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성찬 경험과 이해 업데이트 할 기회"

"팬데믹, 성찬 경험과 이해 업데이트 할 기회"

[ 1월특집 ] 감염병 상황에서 교회 (4)이제는 미룰 수 없는 온라인 성찬식 논의

김세광 교수
2021년 01월 15일(금) 16:15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교회역사에 유례없는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예배가 시행되고 있다. 온라인 예배의 적절성에 대한 논의는 전쟁 상황보다 더 불가피한 비상조치라는 것으로 정착되고 있으나, 온라인 성찬 이슈는 논란이 진행 중이다. 세계교회의 각 교단, 또 각 신학자, 목회자마다 온라인 성찬 시행에 대한 찬반 입장이 다르고, 온라인 성찬 시행을 하되 그 시행방법에 대해서도 의견들이 다양하다.

현재 지역교회들은 온라인 성찬에 대한 시행 여부에 대해 다음 세 가지 중의 하나를 택하고 있다. 첫째, 대면 예배 시까지 성찬유보, 둘째, 성찬을 교회에서 교우들이 가져가든, 교회에서 배달해주든지, 혹은 각 가정에서 준비하든지 하여 온라인으로 성찬을 행함, 셋째, 교회에서만 성찬을 집례하고 교우들은 온라인으로 보는 것으로 참여함 등이다. 이 세 가지 옵션들은 각기 다른 신학적 전통을 가진 한국개신교단의 입장을 보여준다. 다시 말하면 지난 팬데믹 이후부터 각 교회가 이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할 때의 기준들은 각 교단의 전통적 관습, 신학자들의 신학적 이해, 목회자들의 성찬 이해와 경험들이다. 필자가 속한 한국예배학자들의 커뮤니티에서도 이 세 가지 옵션들이 제시되었다. 미국 장로교회에서는 지난 3월 온라인 성찬 가능성을 권고했고, 통합 측 학자들은 대체로 이 보다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지만 평소 성찬에 대해 적극적이었던 감리교단의 경우는 좀 더 긍정적으로 보고 시행하고 있다. 필자 역시 새로운 성찬의 시행은 온라인 세례를 대하는 것만큼 조심스럽기에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온라인 성찬 이슈는 그동안 신학교나 목회자 세미나 등을 통해 예배에서의 성찬 중심성을 강조했던 내용을 상기할 기회로 여겨진다.

온라인 성찬의 적법성 준거로 교회사적 사례나 신학적 이슈들을 제시하는 것은 더욱 혼란스럽게 할 우려가 있다. 교회 역사의 교단 혹은 교파의 분리는 성찬 이종배찬 이슈, 그리스도의 임재 이슈, 매주 성찬 이슈가 결정적이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구분 없이 온라인 성찬 이슈에 적용하여 주장하는 데 무리가 있다. 한 예로, 개혁교회의 경우 칼빈의 매주 성찬 주장을 염두에 두지 않고 개혁교회 전통 노선을 찾고 주장하는 것은 공감하기 어렵다. 현대교회의 성찬 이해는 세계교회의 BEM문서(1982) 이후 교단의 전통과 관습을 초월하여 초대교회와 성서적 근거에 기초하여 업데이트되었다. 그 의미는 성찬에 관한 한 더 이상 종교개혁의 사례나 관점으로 또다시 교단의 고착되고 폐쇄된 관습에 갇히는 것을 거부하고 각 전통이 지난 지혜와 유산을 공유하는 성찬의 신세계가 열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온라인 성찬 이슈처럼 그 방식에 대한 의견이 분분할 때 그러한 변화를 감지하면서 성찬의 의미를 확인하는 것은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줄 것이다.

우리 교단 헌법에서 제시한 성찬의 5가지 의미, 즉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감사(유카리스트), 그리스도에 대한 기억(아남네시스), 성령님의 임재 기원(에피클레시스), 성도와 함께 교제(코이노니아), 어린 양의 혼인 잔치의 기쁨을 미리 맛보는 예전은 세계교회의 새로운 성찬 이해를 그대로 담은 것이다. 그 내용은 장로교회의 성찬은 더 이상 그리스도의 수난에 대한 기념설이 아니고, 또 1년 2회 예배에서 포함된 특별한 순서가 아니라, 지역교회 형편에 따라 가능한 한 자주 행해야 하는 그리스도교 예배의 본질이 되었다. 한국의 신학교들도 80년대 후반에서부터 '예배의 중심으로서의 성찬'에 대한 교육을 해오고 있고, 그 결과 성찬 회수와 메시지에 있어서 변화를 꾀하는 교회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성찬의 회수에 대하여 통합 측 예배서는 세계개혁교회 예배가 매주 성찬을 기본으로 하고 교회 형편에 따라 자율적으로 조정하고 있음을 언급하면서 '가능한 한 자주 거행'할 것을 지침으로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성찬이 담긴 예배 모범을 4가지 유형을 제시하고 있다. 온라인 성찬 이슈에서 성찬 회수를 길게 설명하는 이유는 성찬 회수는 그 교회와 목회자의 성찬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반영하는 기준이 될 수 있고, 이에 따라 택할 수 있는 옵션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제안은 온라인 성찬 이슈는 목회자가 속한 당회의 성찬 이해와 그동안의 성찬 시행 경험에 따라 앞에서 제시한 세 가지 옵션을 고려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첫째, 현재 성찬을 교회 관습대로 일 년에 2회(부활절, 성찬 주일 등) 시행하며, 성찬 이해도 그리스도의 수난에 대한 기념으로만 교육하고 있는 교회라면, 대면 예배 시까지 성찬을 유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충분한 성찬 이해 없이는 새로운 성찬 시행 시에 임기응변적 처방으로 성례전의 본질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장로교의 온라인 성찬 허용의 조건에도 온라인 성찬 방식에 대해서는 당회의 최종 판단을 허용하지만, 조건은 업데이트된 성찬 이해와 최대한 예배 모범을 반영할 것을 권하고 있다. 둘째, 월 1회 성찬 시행을 할 정도로 성찬 이해와 경험이 축적된 교회들은 미국장로교의 허용 조건대로 최대한 예배 모범을 따라 성찬의 의미가 담긴 온라인 성찬 예전을 위해 지역교회의 목회적 역량과 상황을 고려하여 당회가 결정하여 행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대면 예배 시까지 성찬을 보류할 때도 성찬의 의미를 상기할 방안으로 예배 중에 화면으로 잘 디자인된 성찬대를 적절히 비추든지, 당회 주도로 예배현장에 있는 예배자들과 성찬을 하며 성찬의 메시지를 통해 그리스도예배의 본질을 확인하는 예전을 행하는 것이다. 이는 성찬을 통해 그리스도교 예배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상기해오고 있는 예배공동체가 행할 수 있을 것이다.

성찬은 예배 갱신 또는 예배 회복으로 복음적인 예배공동체를 꿈꾸는 그리스도교회에 주어진 소중한 자산이다. 온라인 성찬 시행 여부를 두고 고민하게 된 상황이라면 당회원을 중심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1980년대 이후 세계교회에 펼쳐진 성찬의 신세계를 여행자의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성찬 이해와 경험을 업데이트한다면 암울한 팬데믹 시기에 온 예배회중과 함께 누릴 수 있는 소중한 은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세광 교수/서울장신대 예배설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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