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선교사들과 함께

후배 선교사들과 함께

[ 땅끝편지 ] 에티오피아 송의광 선교사<완>

송의광 선교사
2023년 05월 30일(화) 13:37
신입 선교사 훈련에서 동료들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


2021년 봄과 2022년 가을에 총회 파송 신입 선교사 훈련에 교수 선교사로 참가했다. 내가 교수 선교사로 초청을 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대단한 업적을 남긴 선교사들이 많고, 나름 성공적인 사역을 수행 중인 선후배 선교사들도 많지만 나에게 이런 일이 주어진 이유를 굳이 찾는다면, '잦은 이동과 어려움 속에서도 살아 남아 선교를 지속하고 있는 점이 좋게 평가받은 것 아닌가' 생각한다. 신입 선교사들은 사역을 시작해 마무리할 때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인데, 필자 역시 20년의 사역 기간 동안 주 후원교회의 지원 중단이 두 번 있었고, 한 번은 사역 국가에서 추방을 당했고, 언어와 사역이 전혀 다른 대륙으로 이동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필자는 이번에 훈련 받는 사람들 가운데 한국교회 선교계의 탁월한 지도자가 나오길 기대하며 후보생들을 응원하고 격려했다. '장성급 지휘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지원과 리더 양성을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들은 적이 있다.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전방 부대의 소대장으로 부임해, 그 자리에서만 열심히 일하면 마침내 장성이 되는 경우는 절대로 없다고 한다. 사관학교 졸업 후 주특기 교육을 받고 전방 부대에 배치돼 초급 장교로서 사관학교에서 배운 것을 적용하고, 대대 참모가 돼 선배가 하는 일을 보고 배우고, 군사학교에 진학해 다시 학문적으로 준비를 한다. 그 후에 중대장, 연대 참모, 국방대학원 과정을 거치고, 또 대대장, 사단 참모, 유학 등의 과정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별을 달 수 있다고 한다. 한 장소에서 열심히만 한다고 장성이 될 수는 없다.

선교사를 파송하고 후원하는 한국의 교회들 가운데 자기 교회가 파송한 선교사가 선교계에서 장성과 같은 사람으로 성장해 세계 선교를 이끌어가기를 바라는 교회가 얼마나 있을까? 혹 '교회의 목회를 돕는 하나의 방편으로 선교사를 파송해 일하게 하고 있지는 않는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한 선교사가 신학과 선교 훈련을 받고 최전방의 선교지에 도착해 적응하고 사역을 시작해 은퇴할 때까지 그 자리에서 처음 하던 일만 지속한다면, 물론 그런 사람도 필요하겠지만, 선교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장성과 같은 지도자가 배출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신이 배운 것을 적용해 보고, 다른 선배들의 사역을 보면서 배우고, 또 학교에서 이론적으로 재무장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환경에 노출됐을 때 그 선교사가 다른 선교사들을 실질적으로 돕고 한국교회의 선교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리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사람들을 길러내기 위해 선교사의 재교육 과정이 필요하고, 안식년이 적절하게 활용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 후원교회들은 선교사의 안식년에 대해서도 인색한 경우가 많다. 필자의 경우를 봐도 후원교회의 후원 중단이 안식년과 깊이 연관돼 있다고 생각된다. 이제는 선교사를 돕는 선교사, 한국교회의 선교를 이끌어 갈 선교사를 만드는 일에도 관심이 필요하다.

선교사의 삶은 어려움이 반복되는 여정이다. 그러나 하나님이 늘 함께 하시면서 모든 어려움을 이기게 하신다. 나의 선교 여정 가운데 힘든 순간마다 가족들의 배려와 지원이 큰 힘이 됐다. 한국교회의 신뢰와 후원이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는 힘이었고, 앞으로도 선교사역을 지속할 동력이다.

나의 선교 사역을 통해 에티오피아 교회가 힘을 얻어 전 아프리카와 중동 그리고 세계를 향해 선교사를 파송하는 교회가 되길 바란다. 또한 한국교회의 선교적 열정 역시 더 활활 타오르길 기대한다. 에티오피아 교회와 한국 교회 사이에 서 있으면서 두 교회가 협력하는 일에 쓰임 받는 선교사가 되길 소망한다.

송의광 목사 / 총회 파송 에티오피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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