother's keeper)'의 김성민 대표(열린교회 집사)는 17년 동안 보육원에서 생활하다가 고등학교 졸업 후 '보호 종결'로 보육원을 퇴소했다. 수중에 쥔 돈은 단돈 100만원이 전부였다. "6개월 동안 거리에서 노숙을 했어요. 먼저 퇴소한 형들이 왜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더라고요. 결국 나도 저들처럼 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절망스러웠습니다."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은 만 18세가 되면 정부의 보호가 종결돼 스스로 홀로서기를 시작해야 한다. 매년 2500여 명이 의지할 곳 하나 없이 사회로 떠밀려 나와 자립에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보고된 통계 결과 보호종료 청소년 100명 중 24명이 기초생활수급자 혹은 차상위 계층에 속했고 수급자가 된 청소년 중 무려 88.5%가 시설 퇴소 후 반년 내에 빈곤층에 편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2019년 보호종결아동 자립 실태 조사 결과 고아원 출신 중 70% 이상이 전과자로 드러났다.

그러나 김 대표는 '저들과'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었다. "내가 저들과 다른 점은 그들은 하나님을 몰랐고 나는 하나님을 안다는 것 하나뿐입니다."

청년이 되어 다시 교회에 갔다. 모든 공예배에 참석하며 신앙을 회복했다. "아마도 하나님이 준비시킨 것 같다"는 김 대표는 그 때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을 깨달았다. 자신과 같은 보육원 아이들을 돕자. "가족이 없는 친구들에게 가족이 되어 주자."

NGO단체에서 7년 동안 교인과 보호아동을 연계하는 사업을 진행했지만 "지원보다는 자립할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김 대표는 교회의 기업가들을 통해 100여 명의 보호 종결 청년들을 취업시켰다. 그러나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두거나 잠적해버렸다. 마음의 상처가 큰 청년들은 잘해줘도, 혼이나도 "내가 고아라서?"라는 피해의식을 떨쳐내지 못했다.

"그 즈음에 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 못하겠다고 기도했습니다. 주일날 설교를 듣는데 '네 형제가 어디있느냐?'고 묻는 하나님께 '제가 형제를 지키는 자입니까?'라고 반문하고 가인의 모습에 제가 보이더라고요. 많이 울면서 제가 형제들을 지키는 자가 되겠다고 응답했습니다."

'형제를 지키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브라더스 키퍼'는 그렇게 시작됐다. 브라더스 키퍼는 건물 외벽이나 실내 벽면에 수직(垂直) 정원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으로 보호종결 청년들을 고용한다. 브라더스 키퍼는 채용조건도 특별하다. '보육원 출신'을 우대하고 보육원에서 지낸 시간도 경력으로 인정된다. 대표는 직원 중 급여를 가장 많이 받는 직원의 급여를 넘지 못한다는 원칙도 있다. 누군가의 회사가 아니라 우리의 회사라는 소속감으로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다. 특별한 직함도 없다. 전 직원은 식물의 이름을 닉네임으로 부르는데 김 대표의 닉네임은 단란한 가정의 꽃말을 지닌 '바비아나'다. 후배들에게 단란한 가정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보호종료아동의 정서적 자립을 돕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 금융적 지원, 법률서비스 등 제공한다. "보통의 가정환경에서 자라지 못했기 때문에 돈을 모으고 쓰는 법도 모르고 하물며 라면 끓이는 것도 가르쳐야 해요. 해본 적이 없거든요."

브라더스 키퍼의 최종 목적은 보호종결 청년들이 전문가로 성장해서 후배들을 전문가로 키워내는 멘토가 되는 것이다. 그와 함께 일하는 9명의 직원들도 같은 마음이다. "이곳에서 저와 같은 과거를 살아온 동생들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기뻐요.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해 저를 성장시키고 싶어졌어요" "고아원 출신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기쁨이 무엇인지 느끼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멘토가 되고 싶어요"라며 같은 꿈을 꾼다. 아울러 보육원 선생님들을 치유하고 변화시키는 비전도 품고 있다. "상처가 많은 아이들과 24시간 함께 지내다 보니 선생님들도 지치고 상처가 많다"는 김 대표는 "멋진 사회인으로 성장한 아이들을 통해 선생님들께 희망을 주고 싶다"고 했다.

김 대표는 교회에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

"보육원 아이들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처럼 보여도 신앙의 보호는 전혀 받지 못해요. 1년에 3000여 명의 청년들이 보호종료되는데 이 친구들과 1대1로 결연을 맺어서 멘토가 되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말씀 안에서 함께 고민해주시고 그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것만으로 그들은 혼자가 아니라고 느낄 것입니다. 보육원 출신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도 앞장서 주세요. 부모에게 버려지고 이제는 보육원에서도 버려진 아이들에게 가족과 친구가 되어주십요. 실패해도 좋다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자고 격려해주세요."

사업가가 아닌 사명가라는 김 대표와 "하루 하루가 지겨워 주어진 대로 살다가 브라더스 키퍼에 입사한 후 '내일이 기대되는 행복한 삶'으로 변했다"는 보호종료 청년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요. 우리는 여러분들을 위해 존재합니다"라는 형제들의 외침이 수천명의 보호종결 청년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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