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속 나는 누구인가?

일터 속 나는 누구인가?

[ 일터속그리스도인 ]

김성우 교수
2024년 05월 09일(목) 21:01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 자라면서 사춘기를 지나가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자아가 형성되고, 자기 정체성이 확립된다. 정체성 이론에 관한 심리학자인 제임스 마르시아(James E. Marcia)는 '위기'와 '관여'가 정체성 확립의 두 축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얼마나 많이 흔들리고 의문을 가져 봤는가?' 그리고 '얼마나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에 몰두했는가?'에 따라 정체성이 확립된다는 말이다. 도종환 시인은 이러한 삶에 대해서 그의 시에서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고 노래한다. 그만큼 우리 인생은 흔들리는 위기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게 되고,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게 된다는 말이다.

우리는 인생의 위기 앞에, 흔들리는 인생 앞에 파스칼의 이야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팡세'라는 책에서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책의 원제목은 '종교 및 기타 주제에 대한 파스칼씨의 팡세'였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것은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것은 '생각'과 '사유'에 있다"라는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인간의 위대함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누구나 자꾸 흔들리는 연약한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일터 속 그리스도인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이러한 상황 앞에서 '이렇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일터 속에서 분명한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리는 일터에서 일하는 기계인가, 창조하고 번영하는 인간인가?'를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일터 속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파스칼의 말에 따르면, "그래서 인간은 하나님을 찾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마태는 그의 복음서에서 하나님을 찾는 존재에 관한 정체성에 관해서 보다 더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마태복음 5장 14절의 말씀이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 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 그는 팔복을 통해서 천국 시민의 대헌장을 발표한 뒤, 천국 시민으로 살아가는 구체적인 삶의 모습을 소금에 비유하고 있다. 이 소금의 비유는 일터 속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정체성을 분명하게 묘사하고 있다. 따라서 일터 속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소금이고, 소금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 있다.

소금은 다양한 특징이 있다. 그중 '녹아짐'이라는 특징이 있다. 소금은 소금이 없는 곳에 들어가 녹았을 때, 맛을 내고 살맛 나게 한다. 분명한 사실은 소금이 소금끼리만 있으면 소금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소금이, 소금이 되게 되려면 소금이 없는 곳에 들어가 녹아져야 한다. 그때 소금은 '녹아짐의 방식'으로 소금의 역할을 가게 된다. 소금은 없어지는 방식으로 존재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소금이 우리에게 교훈하고 있는 메시지이다.

분명한 것은 일터 속 그리스도인은 세상의 욕망을 쫓아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니다. 골로새서 3장 1절의 말씀처럼, "위의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살리심을 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터 속 그리스도인은 천국 시민으로 부름 받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소금의 방식으로 살아가도록 부름을 받은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일터 속 그리스도인은 흔들리는 연약한 존재이지만, 하나님을 찾고 그 뜻을 따르는 위대한 사람들이다. 이제 우리는 일터 속에서 '녹아짐'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맛 나게 하는 사명을 위해 부르심을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것이 우리의 정체성이라는 사실을….



김성우 교수 / 대전신학대학교 예배설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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