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과 생태계

청소년들과 생태계

[ 현장칼럼 ]

이은혜 간사
2024년 04월 12일(금) 07:27
한국YWCA 청소년들은 매년 자신들이 활동할 운동 주제를 스스로 정한다. 작년 주제는 '기후위기와 인권'이었다. 올해 주제는 '기후위기와 생태계'이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공감하며, 이 선택의 의미를 묵상한다.

작년에 비해 주제의 범위가 확장된 이유는 단합이다. 모두가 연결된 지구, 기후위기의 피해가 인간에게 한정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기후문제에서 인간은 가해자로서 이 지구의 존재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생각해 보면 이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는 참으로 놀랍다. 모두가 연결된 지구,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간다. 바람, 나무, 땅, 햇살, 물고기, 꿀벌까지. 각자 제 몫으로 서로를 지탱한다. '만약 물과 꿀벌이 없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기에 기후 위기는, 그로 인한 물의 범람은, 꿀벌의 소멸은 그 자체로 서로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이 속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를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모두가 모두를 지키는 이곳에서, 인간만은 그저 빚진 존재로, 도움이 되지 못하는 존재로 생을 살아가고 있는 듯싶다. 인간은 세상에 도움은커녕 해를 끼치지 않던가? 수많은 쓰레기를 만들어 땅을 오염시키고 지구의 온도를 높이고, 기후위기를 해결하겠다며 핵발전소를 만들기까지 한다. '인간이 없다면?' 정말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도 같아 한숨을 내쉬게 된다.

'하나님은 인간을 왜 만드셨을까?'라는 회의감과 함께 한국YWCA 청소년들의 협의체인 Y-틴 임원회에 참석했다. 중점운동이 정해진 뒤 진행하는 회의들. 청소년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였지만 너무나도 다양한 존재들이 모여 있음에 매번 놀랍다. 얼굴도, 성격도 다르다. 회의가 진행되며 더욱 놀라게 되는 것은, 그 다름에 모두 생각지 못한 제 몫이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한음이는 컴퓨터를 잘 다루고 경화는 지역어를 맛깔나게 구사한다. 민선이는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를 내기에 이날 진행한 회의에선 지역어로 풀어보는 기후위기 퀴즈를 만들었다.

더 많은 지역의 친구들이 친근하게 퀴즈를 풀 것이라며 뿌듯해하는 이들을 보고 '하나님은 왜 인간을 만드셨을까?'라는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태어나보니 기후위기 시대. 기후의 재난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지만, 가장 어린 존재는 가장 어리기 때문에 가장 크게, 또한 가장 오래 피해를 본다. 그 사실을 알고도 그들이 하는 일이 놀랍다. 그들이 하는 일은 결국 서로를 살피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내가 사는 지역 밖의 친구들을 떠올리며, 인간의 삶뿐만 아니라, 물고기의 숨을, 땅의 쉼을 기억한다.

'인간'이라 말하며 필자는 무엇을 떠올렸을까? 인간에 대해 고민하며 청소년들을 떠올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이들이 고민의 시작점이었다면? 이들이 보여주는 놀라운 사랑과 존재의 반짝임, 그리고 선한 방향성에 감히 인간이 없다면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필자도 모르게 인간을, 어쩌면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그 표준 '백인 중산층 성인 남성'으로 정의했을 것이다.

어쩌면 기후위기는 이런 편협한 생각들이 만들어내는 사회 구조에 따라 시작된 것은 아닐까? 소위 말하는 백인 중산층의 성인 남성이 표준이 된 세상, 그래서 인간이라고 하면 그들을 떠올리는 게 당연한 세상. 실제로 그들이 많은 결정권을 쥐고 있는 세상. 그 속에선 다양한 생각과 존재들이 자연스레 지워진다. 그래서 기후위기가 초래한 먼 나라의 침수와 어린이들이 바라보는 회색빛 하늘은 큰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최근 청소년들이 모여 '기후위기와 생태계'를 주제로 활동하겠다고 결심했다. 그 자체로 다양한 목소리가 세상에 나오는 시작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내용이 담은 바는 더 대단하다. '내'가 아닌 '우리'에 수많은 존재들을 담겠다고 말한다. 이들의 행동이 독자들에게도 닿았으면 좋겠다. 그것이 곧 우리에게 희망을, 또한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기 때문이다.

그 선언이 전달해 준 세상의 이치를 기억한다. '서로 연결됨', '서로에게 빚짐' 그 안에 필요 없는 목소리, 쓸모없는 목소리란 없다. 사실 우리는 가장 작다 여기지는 존재에게서 가장 큰 것을 배운다. 생각해 보면, 예수가 그리하셨다.

이은혜 간사 / 한국YWCA연합회 시민운동국 청소년운동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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