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의식을 회복해야 한다

소명의식을 회복해야 한다

[ 주간논단 ]

박재필 목사
2024년 04월 02일(화) 08:00
목회자로서의 비전을 품고 처음 선지동산에 들어섰을 때 가장 감동스러웠던 순간 중 하나는 바로 채플시간에 찬송을 부를 때였다. 예배당을 가득 메운 학생들이 힘써 부르는 찬송은 예배당을 채웠고, 가슴과 머리를 채우는 감동을 줬다. 당시 가장 많이 부른 찬송 중 하나는 '부름 받아 나선 이 몸'이었는데, 거의 교가처럼 부르던 찬송이었다. 지금도 예배 중에 이 찬송을 부르면 그때의 감동과 감사가 떠올라 가끔 눈물짓게 만든다. 그런데 요즘은 '이 찬송이 이제 용도가 다하여 폐기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근자에 많은 담임목회자들이 아픈 경험으로 들려주었던 남의 일 같은 일을 직접 겪었다. 필자가 목회하는 교회는 부목사를 모집하는 청빙공고를 내면 그래도 꽤 많은 이력서가 들어와 고민하게 된다. 경력, 우리 교회에서 감당할 사역에 대한 기대, 목회적 재능, 그리고 기존의 부목사님들과 관련된 연령, 학교 기수 등을 참고해서 2~3명을 추려서 면접을 했다. 청빙하는 과정에서 한 목사가 목회자로서 잘 준비된 것처럼 보여 청빙을 결심하고 당회에 청빙안을 올려 허락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 주일에 제직회를 열어서 청빙절차를 마무리하려고 했다. 그러나 주중에 청주에 내려올 수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아내와 논의한 결과 교회 주변에 서울만큼 마땅한 교육 인프라가 없어 내려가기가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진행하던 과정을 모두 멈추고, 다시 처음부터 진행해서 부목사를 선임했다.

요즘 지방에는 부목사 품귀현상이 있다. 지방에서의 사역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최근 제108회기 목사고시 응시생 수가 '사상 최저'를 기록해서 1000명 미만인 997명이 응시를 했다고 한다. 점점 더 목회자 수급이 어려워질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 제시는 많다. 사례비를 적정수준까지 인상해서 생활에 불편이 없게 해야 한다, 교회 내의 수직적인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불분명한 출퇴근과 업무 강도를 조정해야 한다, 전문가로 도약할 수 있는 학업의 지속성을 제공해야 한다, 당회원을 비롯한 기성세대가 주는 스트레스를 감소시켜야 한다, 목회자 부인의 역할에 대한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등 정말 좋은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할 문제들이 너무도 많다. 그러나 이는 어느 정도의 교인과 예산 등을 확보한 교회 말고는 현실적으로 실현하는 것에 한계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 목회적 환경 개선에 대한 제안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필자는 더욱 중요한 것이 그에 앞서는 목회자로서의 '소명'이라고 본다. 근무환경 개선, 젊은 목회자 세대에 대한 문화적 이해, 교회 내의 관계 형성 등도 점차 발전적인 방향으로 바꾸어가야 하는 것도 맞다. 그러나 목회자, 또는 선교사는 부름을 받아서 땅끝까지라도 가려는 소명의식이 앞서야 한다. '괴로우나 즐거우나', '아골 골짝 빈들'이나 '소돔 같은 거리에도', '멸시천대 십자가는 제가 지고' 감사하며 가겠다는 헌신이 살아나야 한다. 목회자들의 목회자로 불렸던 유진 피터슨은 '목회자의 소명'에서 "슬프게도 많은 목회자들이 소명을 버리고 종교적 직업을 갖는 것으로 만족한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목사라는 소명은 그렇게 눈에 띄는 자리는 아니지만, 하나님 나라의 시작을 알리고 실천하는 혁명적 복음 사역에 꼭 필요한 자리"라며 소명의식을 깨운다. 그러므로 소명의식을 갖고 부름 받은 곳이라면 기꺼이 그곳에 서서 하나님의 복음을 말해야 한다. 우리는 이 이유 때문에 부름을 받았다. '부름 받아 나선 이 몸', 이 찬송이 소멸되지 않고 사명자들의 가슴속에서 다시 우렁차게 불리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박재필 목사/청북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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