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9일 이태원 참사 후… 유가족의 일상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후… 유가족의 일상

[ 송년특집 ]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임현주 집사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23년 12월 28일(목) 13:12
이태원 희생자 김의진 청년의 어머니 임현주 집사는 400여 일이 지난 현재도 매주 3~4번 납골당을 찾아 기도한다.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에서 15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희생자의 대다수는 미래가 창창한 청년들이고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도 7명이 있었다. 희생자의 유가족 부모에겐 자녀들을 아낌없이 사랑할 기회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발생해선 안 될 비극을 접한 유가족은 아직까지 그날의 슬픔 속에서 살고 있다.

희생자 김의진 청년의 어머니인 임현주 집사도 그날의 아픔을 마음 깊이 품고 있다. 그녀는 슬픔과 분노의 감정을 오가며 눈물을 흘리고 절규했다. 참사 후 임 집사는 6개월 동안 납골당을 매일 찾았고, 400여일이 지난 현재도 일주일에 3~4번 방문해 기도하고 있다. 아들의 체취를 느끼고 싶다며 항상 의진이의 사진을 들고 다닌다.

'하나님의 의와 진리'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의진이는 양가 집안의 장남이었다. 임 집사는 30년을 의진이를 위해 매일 기도했고, 어머니의 기도 대로 의진이는 말씀 안에서 반듯하게 자랐다.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고 가족과 친구에게 살뜰한, 사랑 많은 청년이었다.

의진이는 지난해 10월 29일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이태원에 갔다. 친구들과 식당에서 식사하고 나왔는데 인파에 휩쓸려 돌아오지 못했다. 당시 의진이의 나이는 29세. 의진이는 친구들과 메시지로 '아름다운 배우자를 만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결혼식에 친구를 초청하고 싶었던 의진이는 장례식에 친구를 부르게 됐고, 의진이의 취업사진은 영정사진이 됐다.

임 집사는 의진이가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했음을, 그리고 어머니로서 그 상황을 알지도 짐작도 하지 못했음을 한스럽게 여겼다. 그녀는 "의진이가 집에 오고 싶을 것 같아 화장 후 봉안함을 안고 집에서 3시간 동안 있다가 이곳 실내 봉안당에 앉혔다"며 "의진이가 하나님 품에 있음을 믿으면서도 의진이의 잔재가 봉안당에 있고, 의진이는 여전히 제 가슴속에 존재하기에 혼란스럽고 고통스럽고 분노하고 절규하는 400여 일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임현주 집사는 지난 8월 13일 의진이에 생일을 맞아, 의진이가 좋아하는 꿀떡과 무지개떡 200 상자를 진상규명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분향소에서 나눴다.
한참을 슬퍼하던 그녀가 유가족과 함께해주는 종교계와 시민단체에 감사를 표했다. 그녀는 "과거 세월호 당시 난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못한 부족한 사람이었다"고 회고하며 "훌륭한 인격으로 슬픔에 동참해주고 손잡아주시고 연대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교회에 대해서도 그녀는 "교회는 약자와 소외된 자를 위해 소리를 내주길 기대했는데 처음 교회가 너무 조용해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생각도 했다"며 "그런데 교회는 유가족 식사 제공, 시국기도회 인도 등 나름대로 도움의 손길을 주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쉽게 판단해 후회했다"고 말했다.

임 집사는 이러한 사회적 참사가 절대 반복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그날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는데, 안전관리매뉴얼 대로 지하철 무정차를 하거나 차선 하나를 나주거나, 일반통행만 이뤄졌어도 이 정도의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참사가 합리적으로 규명되고 책임소재가 정확하게 밝혀져야 앞으로 참사가 반복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희생자를 향한 2차 가해도 경계했다. 그녀는 "그곳에 자유롭게 가는 것은 아이들의 인권이자 자유이고, 단지 그곳에 지켜줄 국가와 행정이 없었던 것이 원인"이라며 "생존자는 운이 있고 희생자는 운이 없다는 시각은 개인의 잘못으로 돌리는 것이고, 아이들에게 그곳에 왜 갔느냐며 손가락질하는 것은 이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임 집사는 이태원참사특별법 제정과 정쟁이 개입되지 않는 순수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그녀는 "누군가가 보배롭고 착하고 능력이 있어서 보호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이 땅의 생명은 보장받아야 한다"며 "생때같은 청춘의 창창한 미래가 강제종료 당하지 않도록" 한국교회에 관심과 기도를 요청했다.


최샘찬 기자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