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화만 있으면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금화만 있으면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 현장칼럼 ]

이원영 목사
2022년 06월 24일(금) 00:10
이원영 목사
6월 말에 이사를 앞두고 있다. 이사 전 지인들과 나누기 위해 60평 정도 되는 텃밭의 75%정도 되는 면적에 감자를 심었다. 4월 초에 심은 감자는 하지(夏至)인 6월 21일 후에 캘 것이다. 감자 수확을 앞두고 감자가 자란 과정을 톺아본다. 땅심을 잘 기르고 가꾸었는지, 씨감자는 잘 골랐는지, 심는 시기는 적당했는지, 심은 후 적절하게 시비하고 물을 주었는지 살피니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이 많다. 농사를 배우고 혼자 처음 하니 더 그렇다.

올해 봄은 무척 가물었다. 겨울부터 봄까지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는 뉴스를 자주 본다. 감자 가격이 올라 작년에는 10kg에 1만 4000원이었는데 올해는 2만원이 넘는다. 감자 작황이 부진한 것은 파종기인 봄철에 저온현상으로 생육이 안 좋은 데다 심한 가뭄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감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1년 전 값에 비해 무는 56%, 풋고추는 36%, 마늘은 63% 올랐고, 쪽파 86% 깻잎 28% 등 대부분의 농작물의 가격이 급등했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19.3%(2020년 기준)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최하위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농산물시장정보시스템(AMIS)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국 내 곡물자급률은 캐나다(192%), 미국(120.1%), 중국(91.1%)은 물론 일본(27.3%)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19.3%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식량안보가 각국의 현실적인 문제로 떠오르면서 우리나라 곡물자급률(국내 소비량 대비 생산 비중)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농축산물의 가격이 오를 때마다 정부는 수입으로 소비자 가격을 안정시키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각국이 식량안보를 문제로 곡물의 이동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돈을 많이 벌면 잘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 하지만 자립기반 없는 돈은 아무 의미가 없다.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 2·3차 산업인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비율을 높이고 1차 산업인 농사를 경시했다. 수학에서 1이 없으면 2, 3은 존재할 수 없듯이 산업도 마찬가지다. 돈이 되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는 천박한 자본주의는 사람의 젖줄인 땅, 산, 강, 바다를 덮고, 뚫고, 막고, 메워서 생명의 길을 잃어버렸다.

성서를 읽고 공동체를 일구며 살았던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는 바보 이반을 통해 한 말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렇게 악마는 먹을 것을 하나도 구하지 못했다. 모두가 금화를 갖고 있었고. 늙은 악마가 어디를 가든 아무도 돈을 받고 뭔가를 주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한결같이 '다른 것을 가져와 바꿔 가거나, 와서 일을 하거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자비를 구해 원하는 것을 얻으라'라고 말했다. 하지만 늙은 악마는 돈밖에 가진 것이 없었다. 일하는 건 조금도 좋아하지 않았고,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뭔가를 얻는 일은 할 수가 없었다. 악마가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 '내가 돈을 주는데 뭘 더 원하는 거요? 금화만 있으면 모든 것을 살 수 있고, 사람을 고용해서 어떤 일이든 시킬 수 있소.' 그러나 이반 왕국의 바보들은 그의 말을 무시했다. 늙은 악마는 굶은 채로 누워서 잠이 들었다."



이원영 목사 / 기독교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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