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교역자, 사역자인가 근로자인가?

부교역자, 사역자인가 근로자인가?

(사)한국교회법학회 제32회 학술세미나 '교회부교역자의 지위와 역할'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3년 12월 04일(월) 09:43
# 강원도 춘천시의 한 교회에서 2012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사역하고 사임한 A전도사. 그는 퇴직 후 시간 외 근로수당과 휴일근로수당 합계 7686만3670원과 퇴직금 1722만3378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담임목사 B씨를 검찰에 고소했다.

1심에서는 B목사에게 무죄가 선고되었지만 항소심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B목사에게 벌금 700만원의 유죄를 선고했다.

B목사는 대법원에 재상고했지만 근로자로 인정한 2심 판결을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A전도사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맞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 전도사에게 근로기준법상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담임목사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판결이 교계의 관심을 끌면서 그동안 한국교회가 소홀히 한 부교역자청빙(사역)계약의 의미와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 11월 23일 '교회 부교역자의 지위와 역할'을 주제로 열린 (사)한국교회법학회 제32회 학술세미나에서 '부교역자, 사역자인가 근로자인가?'를 주제로 발제한 서헌제 교수(중앙대 명예·교회법학회장)는 "부교역자를 근로자로 보면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등이 적용돼 교회는 최저임금, 주52시간 근로, 시간외 수당, 해고제한, 퇴직금, 파업권을 보장해야 하지만 주일성수 새벽기도 심방 등 부교역자들의 전인격적 사역에 의존하는 대부분의 한국교회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라면서 "주님의 일에 충성한다는 명목하에 적은 사례비를 받고 언제 그만둘지도 모르는 불안한 지위에서 힘에 겨운 사역을 감당하는 부교역자들로서는 그 억울함을 (국가)법에 호소하는 일 잦아졌다"고 현실을 지적했다.

법원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목사에 대해서는 근로자임을 부인하지만 (전임)전도사는 근로자로 인정하는 대조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C교회는 부적절한 설교 등을 이유로 D목사의 연임청원을 하지 않았다. D부목사는 교회와 3년간 근무하기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했지만 교회가 근로기준법에 따른 해고예고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며 정당한 해고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해고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은 교회로부터 받은 사례비는 근로로 평가해서 지급한 것이 아니라 목회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부목사에 대한 생활보조 차원에서 지급되기 때문에 D목사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판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근로자'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부교역자가 하는 사역(근로)의 성격이 담임목사에게 종속되어 있는가, 부교역자가 받는 사례비가 사역(근로)의 대가로 받는 임금에 해당하는가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여부는 계약의 형식보다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한다.

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부목사가 위임목사를 보좌하는 목사로서 교인들을 위한 심방활동을 하는 등 종교적·영적 가르침에 중점을 둔 목회활동을 주로 수행하는데, 목회활동의 내용 및 성격상 교회나 위임목사로부터 업무에 관해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전임)전도사의 경우 △담임목사의 직무지시에 따라 담당교구를 분배 받고 △담임목사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업무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감독을 받았기 때문에 본인의 신앙이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자율적으로 영위한 것이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례비의 경우도 부목사는 생활보조 차원이지만 전도사의 경우는 생계수단으로 본 것이다.

'청빙계약서'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이 계약의 법적 성질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부교역자의 지위가 사역자인가 근로자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민법상 위임계약으로 보면 부교역자는 사역자로서(민법 제680조) 위임받는 사무의 처리에 있어 상당한 정도의 재량이 인정된다. 반면 근로계약(고용계약)으로 보면 부교역자는 근로자로서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어 '사용자'인 담임목사는 경우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서 교수는 "각 교단의 정치구조에 맞춰 부교역자 채용을 위한 모범계약서 또는 표준계약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교회법합회의 표준계약서를 소개했다. 민법상 위임계약의 성격을 가지는 표준계약서는 제1조 목적과 정의, 제2조 당사자의 의무, 제3조 시무기간, 제4조 사역기간, 제 5조 사례비, 제6조 후일 및 휴가, 제7조 계약해지, 제9조 분쟁해결, 제9조 기타 등 9개 조항으로 구성했다.

서 교수는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을 양측이 준수하는 법치주의 정신이 중요하다"면서 "그렇게 되면 부교역자의 지위가 보장되고 목회자들이 더이상 가이사의 법정에서 서로 얼굴 붉히는 불행한 사태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미나에서는 이날 진지훈 목사(합동총회 제기동교회)는 '부교역자의 교회법상의 지위와 성경적 모델'을 통해 교회법을 수정해서 부교역자들이 교회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자율적으로 사역할 수 있게 하는 장치가 보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서승룡 목사(한국실천신학회장)는 '목회 현장에서 부교역자의 역할과 계발'을 주제로 강연했다.
최은숙 기자
전도사 구하기 어려워...사례비, 사명감 부족?    목회데이터연구소, 전도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 공개    |  2023.11.27 09:59
"불안정한 부교역자, 적절한 법적 보호 필요"    기윤실 포럼, '근로자 인정 판결이 한국교회에 미칠 영향과 대책'    |  2023.12.11 08:24
전도사 구하기 어려운 이유        |  2023.12.04 09:42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