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본래 마음이 약한 사람입니다"

"나는 본래 마음이 약한 사람입니다"

[ 목양칼럼 ]

박영국 목사
2021년 03월 31일(수) 15:33
필자가 섬기고 있는 해방교회는 이름부터 남다르다. 가끔 "해방교회는 운동권 교회입니까?"라는 농담 섞인 질문을 받을 때도 있다.

그런 해방교회 마당에는 허은 목사 순교비가 세워져 있는데 허은 목사는 해방교회 3대 담임목사이셨다. 1950년 6.25 사변이 발발하자 6월 27일 저녁 교회에서는 임시제직회가 모였다. 제직회로 모인 자리에서 허은 목사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양 떼를 버리고 온 내가 또다시 양 떼를 버리고 피난할 수는 없소. 나는 본래 마음이 약한 사람이라 여러분들이 자꾸 피난을 권유하면 마음이 흔들릴지 모르니 나에게 절대로 피난을 권유하지 마시오."

허은 목사님은 1942년 일본에서 대학을 마치시고 1944년 평양 장로회신학교를 졸업하고 1946년 목사 안수를 받으셨다. 그리고 당시 기독교를 박해하던 '기독교도 연맹'을 반대하며 공산당에 맞서 투쟁하다가 1948년 월남하셨다. '양떼를 버렸다'는 표현은 교회와 성도를 버리고 월남했을 때의 상황을 말하는 것이었다. 이미 한 번 교회와 성도를 떠나 어렵게 월남했던 상황을 떠올리시며 6.25사변 때에 마음이 흔들릴지 모르니 피난을 권하지 말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그 후 그분은 해방교회를 떠나지 않고 지키시다가 공산당에게 순교하셨다.

해방교회는 신앙의 자유를 찾아 신대륙을 찾아 나선 청교도들처럼 남북분단과 공산 정권의 학정을 피해 신앙의 자유를 찾아 남쪽 나라로 월남하신 피난민들이 세운 교회이다. 피난살이의 어려움 속에서도 해방교회 성도들은 하나님께 감사드렸고 서로 돕고 위로하며 의지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시련인 6.25사변이 찾아와 피와 땀으로 건축한 성전은 소실되었고 교회를 지키던 목사님마저 순교하셨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역사, 한국교회의 역사가 해방교회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해방교회 믿음의 선조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에 이런 생각이 조용히 다가온다. "아, 아직은 포기하기 이르구나, 아직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1년이 넘도록 한국교회는 코로나 19로 인해 큰 위기를 겪고 있다. 하지만 "남북분단으로 인한 실향, 공산정권의 학정, 6.25사변으로 인한 피난과 가난"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낸 해방교회 믿음의 선조들의 모습을 회고해 보면 아직 포기할 때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는 본래 마음이 약한 사람"이라고 고백하셨지만 실상 마음이 강한 사람이셨던 허은 목사님처럼 우리도 능력 주시는 주님 안에서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승리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박영국 목사/해방교회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