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년 전 선교사의 정신, 대구의 다음세대에게

118년 전 선교사의 정신, 대구의 다음세대에게

[ 아름다운세상 ] 대구의 하나남은 자사고, 계성고등학교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24년 02월 28일(수) 16:59
계성고 학생들은 부활절과 맥추감사절 등 1년에 2번 대수양회를 갖는다. 학생들은 하루 온 종일 학업을 내려두고 지역교회로 가 예배를 드리고 기도한다.
학생들에게 복음 알리고 지역교회로 연결
90%가 주님을 모르지만, 2학년을 마치고 50%가 세례 받아


【 대구=최샘찬 기자】 118년 전 선교사가 세운 학교의 정신이 이어져 대구의 다음세대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 1906년 미국 북장로회 아담스(James E. Adams, 안의와) 선교사가 설립한 영남 최초 근대식 교육기관인 계성학교가 그 주인공.

계성학교는 설립부터 단순 교육이 아닌 교회 지도자 양성에 목적을 뒀다. 1911년 제1회 졸업식을 갖고 1931년까지 졸업생 154명 중 17명이 목사가 됐다. 이중 30명은 조사나 전도사, 50명은 교회학교 교사가 됐고, 이들은 후에 목사나 장로가 돼 교회를 섬겼다. 계성학교는 초창기 대구·경북 지역 기독교 발전의 큰 원동력이 됐다.

계성고 전경.
118년이 지난 현재도 계성학교를 모태로 한 계성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가 대구지역 다음세대를 교육하고 있다. 긴 시간 동안 계성학교는 약 6만 여명의 동문을 배출했고, 이들은 사회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박태준 작곡가, 박목월 시인, 김동리 소설가도 계성학교의 동문이다.

계성고등학교(교장:박현동)는 현재 대구 유일의 마지막 남은 자율형 사립고다. 자사고로서 국가와 교육청으로부터 지원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한다. 덕분에 일반고등학교에선 할 수 없는 종교수업과 기도회, 대수양회, 세례식도 학교의 공식행사로 진행한다.

계성고 정문으로 들어가면 성화와 십자가, 기도단이 먼저 나온다.
그래서 학교 분위기가 다르다. 정문으로 들어가면 '최후의 만찬' 성화가 정면에 걸려 있다. 좌우로는 피아노와 성경책, 십자가와 기도단이 있다. 로비와 계단엔 한국기독교와 함께한 학교의 역사가 사진과 함께 게재돼 있다. 학생들은 진로를 고민하는 시절에 기독교 문화에 자연스럽게 노출돼 믿음의 청년으로 자란다.

사실 대구의 복음화율이 높은 편이 아니다. 10% 정도다. 계성고에 입학하는 학생도 열에 아홉은 복음을 모른다. 그러나 계성고에 입학하면서 성경책을 구입하고, 매주 정규 교과 시간에 성경공부를 하고 예배를 드린다. 그리고 2학년을 마칠 때 희망자에 한 해 세례식을 갖는다. 지난해 12월 20회 세례식을 가졌는데, 매년 평균 300명 중 150명, 절반 가량이 세례를 받았다. 그리고 학교는 이 학생들을 지역교회에 연결시킨다.

또 부활절과 맥추감사절엔 대수양회를 개최한다. 1906년 설립부터 이어진 전통이다. 초기엔 1주, 3박 4일 등 길게 진행했지만 최근엔 하루를 진행하고 있다. 하루 동안 학업을 내려두고 지역 교회에서 신앙교육을 진행한다. 유명 연예인이나 전문가도 참석해 아이들을 격려한다.

각 학급에 반장과 부반장 외에 선교반장이 있다. 선교반장은 매일 학급에서 찬양하고 말씀 보고 기도하는 시간을 인도한다. 선교반장들은 교목실과 함께 신앙을 훈련해 나간다. 지난 1월엔 선교반장들을 중심으로 캄보디아에 단기선교를 다녀오기도 했다.

계성고 학생들은 헌금을 모아 연탄을 1000장 이상 구매해 매년 지역 어르신들에게 나눠준다.
계성고의 건학이념은 개척·자율·봉사다. 학생들은 해마다 자발적으로 봉사활동을 갖는다. 헌금을 모아 병원에서 수술비가 없는 외국인 근로자를 돕기도 하고, 매년 겨울 지역사회 어르신을 위해 연탄도 나눈다.

계성고는 다음세대 학원선교의 모판이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 대구에 4개의 자사고가 있었지만 계성고를 제외한 3개 학교는 자사고 지정을 취소했다. 운영이 어렵기 때문이다. 계성고가 포기하지 않고 자사고를 고집하는 이유는 단 하나, 다음세대의 신앙을 위해서다. 계성고가 포기하면 대구지역 27개 기독교학교의 선교도 어려워진다는 각오로 버티고 있다.

계성고등학교 학생들은 2학년을 마칠 때 세례식을 받는다. 평균 절반 정도의 학생들이 세례를 자발적으로 받는다.
계성고에도 학생이 1000명 가까이 되지만 교목 1인과 부교역자 1인뿐이다. 4년 전 취임한 박현동 교장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학원선교의 어려움은 항상 있다. 계성교 교목 유기남 목사는 학원선교가 아프리카에서 선교하듯 열악하게 진행 중이라고 말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유 목사는 다음세대 신앙 양육을 학교와 교회가 협력해 전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교회가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미션스쿨과 기독교학교에 더욱 관심 가져달라"며 "단순 재정적인 지원을 넘어 교회 내 각 분야 전문가들의 간증 등 인력 인프라 지원이 절실하다"고 요청했다. 또 "계성고는 학생들에게 기독교가 좋은 것이라는 것을 처음 알려주고, 세례받은 학생들을 교회로 연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계성학교 명칭은 '열 계(啓)', '성인 성(聖)', 즉 거룩함이 열리는 학교라는 뜻이다. 코로나19로 한국교회의 전도와 다음세대를 향한 학원선교가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계성고는 여전히 복음의 통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118년 전 복음을 전한 선교사의 순수한 진정성을 갖고, 다음세대 선교를 학교에서부터 준비하고 있다.

# 3.1운동에도 앞장선 계성고

계성고등학교는 1919년 대구지역 삼일운동의 진원지이자 도화선 역할을 했다. 학교의 교사와 학생들이 아담스관 지하실에서 독립선언문을 등사하고, 집에서 태극기를 만들어 왔다. 3월 8일 대구만세운동에 전교생 46명이 참여해 중심에 섰다. 3.1운동으로 영남 지역에서 형을 받은 사람은 모두 76명이었는데 이중 44명이 계성학교 전·현직 교사와 재학생이었다. 이후 일제에 의해 학교는 폐쇄됐으며 1년이 지난 1920년 4월에 이르러서 개학했다.

계성고등학교 로비엔 설립 역사와 학교의 정신이 소개돼 있다.
2023년 진행된 계성고등학교 선교반장 수련회.
계성고등학교 박현동 교장(우측). 2020년 3월 부임해 학교의 선교 사역에 적극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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