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목회의 정감

농촌목회의 정감

[ 목양칼럼 ]

김웅식 목사
2024년 04월 04일(목) 13:42
시골로 와 감사하게도 한 교회에서 21년째 목회를 하고 있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시골에서 자랐기에, 누구보다도 농촌의 형편과 실상을 잘 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듯 싶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묵묵하게 농촌교회를 섬기는 일이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다.

아마도 지금 있는 이곳에서 농촌교회를 섬기다 은퇴를 하게 될 것 같다. 농촌에서 잔뼈가 굵다보니 이젠 어느덧 토박이처럼 되어버렸다.

한 번은 주유를 하러 한 주유소에 들리게 되었는데, 사장님이 친근하게 내게 말을 건네신다.

"목사님, 그 교회 계신지 오래 되셨죠?", "네, 20여 년 됐습니다.", "목사님, 이제 어디 가실 때도 없으시죠?", "없지요, 뭐!"

주유를 마치고 목적지로 가면서 그 말이 계속 되내어졌다. 귓가에 계속 맴돌았다. "목사님, 이제 어디 가실 때도 없으시죠?" 사실 어디 갈 때 없는 것이 맞다.

한 번은 이런일이 있었다. 우리 영동지역은 포도 농사로 유명한 곳이다. 집사님 한 분이 큰 광주리에 포도를 담아 사택을 찾아 오셨다. 그리고 하시는 말씀이 "목사님, 팔기가 아까워서 가져왔어요."

집사님은 남의 일을 도와 주시고 품삯과 약간의 포도를 얻어 그것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시는 분이셨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날따라 판매하려고 얻어온 포도가 너무나 탐스럽고 튼실해서 팔기가 아까워서 목사님께 드려야 겠다고 그 무거운 광주리를 이고 오신 것이다.

이 모든 사연을 듣고 집사님을 위해 눈물로서 축복과 감사의 기도를 그 자리에서 드렸다. 지금은 하늘나라로 가셨지만 아직도 그 말씀이 내 귀에 쟁쟁하다. "목사님, 팔기가 아까워서 가져왔어요."

농촌교회를 섬기다보니 성도님들께 해 드리는 것보다 받는 것이 훨씬 많음이 사실이다.

농사 지은 첫 것으로 섬기시는 정성과 진심은 보리떡 다섯 덩어리와 물고기 두 마리를 드리는 어린아이의 정성이고, 너무 작아 부끄러움 속에서 두렙돈을 드리는 과부의 진심이시다.

필자는 가끔 찬송을 부르면서 생각해 본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감사하며 섬기리다"하며 찬송을 부르면서도, 솔직히 그렇게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힘과 위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먼저는 하나님의 그 크신 은혜이지만 "목사님, 팔기가 아까워서 가져왔어요"라며 주의 종으로 알고 섬기시는 순박하신 농촌 성도님들의 진심어린 애정이 목사를 목사답게 만든다.

오늘도 누군가가 필자에게 물어온다. "목사님, 이제 어디 가실 때도 없으시죠?"

이젠 더 당당하게 말 할 수 있다. "제가 성도님들을 더 붙잡고 있어서 진짜 갈때가 없어요."



김웅식 목사 / 범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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